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국회의원 자녀 입시 전수조사법 살펴보니
입력: 2019.10.28 05:00 / 수정: 2019.10.28 05:00
조국 사태를 계기로 검찰개혁과 함께 공정·정의가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며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자녀의 입시특혜 의혹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다. 이를 반영해 국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전격 사퇴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 방배동 자택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조국 사태'를 계기로 검찰개혁과 함께 공정·정의가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며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자녀의 입시특혜 의혹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다. 이를 반영해 국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전격 사퇴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 방배동 자택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여야 큰 틀에서 공감대 형성…각론에선 시각차 뚜렷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자녀의 입시특혜 의혹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특혜 의혹에서 시작된 불길이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다른 곳으로 번진 것이다.

'조국 사태'로 검찰개혁과 함께 공정·정의가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시점에서 정치·사회 고위직 자녀 특혜 의혹에 대한 사실 여부 확인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나아가 비위가 확인된 이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도 필요하다.

◆박찬대 "20대 국회의원 자녀부터 전수조사"

국민 여론을 감안해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동료의원 24명과 함께 '국회의원 자녀의 대학입학전형과정 조사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국회 내에 독립적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해 20대 국회의원 자녀 중 2008년부터 대학에 입학한 자녀를 대상으로 대학 입학준비와 전형에 관련된 전반을 조사한다는 게 골자다.

다만 고위공직자는 조사 대상에서 배제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조사대상을 고위공직자로 확대하면 (조사가) 상당 기간 경과할 수 있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먼저 조사하는 방식으로 제안했다"며 "협상이 잘 돼 고위공직자까지 대상이 넓어지면 법안을 수정하거나 다른 법안을 따로 발의하는 등에 대해서는 추가로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은 국회의장이 임명하는 전문가 13명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원칙적으로 1년 이내 조사를 완료하되, 6개월의 범위 내에서 한 차례 조사기한을 연장할 수 있게 했다. 조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위원회에 자료제출 요구권, 출석요구권, 정보조회권 등의 권한도 부여할 방침이다.

박 의원은 "이번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돼 국회의원이 적극적으로 검증에 나서, 무너져가는 교육신뢰를 다소나마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다음날(22일)에는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도 동료의원 11명과 함께 유사한 법을 발의했다. 박 의원 법안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조사대상으로 국회의원에 더해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공무원, 국무총리, 차관급 이상 공무원 등 고위공직자 자녀를 포함시킨 것이다.

신 의원이 이날 발의한 '국회의원·고위공직자 자녀 대입 전수조사 특별법'을 살펴보면 조사위원은 여당 추천 3명, 야당 추천 6명 등 9명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조사기한은 6개월 이내(6개월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 가능)로 해 조속한 시일 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 4월에 열리는 21대 총선 전 조사가 끝나도록 했다.

신 의원은 "조국 사태로 촉발된 우리 사회 불공정 현실이 대학입학 전형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우리 사회 고위직에 만연에 있을 수 있는 자녀 특혜 의혹 진상을 이번 기회를 통해 철저히 규명하고, 공정의 가치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위직 자녀 대입전형 전수조사 이외에도 대학에서 입학 관련 서류들이 통째로 사라진 문제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특히 특별법 형태가 아닌 고위직 자녀 대입 전수조사를 제도화시키는 방안까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도 지난 16일 동료의원 9명과 함께 '고위공직자 자녀 입시비리 조사를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 안은 신 의원이 발의한 안과 유사하다. 다만 고위공직자 조사대상에 특별·광역시장 및 도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 법관 및 검사, 장성급 장교 등도 포함시켜 범위가 더 넓다.

최근 국회의원 및 고위공직자 자녀의 입시특혜 의혹에 대한 전수조사 특별법을 발의한 (왼쪽부터)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신보라 자유한국당,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박찬대 의원실, 배정한·김세정 기자
최근 국회의원 및 고위공직자 자녀의 입시특혜 의혹에 대한 전수조사 특별법을 발의한 (왼쪽부터)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신보라 자유한국당,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박찬대 의원실, 배정한·김세정 기자

국회 교섭단체 3당 모두가 관련법을 발의할 정도로 국회의원 자녀 입시 전수조사에 대한 여야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것이다. 각 당 원내사령탑들도 원칙적으로 해당 법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각 당이 (국회의원 자녀 입시 전수조사) 법안 발의에 들어간 만큼 이전부터 얘기됐던 연장선상에서 진행 절차를 확인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제 머리 못 깎는 국회, 이번에도 군불만?

하지만 21대 총선을 6개월가량 앞둔 '총선 정국'에서 민감한 사안인 조사대상에 대한 여야 이견이 커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조사대상에 고위공직자를 포함하는 법안도 준비를 해놨는데,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부터 바로 추진하기 위해 현역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특별법을 우선 준비했다"며 "국회의원을 전수조사하면 분명 문제가 되는 사안이 나올 것이고, 자연스레 고위공직자와 학계 등으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조사대상 범위를 너무 넓히면 대상에 대한 이견을 조정하느라 20대 국회가 다 갈 수 있어 피할 명분이 없는 20대 국회의원들부터 솔선수범 하자는 취지로 특별법을 낸 것"이라며 "위원 구성, 조사기한 등은 야당이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충분히 합의가 가능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여야가 '대외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이번 논의가 군불만 지피다 20대 국회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국회의원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국회 차원의 전수조사가 거론됐지만, 제대로 실시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국민에게 박탈감을 주는 잘못된 관행을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며 "야당 쪽에서도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하자고는 하는데, 9명의 조사위원이 국회의원뿐 아니라 고위공직자까지 조사하는 안을 내놓는 게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할 수 있는 대상부터 조사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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