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축구 대표팀이 15일 북한과 월드컵 예선경기를 갖는 가운데, 응원단 파견과 생중계가 무산된 배경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꼽히고 있다. 지난 이란전 당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모습. /배정한 기자 |
15일 5시 30분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남북 대결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리는 남북 축구국가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H조 3차전의 응원단 파견과 생중계 무산 배경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때문이라는 외신이 분석이 나와 이목을 끈다. 우리 정부의 돼지열병 관련 공동방역에 대한 요청을 묵묵부답으로 거부해 온 북한 정권이 축구 경기를 이유로 북한 내부 상황을 공개하기 부담스러워 했을 가능성이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의 ASF 확산 상황과 관련해 "평안북도의 돼지가 전멸했다"며 "북한 전역에 ASF가 상당히 확산됐다는 징후가 있다"고 보고했다
또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돼 폐사한 야생멧돼지가 북한과의 접경 지역에서 계속 발견됨에 따라 북한에서 넘어온 멧돼지에 의한 ASF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에서 북한은 아프리카돼지열병 재난 수준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재난을 숨기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양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블룸버그 통신은 13일(현지시간) '김정은이 돼지열병 재난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보도에서 "남한의 접경 지역에서 멧돼지 5마리가 발견됐다"며 "야생에서 다니는 멧돼지들의 동태를 감안해 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국가가 돼지열병 재난을 숨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으로부터 이 치명적 바이러스가 흘러들어 왔을 것"이라며 "비공식적인 루트에 따르면 북한에서 ASF는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탈북민 출신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ASF 때문에 북한이 응원단과 언론을 통제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남북관계에 있어 그런면도 있지만, 북한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돼지는 북한 주민들 식량에서 기본이고, 군부대의 대량급식에서는 절대적"이라며 "다 중단되는 바람에 북한 사회 도처에 긴장감이 휩쓸고 있다고 들었다"고 언급했다 .
안 이사장은 "평양에 전면적으로 통행금지를 실시하고 있는데, 응원단 취재단이 들어오게되면 상당히 부담스럽기 마련"이라며 "또, 응원단에 대한 식사 대접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14일 남북 축구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예선 3차전 경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석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참석할지에 대해 보도했다. 지난해 9월 평양 5.1 경기장에서 연설을 하는 김 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가 소강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통화에서 "평양에서 개최하는 월드컵 예선에 응원단 없이 선수단만 출정한 것은 현재 비정상적인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현재 어려운 상황이고 평양에서 개최하면서 북한이 주도권을 가지게 됐다"라며 "북한이 남한을 바라보는 불신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평양에서 열리는 월드컵 지역 예선. 김정은은 나타날 것인가'라는 희망 섞인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이번 경기는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열리게 된다"며 "비록 김 위원장이 이전 행사에서 경기장에 나타난 적은 있지만, 이번에도 나타날지는 화요일에 두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