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처분계획인가 단지까지 대상에 포함된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려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해온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장실에서 진행된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현금부자들에게는 로또, 조합원들에겐 폭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선화 기자 |
"성과 있었지만, 6개월은 짧아…'총선용·선심성' 지적도"
[더팩트ㅣ국회=이원석·문혜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는데, 과정이 공정하지도 않고 결과가 정의롭지도 않아요. 그래서 저는 '재앙'이라고 표현합니다."
국회 정보위원장이자, 국토교통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이혜훈 의원(서초갑)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도입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이 의원은 정부가 지난 8월 12일 분양가상한제 도입 계획을 발표 이후 국회에서 가장 크게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더팩트>는 지난 11일 국회 본청 정보위원장실에서 이 의원과 만나 문재인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등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의원이 그동안 가장 강력히 지적한 부분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에 이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단지들이 포함된 것이다.
이 의원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안엔 조합원 분양가 얼마, 일반 분양가 얼마, 이런 부분들이 다 담겨있다. 조합원들은 그에 맞춰 이익이다, 손해다, 계산해서 재건축을 추진한다"며 "관리처분계획인가라는 행정행위를 국토부에서 해놓고 이제 와서 번복하면 그에 대한 신뢰를 갖고 의사결정을 했던 주민들에겐 재산권 침해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금부자들에게는 로또, 조합원들에겐 폭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은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개선 노력을 했다. 광화문에서 열리는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위한 집회에 나가 목소리를 냈고, 국회 상임위와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김현미 국토부 장관,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이낙연 국무총리 등을 대상으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정부가 감정적으로 국민을 대하니 국민들도 정부에 대한 불신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며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는 심정으로 정말 열심히 (관리처분계획인가 단지 적용 제외 등) 주장을 해왔다"고 했다.
결국 정부는 한 발짝 물러났다. 지난 1일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 방안'을 발표하면서 재건축·재개발·지역주택조합이 일정 조건(철거 중 단지 등)을 충족할 경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 뒤 6개월 안에 입주자 모집공고만 마치면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어느 정도 성과는 있다고 보여지지만 시간이 너무 짧다. 적어도 1년은 더 줘야 한다"며 "막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주민들이 많은데 마치 다 해준 것처럼 생색을 내는 '총선용', '선심성'이라는 불만도 나온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관리처분계획인가라는 행정행위를 국토부에서 해놓고 이제 와서 번복하면 그에 대한 신뢰를 갖고 의사결정을 했던 주민들에겐 재산권 침해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선화 기자 |
-국토부의 분양가상한제와 관련해 특히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단지를 포함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왔다.
정부가 지난 8월 12일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그중 많은 사람들을 잠 못 자게 한 부분이 이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단지도 포함한다는 것이다. 관리처분계획인가 안엔 조합원 분양가 얼마, 일반 분양가는 얼마, 이런 부분들이 다 담겨있다. 조합원들은 그에 맞춰 예상을 갖고 이익이다, 손해다, 계산을 해서 재건축을 추진한다. 그렇게 추진을 이미 해놓은 상태고, 심지어는 이미 건물을 허물어 버린 곳도 많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도 정부가 자기들이 애초 행정행위를 통해 허락했던 분양가를 60~70%로 낮춰버린다는 건 조합원들에겐 어마어마한 폭탄이다. 게다가 조합원 분양가는 그대로 두고 일반 분양가는 낮춘다는 건데, 그러면 조합원들이 자기들 안에서 부담을 더해야 하는 것이다. 이건 명백한 재산권 침해다.
-재산권 침해라는 부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관리처분계획인가라는 행정행위를 국토부에서 해놓고 이제 와서 번복하면 그에 대한 신뢰를 갖고 의사결정을 했던 주민들에겐 재산권 침해가 아닌가. 2008년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을 보면 관리처분계획인가 자체가 사실상의 확정행위라고 나온다. 그래서 이건 조합원의 권리가 확정된 것으로 봐야 한다. 그걸 소급해서 적용하는 건 재산권 침해라는 것이다. 근데 국토부에선 '어떻게 그게 확정이냐, 확정이 되는 건 등기 절차가 끝날 때'라고 한다. 한 정부가 두말하는 부분이 있다. 현 정부에서 실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2008년 1월 시행)는 '당신이 이걸 나중에 팔 때 돈을 벌게 될 것이므로 우리가 미리 세금을 떼어간다'는 거 아닌가. 결국 이건 가격을 예상해서 확정적인 행위를 하는 것인데, 이번 일에 대해선 '아니야 이건 확정이 아니라 예상일 뿐이야. 그러니까 우리가 마음대로 변경을 해도 재산권 침해가 아냐' 이 두 개가 모순이다. 이에 대해선 물어봐도 정부가 제대로 대답을 내놓지 않는다.
