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의 오랜 내부 갈등이 종착지를 향해 가는 모양새다.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상대방을 향한 거친 언사까지 쏟아내는 가운데 구체적인 분당 시기와 절차에 관심이 쏠린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 /더팩트 DB |
손학규 "유승민은 수구보수" vs 유승민 "정기국회 마무리 후 행동"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 유승민 의원이 구체적인 탈당 계획을 밝히자, 손학규 당 대표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12월 초 분당이 예상되는 가운데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유 의원은 21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재 여권이 추진하는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반대하며, 12월 초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까지 이 법안을 막아내는 소명을 다한 뒤 탈당과 신당 창당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관련 사실을 언급하며, 유 의원을 향한 거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유 의원을 겨냥해 "그동안 계파 정치와 분열 정치를 앞세웠고, 진보를 배제하고 호남을 배제한 수구보수 정치인"이라며 "우리나라 정치에서 분파주의를 대표하는 분"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이분은)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하다가 결국 배신자의 이름을 들으면서 박 전 대통령을 배신했고, 이분에겐 우리의 전통인 대동주의의 모습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분이 20대, 40대가 새로운 중심이 돼야한다고 얘기하지만, 유 전 대표가 말하는 젊은이들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똘마니 생각밖에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친구 아들을 시켜서 당 대표를 몰아내고자 하고, 오직 젊은 사람들을 앞장세워 당권 싸움에만 집착했다"며 "지지율이 10%되지 않는데 왜 나가지 않느냐고? 혁신위 구성해서 뭘 했나. 기승전 손학규 퇴진이었다. 누가 주도했나. 유 전 대표 직계가 단식까지 한다고 하면서 주도했다"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유 의원에게 "(그동안) 당을 망쳐놓고 당이 망하기만을 기다리고 당 대표를 내쫓고 당을 장악하겠다, 그것밖에 더 있었나"라며 "이제 빨리 나가시라. 자기가 만든 당을 완전히 풍비박산 만들어 놓고 깨진 뒤에 나갈 생각 전혀 하지 마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유 의원과 관련한 언급을 꺼리던 손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거친 표현을 써가며 작심 비판한 것은 그만큼 분당이 확실해졌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거친 발언에 비당권파 의원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손 대표와 유승민 의원. /남윤호 기자 |
유 의원도 이날 재차 분당 및 신당 창당 계획을 밝혔다. 다만 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에는 말을 아꼈다. 유 의원은 이날 오전 의원회관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12월 정기국회까지는 마무리하고, 그 이후에 저희들 결심을 행동에 옮기는 그런 일정을 생각하고 있다"며 "예산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관련 법안을 처리하고, 결심을 행동에 옮기겠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12월에 한국당과 신당 관련 논의를 할 건가'라는 물음에 "그건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답했다.
또한 그는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에 대해 "변혁의 다수 의원들은 패스트트랙으로 날치기한 선거법에 대해서는 도저히 찬성할 수 없다, 반대의 뜻이 분명하다"며 "공수처법도 권력의 도구가 되는 그런 공수처는 절대 찬성할 수 없다는 뜻이 분명하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손 대표가 회의에서 한 발언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유 의원은 "그만하자"며 선을 긋기도 했다.
변혁 소속 의원들과 이준석 최고위원 등은 이날 있었던 손 대표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수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네? 청년들 보고 똘마니라뇨?"라며 "상대를 근거없이 비하하는 빈약한 '자기방어술'만이 대표님께 남아있는 생존 전략의 전부인가. 남아있는 밑천은 오직 그것 뿐인가"라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청년들을 독자적 판단을 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존재로, 주어진 권력과 권한을 감당하지 못하는 무능한 존재로, 오직 눈 앞의 이득만을 쫒아 권력에 기생하는 존재로 (만들었다)"며 "그렇게 억지스럽고 조악하게 포장해서 그들의 열정과 진심의 값어치를 후려치면 그만큼 당신의 몸값이 올라가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말을 할때는 그 말이 침묵보다 나은 것이어야 하지 않겠나. 내가 사랑하는 당의 대표에게 바라는 것이 오직 '침묵' 이 되어버린 작금의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적었다.
바른미래당의 청년 정치인인 김수민·이준석 최고위원은 손학규 대표의 '똘마니' 발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2월 김 최고위원이 수출기업인들과 함께하는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김세정 기자 |
최근 당 윤리위원회 징계로 직무를 상실한 이준석 최고위원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SNS를 통해 "하태경 의원이랑 젊은 지지층을 모아오는데 매진했더니 당내 활동하는 젊은 사람들을 똘마니로 표현하신다"며 "당 안팎으로 젊은 사람들이 손 대표보다 유 의원을 월등히 더 따르는 것은 사실이고, 손 대표는 아무래도 젊은 층과 같이 하는 게 불편하신가 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최고위원은 "당내 청년대변인들도 사임하고, 혁신위원은 손 대표에게 항의하는 의미로 단식까지 하고, 하태경-이준석은 눈엣가시"라며 "하고 싶어하시는 제3지대라는 것은 젊은세대 빠지고, 개혁보수 빠지면 결국 지역기반의 당이라는 제 평가가 맞다"고 힐난했다.
바른미래당 분당이 가시화되면서 두 계파의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모습이다. 국정감사가 끝나고 패스트트랙에 상정된 선거·사법제도 개혁 논의가 본격화할 예정인 가운데 바른미래당의 힘겨루기는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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