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유승민·황교안, 말은 하지만 안 만나는 까닭
입력: 2019.10.17 05:00 / 수정: 2019.10.17 08:22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 행동 대표. 유 대표는 16일 날만 잡히면 만나서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황 대표와 만나 보수 통합에 대해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더팩트DB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 행동' 대표. 유 대표는 16일 "날만 잡히면 만나서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황 대표와 만나 보수 통합에 대해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더팩트DB

"만날 뜻 있다" 한목소리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날만 잡히면 만나서 대화할 용의가 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혁' 대표, 16일 변혁 회의 직후)

"대화가 필요하면 대화하고, 만남이 필요하면 만나고 필요하면 회의체도 할 수 있다."(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16일 TK 기업인 및 언론인 간담회 직후)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 행동'(변혁) 대표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보수 통합 논의와 관련해 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용의가 있음을 한목소리로 밝혔다. 사실 두 사람이 보수 통합 논의를 시작할 뜻이 있다는 긍정적 신호를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아직까지도 서로 만남을 성사시키진 못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먼저 최근 한국당 내에서 바른미래당과 통합에 대한 '실익'에 대한 의문이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한국당은 조국 정국을 거치며 탄핵으로 잃었던 지지율을 거의 회복했다. 따라서 '굳이 저들과 합쳐서 실익이 있겠냐'는 분위기가 생긴 것이다. 보수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나 "최근 한국당에서 바른미래당과 꼭 합쳐야 하냐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며 "조국 정국으로 이미 당이 회복됐는데 굳이 통합할 필요가 없다는 것 같다"고 전했다. 황 대표도 최근 보수 통합 필요성에 대해선 긍정하면서도 원론적 이야기만 거듭했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진 않는 것으로 풀이됐다.

당 내부 반대도 황 대표가 소극적인 이유일 수 있다. 한국당 내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유 대표 등에 대한 반감이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친박계 김재원 의원은 지난 9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유 대표에 대해 "얕은 꾀에 넘어가면 안 된다"며 부정적 견해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선거법·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대화를 나누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원석 기자
지난 4월 선거법·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대화를 나누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원석 기자

유 대표 입장에선 역시 명분의 부재가 황 대표를 만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추측된다. 유 대표는 거듭 탄핵 이후 한국당 내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유 대표는 최근 "첫째 탄핵의 강을 건너자, 둘째 개혁 보수로 나가자, 셋째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는 '조건부 통합'을 내걸기도 했다.

아울러 변혁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의 반대도 유 대표에겐 부담이다. 앞서 한 국민의당 출신 의원은 유 대표가 한국당과의 조건부 통합을 내건 것에 대해 <더팩트>와 통화에서 "(유 대표가) 내부적으로 먼저 말했어야 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충분하게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이날 '한국당과 통합에 대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과 이야기해봤냐'는 기자들 질문에 "우리 사이에 상당히 솔직한 대화를 해봐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다만 그는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이 그걸(조건부 통합을 말한 것) 무조건 통합하기 위한 게 아니라고 봐줬으면 좋겠다"며 "제가 그부분에 대한 그런 원칙을 갖고 있고, 그것에 대해 '저정도면… (생각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 대표가 한국당과 통합 자체에 사실은 회의적 입장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통화에서 "유 대표가 한국당과 통합에 마음이 없는 것 같다"며 "유 대표는 한국당이 전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방향(통합)에 대해 회의적이고, 오히려 안철수 전 대표와 힘을 합쳐 신당을 꾸리는 게 맞다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유 대표는 이날 변혁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와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황 대표와) 따로 연락한 것은 없고, 양쪽에서 매개 역할을 하는 분이 좀 있다"며 "중요한 것은 만나는 게 아니다. (황 대표가) 탄핵의 강을 건너고, 개혁적 보수로 나와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는 제안에 진지하게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같은 날 대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서 열린 '민부론이 간다-대구ㆍ경북(TK) 기업인 및 언론인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보수 통합에 대해 "모든 노력을 다해서 자유 우파가 너 나 없이 함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황 대표는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당내 일부 목소리에 대해 "대의를 생각하면 소아(小我)를 내려놓을 수 있다"며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으니, 잘 모아서 대통합을 이뤄가겠다"고 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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