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평양에서 열린 무관중·무중계 남북 축구 경기를 두고 북한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청와대는 16일 북한의 이러한 결정에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
남북 올림픽 공동 개최·文 평화 구상에 회의 여론 확대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지구 반대편 소식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15일 평양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산 남북 축구 대결은 말 그대로 '해외토픽'감으로 두고두고 역사에 진귀한 사례로 남을 것 같다.
폐쇄적인 북한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서울에서 불과 200km 떨어진 평양에서 29년 만에 남북 축구 맞대결을 위해 한국 대표팀은 중국을 경유해 북으로 갔다. 관중도 생중계도 없었다. 월드컵 축구 사상 처음 '문자 중계'로 경기 상황을 전달받은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 모든 것은 자기중심적으로 결정한 북한 측의 몽니 때문이다. 우리 정부 차원에서 경기 생중계 및 응원단 파견을 추진했지만, 북한은 난색을 보이거나 묵묵부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모든 게 비상식적인 조건과 환경에서 남북 축구 대결이 치러졌다.
단순히 한 축구 경기를 넘어 정치적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철저히 남한과 접촉을 최소화한 것은 그만큼 교류하고 싶지 않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남북관계는 올해와 사뭇 달랐다. 세 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가 머지않아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이 피어올랐다. 지난해와 같은 분위기였다면 북한이 이처럼 남한의 협조 요청 중 대부분을 외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15일 평양 김일성 운동장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H조 2차전 한국-북한전이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또한 생중계까지 불발돼 북한을 향한 국민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무엇보다 청와대의 근심이 깊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평창올림픽 때 스포츠를 통해 평화의 물꼬를 튼 것처럼 국민이 (이번에도) 스포츠가 그러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며 "저희도 최선을 다했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 것에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로서는 빨간불이 켜진 남북관계의 단면을 확인한 것보다 북한을 향한 여론이 얼어붙은 대목이 뼈아플 듯하다. 온라인상에서 전날 남북 축구 경기를 두고 아무리 원정 경기라고는 하나 북한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향후 북한과 모든 스포츠 경기를 제3국에서 치르거나 보이콧하라는 강경한 견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북한과 '스포츠 공동체'에 부정적인 인식이 깔렸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즉, 북한을 믿지 못하겠다는 공감대가 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의 2032년 서울·평양올림픽 공동 개최 추진에 대해 반대 여론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에 대해서도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사례도 있다.
더구나 정세에 따라 달라지는 북한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문 대통령의 평화 구상에 대해서도 회의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적잖다. 물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진전과 남북 간 관계가 도약하게 된다면 이러한 인식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번 남북 축구 대결로 인해 북한을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인식이 강해진 측면이 있어 보인다. 그간 한반도 평화체제의 정착을 위한 문 대통령의 노력이 다소 무색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