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하면서 남측 시설을 철수하겠다고 밝혀 남북관계가 최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노동신문이 보도한 김 위원장의 사진. /노동신문.뉴시스 |
정세현 "처변불경의 자세 필요, 해결할 수 있어"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2일 금강산 관광에 대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한 걸로 알려지자 소강국면이었던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라고 '합의'를 언급한 것이 북측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 여지는 남은 상황이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소장 정례회의는 중단됐고, 이후 예정됐던 공동행사들은 줄줄이 무산됐다.
남북관계의 발전이 북미관계에 선순환이 될 거라는 우리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북한은 계속해서 미국과 협상하고 한국은 배제하는 '통미봉남'의 태도를 보였다.
북한에서 열린 2022카타르 월드컵 예선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뤄져 우리국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사진은 평양에서 열린 해당 경기의 모습. /대한축구협회제공 |
지난 6월 판문점에서 극적으로 남북미 정상이 회동해 곧 북미 실무협상이 진행되는가 싶더니, 북한은 한미군사훈련을 계기로 불만을 터트리며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11차례의 발사체 발사를 단행했다. 이어, 극적으로 스웨덴에서 지난 5일 북미 실무협상이 열렸으나, 북미 간의 입장차이로 협상이 다시 결렬됐다.
비핵화 협상 시한을 연말까지 기한으로 제시한 북한이 최근들어 다시 대외 메시지를 보내며 남북관계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이번 금강산 관련 김 위원장이 '합의'와 '남녘동포'를 언급한 점이 예전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나름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는 신호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2일(현지시간) 각료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관련해 매우 흥미로운 정보가 있다"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판문점 깜짝 회동을 앞두고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받았다며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잦은 북한의 메시지에 남북관계의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9월 남북 정상의 백두산 방문 모습.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4일 기자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금강산 철수 관련 언급에 "기본적으로 시설이 재개되지 않는 데 대한 '좌절감', '실망감'의 표현이 일정 부분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남북관계가 끝이난 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한국 정부에게 미국에게 얘기를 해서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를 촉구하는 것"이라며 "남북이 약속한 대로 미국 실무자들이 발목을 잡아 이런 불상사가 생겼으니 풀어달라고 남측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1~12월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되면 남북경협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굉장히 어려운 변화에 직면했지만, 상황에 직면했지만 놀랄 건 없다는 처변불경을 적용하고 싶다"며 "차분하게 대처하면 모양새 좋게 해결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앞선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 남북 축구 경기가 무중계·무관중 경기로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