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文 "국민과 수시로 소통" 약속…현실은 '글쎄'[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짙었던 녹음이 저마다 형형색색의 빛깔로 옷을 갈아입는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춘추관에서도 울긋불긋 물든 단풍이 제법 보인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 아름다운 색을 뽐내며 생기를 뿜어내는 나무들을 바라보면, 절대 변하지 않는 자연의 이치가 새삼 경이롭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가을이 깊어가던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출입기자단을 경내 정원인 녹지원으로 초대했다. 녹지원을 상징하는 소나무인 반송이 가장 눈에 띄었다. 또 반원형으로 녹지원을 감싼 조경은 참 아름다웠다. 선선한 바람과 청명한 가을하늘이 가을 정취를 더했다. 240여 명의 내외신 기자가 문 대통령이 입장하길 기다렸다.
문 대통령과 만남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당시 집권 3년 차를 맞아 경제·외교·안보 등 각 분야의 국정운영 구상을 밝히는 자리의 성격이었다면, 이번 출입기자단 초청 행사는 더 격의 없이 소통하는 자리였다. 현재까지만 놓고 따지면 반기에 한 번씩 만난 셈이다.
어쨌든 문 대통령과 마주할 기회가 매우 적은 터라 이번 행사는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다른 기자들도 내심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마련된 테이블에는 태풍 '링링' 피해를 본 지역의 특산물과 과일을 재료로 쓴 음식들이 올랐다.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을 생각하는 배려가 돋보였다.
오후 5시께 문 대통령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 참모진과 함께 행사장에 들어서자 기자들은 박수로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곧장 기자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활짝 웃는 얼굴로 일일이 악수하며 그간 밀렸던 정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기자들을 자주 만나고, 또 자주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참 쉽지 않다. 늘 일정에 허덕이다 보면 그럴만한 계기를 번번이 놓치게 되고, 잦은 해외 순방도 애로로 많이 작용한다. 우리 기자단 규모도 아주 커져서 오붓한 자리를 만든다는 것이 참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읽은 듯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는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마련된 자리라고 여겨주시면 고맙겠다"고 했다. 한시도 놓을 수 없는 국정을 살피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발언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한 시간 남짓 맥주잔을 기울이며 기자들 품으로 파고들었다. 너무 많은 인원이라 그룹별 만남이었다. 벽을 허물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모처럼 가벼운 자리를 통해 언론과 접촉면을 넓힌 문 대통령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이런 문 대통령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퇴근한 뒤 시장에서 마주치는 시민과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광화문광장에서 토론회를 열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 떠올랐다. 국민과 수시로 만나 격의 없이 대화하겠다고 약속한 문 대통령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지난 10일 한 청원인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민과 소주 한 잔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실 줄 알았다. 정말 아쉽다"는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이 약속을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이 엿보인다. 현실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면서 시간을 내기란 어려운 측면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미뤄서도 안 된다. 대통령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을 것으로 믿는 국민이 아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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