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국정감사가 종료됐다. 외교부 내부 사정보다는 현안 위주로 문제를 다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질의를 듣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윤호 기자 |
이슈성 현안 위주 질문 반복…"내실 있는 국감 한계" 목소리도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21일 종합감사를 마지막으로 외교부 국정감사가 종료됐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악화된 한일관계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 굵직한 외교적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외교부 내부를 관통하는 '한방'이 없었다는 평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외교부에 대한 국감을 시작으로 이달 3일부터 15일까지는 △아주반 △미주반 △구주반으로 나눠 해외에서, 18일에는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한국국제교류재단(KF) 등 외교부 산하기간에 대한 국감을 진행했다.
이번 국감에서는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멕시코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한인 여성에 대한 내용이 큰 이슈가 됐다. 아울러, 외통위 소속인 천정배 무소속 의원은 구주반 해외공관 출장 직전 외교관 출신 자신의 딸에게 "가까운 직원들이 있으면 내가 도와줄 테니 알려달라"는 문자가 공개돼 자녀 특혜 의혹 논란에도 휩싸이기도 했다.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장에서는 현안질의가 대세였다. 심지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이슈 또한 제기됐다.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이 국정감사에 참석해 조국 딸 관련 의혹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뉴시스 |
◇너도 나도 '현안 질의'가 대세
먼저 첫날인 2일 국회에서 진행된 외교부 국감에서는 현안 질의가 주를 이뤘다. 북·미 비핵화 실무회담이 예정되면서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외통위 소속 의원들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북미실무협상을 사전에 통보받았다는 내용,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에 따른 한미관계 영향 등이 관심을 끌었다.
21일 열린 종합국감에선 이낙연 국무총리의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참석을 계기로 11월 한일정상회담 가능성이 있는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보내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가 있었는지 등의 질의도 있었다. 또, 한미방위비 협상 관련한 질의도 언급됐다.
이처럼 북미·한일 관계에 새로운 소식들이 외부에서 전해지면서 소속 의원들이 준비한 공통된 질의가 많았다. 중복된 질의 내용이 나와 강 장관 등 외교부 관계자들이 같은 답변을 반복하기도 했다. 현안 질문에 치우친 측면이 때문에 '도돌임표' 국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외교부 내부의 문제에 대해 집중한 질의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 목표인 '30% 특임공관장'과 관련된 질의였다. 특임공관장이란 대통령이 필요한 경우 직업 외교관 출신이 아닌 사람으로 특별히 임명하는 공관장을 의미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김도현 전 베트남 대사 등에 대한 징계를 언급하면서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이 특임공관장을 해임시키기 위해 악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며 "특임공관장들에 대해서 배타적 성격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게 정도가 심하다면 문제가 된다"고 꼬집었다.
외통위 국감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질의가 나오기도 했다. 18일 열린 코이카 국감에서 정양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 전 장관의 딸 조씨가 몽골 봉사활동 기록이 있느냐'고 이미경 이사장에게 물었다. 또한, 17일 통일부 국감에서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이승환 민주평통 사무처장의 '북한 만수대창작사 그림 구입 논란’을 언급하면서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인사검증에 대한 책임을 언급했다.
이처럼 외통위와 연관성이 다소 떨어지는 '조국 사태'와 관련해 질의한 것에 대해 국회가 행정부의 업무 전반을 감시하고 감독하는 국감의 취지를 잃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본연의 사명과 임무를 잊고 '조국 정국'에 매몰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멕시코에서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양 모씨를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멕시코 여행 중 멕시코 검찰에 연행되어 산타마르타 구치소에 수감 되었던 양 씨가 2일 국회 외교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국회=뉴시스 |
◇해외 공관 성과는 미미한 듯
이번 해외 공관 국감에서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뉴욕 주유엔 대사관 외교관에게 무릎을 꿇게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미주반으로 뉴욕에 있는 주유엔대표부 국감에 참석해 "김 차장이 의전 실수를 이유로 자신 앞에 외교관의 무릎을 꿇게 한 사실이 있느냐"고 질문하며 그 외교관에게 손을 들어보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공직사회에서 직장상사가 부하직원을 질책할 수는 있지만 무릎을 꿇었는지 아닌지는 모르나 이런 상황은 굉장히 이례적" "외교부 직속 부하직원도 아닌데 A씨를 방으로 불러 기합을 준 것이 얼마나 심했으면 무릎을 꿇었는지, 꿇렸는지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됐다"고 비판했다.
멕시코에서 1154일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한인 여성 양 모 씨 사건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조치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이 양 모씨를 국감장에 참고인으로 불러 재외국민보호에 대한 해외 공관의 미숙한 대처를 질타했다. 이날 해당 영사인 이 전 영사(현 울산 지역 경찰서장)가 출석의사를 밝혀 양 씨와 한 자리에 대면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었지만, 태풍 '미탁' 관련 재난 대비와 치안 업무 등에 임해야 한다는 이유로 불출석했다.
아울러,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서는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정보기술(IT) 대사 신설의 필요성, 이탈리아 대사관에서는 조성길 대사의 행방 등도 거론됐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해외 공관에서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특파원발 기사와 의원 개인 SNS를 통해 국감 소식이 전해졌지만, 앞서 언급한 건 외에는 별다른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는 평이다.
국회 보좌진들은 외교부 구조적인 문제가 국정감사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외교부 내부의 모습. /더팩트DB |
◇'보좌진'이 보는 '맹탕 국감' 문제점은?
3주 가까이 진행된 외통위의 '국감 대장정'이 '맹탕'이라고 비판 받는 이유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해외 공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선 현지 교민들과 접촉이 필수인데, 관계를 맺는 일 자체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문성에 대한 고려 없이 다선 의원 위주로 외통위가 구성된 점과 외교부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국회의 고충도 있다. 특히 국감을 준비하는 보좌진의 불만이 거세다. '외교 기밀'을 이유로 외교부가 협조를 잘 안 해주는 점을 들며 내실 있는 국감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국회 외통위 담당 의원실 A 보좌관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해외 국감이 배정돼 아이템을 찾으려고 해당 국가의 교민회에 전화를 돌린다"며 "하지만, 외교 중심인 미·중·일·러 국가를 제외하면 건질 게 없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또, 현지공관의 경우 한국에서 수집할 수 있는 정보나 제보가 제한적"이라며 "현지 시간에 맞춰 밤에 교민회에 전화를 걸거나 지인 등을 수소문하기도 한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또 다른 B 보좌관은 국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통위 성격상 현안질의가 많은데 현재 진행 중인 사항이라고 부처에서 자료요구 답변 협조를 잘 안 해준다"며 "부처 공무원은 너무 소극적이다. 국감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려면 전반적인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