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놓고 정쟁을 이어가고 있고, 국민은 정치권의 진영 논리에 이용되며 반으로 나뉘었다. 사진은 서초동 '조국수호' 촛불집회와 반대를 주장하는 측의 맞불 집회 장면. /이효균 기자 |
조국에 갈라진 '국민', 사라진 '정치'에 피로감 증폭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시쳇말로 지긋지긋하다. 이미 떠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그렇다. 조 전 장관 논란만 벌써 석 달째다. 논란의 종지부는 언제쯤 찍을 수 있을까.
조 전 장관 논란이 시작되면서다. 어딜 가도 '조국' 이야기였다. 지지자와 반대자의 관점을 모두 들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다 보니 피로감도 두 배로 쌓였다. 그렇다고 딱히 결론을 내려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도 자꾸 결론을 요구하는 지인들이 적지 않았다.
조 전 장관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인들의 전화와 메시지도 상당했다. 대부분은 조 전 장관 지지자였다. 한 선배는 새벽 4시 30분 술에 취해 전화하기도 했다. '언론들이 왜 가짜뉴스만 쓰느냐'고 따졌다. 뭐라고 답을 할지 생각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더 말해봐야 언쟁만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멀리 외국에 있는 선배는 새벽 3시 30분 메신저를 통해 필자의 한 기사를 본 후 아내의 평가라며 이렇게 말했다. '기레기(기자+쓰레기)는 별수 없네.' 화가 났다. 조 전 장관과 관련한 내용이 있다는 것만으로 10년 넘게 이어진 관계마저도 부정당하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해졌다. 그리고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 이렇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왜'가 빠진 단정이라 가타부타 설명하기 그렇지만…"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들으며 손으로 엑스를 만들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
이 말에 대한 답은 들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어쩌다 우리는 이렇게 갈라지게 됐을까. 결국엔 정치 때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나 광장에서 갈라진 국민 통합을 위한 정치인의 노력은 없었다. 오히려 진영 논리를 내세운 선동가다운 모습만 보였을 뿐이다.
사실상 정치는 역할을 잃었다. 국회는 여전히 빈손이고 아무 것도 하는 게 없다. 국회 무용론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작 당사자들만 내년 선거에서 누가 이기고 지는지에만 매몰돼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음이 너무도 분명해 그들에게 들어가는 세비가 아깝고 또 아깝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4일 돌연 사퇴했다. 조 전 장관의 말대로 법무부를 퇴사했지만, 정치권은 '조국 없는 조국 정쟁' 중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기 마련인데, 정치권은 좀처럼 조 전 장관 논란을 끝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여야 모두 그렇다. '조국'이라는 이름이 당분간은 지지층에게 잘 먹히기 때문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이제 여야 모두 이만큼 우려먹었으면 족하지 않을까 싶다. 선동을 멈출 때다. 20대 국회 내내 '빈손' '방탕' '놀먹국회' 등의 말을 들었다. 정기국회의 꽃이라는 국정감사도 조 전 장관 논란만 거론됐을 뿐 아무것도 없이 끝났다.
6개월 후면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다. 선거철 한 표 달라고 읍소하는 모습이 벌써 눈에 선하다. 20대 선거 후 달라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달라진 게 없다. 초선의원들도 결국 공천 생각 때문인지 당의 스피커로 전락한 모습이다. 정치권에 과연 국민은 있는지, 그리고 그대들은 왜 정치를 하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