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가 열린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의 거취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왼쪽부터 정운현 국무총리 비서실장,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국회=문혜현 기자 |
야당 "사퇴하시나"·"총선 나가시나" 거듭 물어…비서실장 "모른다"
[더팩트|문혜현 기자] "지금 이낙연 총리의 거취와 관련해서 이번에 일본을 방문하고 나오면 사퇴한다, 연말에 사퇴한다, 이런 보도가 나오는데 비서실장은 상황을 아실 것 아닌가. 사퇴하시나."
"언젠가는 사퇴하실 거다."
18일 오전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질의하자 정운현 국무총리비서실장은 이같이 답했다. 그러자 장내에는 웃음이 번졌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 등 비금융분야 종합감사장에선 이 총리의 거취 문제를 놓고 여야 의원들과 정 실장의 질문이 오갔다. 이 총리는 일왕 즉위식 참석 등 일정으로 조만간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날 정무위에서는 차기 법무부 장관 물망에 오르고 있는 전해철 민주당 의원과 연말 사퇴설이 나오는 이 총리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또 지난 15일 사퇴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됐다.
김성원 한국당 의원은 정 실장을 향해 "총리가 언제 사퇴하시느냐"고 묻자 "그것은 저희가 알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 의원이 "일부 언론에서는 보도가 나가기도 했다. 그러면 관련 내용에 수정을 요구하시긴 했느냐"고 재차 질의하자 정 실장은 "실제로 일부는 수용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법무부 장관 제청은 언제쯤 하느냐"며 차기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소식을 묻기도 했다. 정 실장은 "모른다. 요즘 방일 건으로 분주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이 총리의 거취 시기를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지난 8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김성원 한국당 의원. /이덕인 기자 |
김정훈 한국당 의원도 합세했다. 김 의원이 이 총리의 사퇴 계획을 구체적으로 답변할 것을 요구하자 정 실장은 "자신 혼자만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지 않나. 다들 아시겠지만 후임 총리 등 복합적인 상황이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 정 실장은 "불필요한 보도라고 생각되고, 방일을 앞두고 그런 말이 나오는 건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집요하게 재차 물었다. 그는 "그럼 확실하게 '아니다, 사퇴 안 한다, 연말까지 하지 않는다, 이 총리가 사퇴하면 내가 사퇴한다' 이렇게라도 말해 달라"고 말하자 장내에는 또 다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 실장이 난감해하며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문제는 아니다"라고 하자 김 의원은 "그럼 내년 총선에는 나올 것 같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때 정 실장이 "위원님도 잘 아시지 않느냐"고 답한 것이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정 실장의 답변 내용을 언급하며 "그렇게 답변하시면 언론 보도가 '12월 사퇴'로 나올 것 아닌가. 그렇게 (대답)하지 말아야 한다. 총리께서 특정 시기로 정해진 게 전혀 없지 않나. 또 총리께선 소임을 다 하고 있다. 오해를 낳을 수 있는 답변이라서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총리도 소임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 맡은 바 그렇게 할 거라고 말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이 "저도 그런 뜻이었다"고 말하자 이번엔 민주당 소속 민병두 정무위원장이 진화에 나섰다. 마지막 질의 직전 민 위원장은 "김 의원에게 답한 것과 전 의원에게 답한 것 중 어느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 실장은 "총리께서 적절한 시점에 사퇴하지 않겠나. 다만 그 시점이 언제라고 가늠해서 말할 순 없는 거다. 적어도 12월까지는 일정이 다 정해져 있어서 그대로 하실 거다. 제가 확정지어서 말할 수 없다"고 정리했다.
이날 여당 의원들은 정 실장을 향해 "정확히 답변해야 한다"면서 "국정에 매진하는 것 맞느냐"고 확인을 요구했다. /문혜현 기자 |
민 위원장은 "적어도 12월이라고 하면 그 이후에는 사퇴할 수도 있다는 것처럼 비춰진다"며 "12월 이후까지 변함없이 국정에 매진할 거라고 이해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난감한 기색이 역력한 정 실장이 재차 "제가 정확하게는 모르겠다"고 말하자 민 위원장은 "제가 도와드리려고 질문한 건데 (모른다고 한다)"며 웃었다.
또한 이날 최근 사퇴한 조 전 장관에 대한 정부의 유감 표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은 "제청이라는 것이 후보자에 대한, 장관에 대한 보증 아닌가. '이분 틀림없다'는 말 아닌가. 그런데 35일 만에 (법무부 장관이) 그만 뒀다. 그러면 총리도 뭐라고 한 말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냥 이게 아무 일도 없는 건가"라고 따졌다.
이에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생각이 있을 거다"라고 답하자 유 의원은 "그 생각을 표현하는 게, 제청권자로서 말하는 게 도리 아닌가"라며 "말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지 않나. 당사자 입장 표명인데, (이 총리에게) 건의할 생각 없느냐"고 질의했다.
노 실장은 "최근 며칠은 방일 때문에 말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말씀드려보겠다"고 답변했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조 전 장관 사퇴에 관해 이 총리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정 실장을 향해 조 전 장관 사퇴를 놓고 "최악의 상황을 막은 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본다. 계속해서 모르쇠로 버티면 극단적 정치 갈등이 심화돼서 한국사회에 혼란이 왔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물러났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후유증이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조국 사태에서 성찰적 교훈을 얻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청와대는 대국민 사과, 참모진 쇄진 등을 통해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고 일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해야 되는 거라고 본다"며 "이제는 이 총리가 물러나 문재인 정권의 전환점을 마련해야 된다고 본다. 총리께서 사퇴하시는 게 맞다고 보는데 건의할 의향이 있나"고 물었다.
정 실장이 "주신 내용을 가감 없이 뵙고 전해드리겠다"고 말하자 이 의원은 "총리님의 반응을 저에게 말해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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