이혜훈 의원은 지난 8월 12일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계획 발표 이후 집회에 직접 나가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상임위,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정부에 문제제기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해결 노력했다. /이선화 기자 |
-이에 대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상태의) 당사자들 반응은 좀 어땠나.
상당히 분노한다. 직접 들어봤을 때 여러 사람들이 하는 얘기가 '정말 투표를 잘해야겠다', '다음번엔 투표로 바꿔야겠다', '말로 해선 안 되겠다' 그런 반응이다. 최근 어떤 곳은 정부가 계속 분양가상한제로 조합원들을 옥죄고 겁박하니 '우리가 좀 손해를 봐도 좋다, 근데 이 정부가 원하는 걸 해주긴 싫다' 이런 생각을 갖고 '좀 손해를 보더라도 분양을 안 하고 아파트를 통으로 매각해버리겠다'고도 한다. 정부가 감정적으로 국민을 대하니 국민들도 정부에 대한 불신을 넘어 분노하게 되는 것이다.
-이 의원은 누구보다 열심히 이를 비판해온 것으로 안다. 관리처분계획인가 단지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취지의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광화문 집회에도 직접 나갔다. 상임위, 대정부질문에서도 지속적으로 이를 지적했고, 지난 국토부가 결국 지난 1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6개월 유예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는 심정으로 정말 열심히 주장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에게도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말씀을 드렸었는데, 그도 상당히 수긍하고 있었다. 이 총리에게 감사한 건 본인 주재로 의견을 듣는 자리도 많이 만들고, 국토부의 일방적인 주도 국면에서 상당히 개입을 해줬다는 것이다. 이후 저의 대정부질문 때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고려하겠다'는 전향적인 답변을 한 뒤 바로 완화되는 조치가 나왔다.
-정부의 6개월 유예 결정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 단지를 포함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어느정도 진행됐던 일부 단지들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해결된 건가.
어느 정도 성과는 있다고 보여지지만 시간이 너무 짧다고 본다. 6개월이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곳 중에서도 철거에 들어갔거나 하는 곳들은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짧아 그렇지 못할 단지들도 많다. 요즘 (재건축을 진행할 때) 여러 기준도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린다. 저는 그런 부분들을 감안할 때 2년이 좋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게 안 돼도 적어도 1년은 더 늘어나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될 때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할 것이다. 끊임없이 문제제기하고, 반대의견서 제출하고, 광화문 집회에 나가서도 얘기할 생각이다.
이혜훈 의원은 정부가 지난 1일 분양가상한제 6개월 유예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성과는 있다고 보여지지만 시간이 너무 짧다고 본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선화 기자 |
-정부가 6개월을 유예한 것이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가 4월까지 희망고문으로 조합원들이 시한 내 조건을 맞추기 위해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심하게 반발하기가 어려울 거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또 총선 이후 터져 나올 불만들은 이미 끝난 이후니 신경을 안 쓴다는 속내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막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주민들도 많은데, 마치 다 해준 것처럼 생색을 내는 '총선용', '선심성'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것이다.
-관리처분계획인가 대상 논란을 제외한다면 분양가상한제 자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자체적으로도 실익은 없다고 본다. 반시장 정책이다. 이름은 마치 집값을 잡을 수 있을 것 같게 들리는데 실제 경제 원리가 그렇지 않고 시장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분양가를 낮추면 공급은 준다. 그러면 값은 뛴다. 이렇게 뛰는 가격은 어떤 천하장사도, 정부도 누를 수 없다. 이미 과거 정부에서도 분양가상한제를 했던 경험이 있다. 박정희·노무현 대통령 때 했었는데, 실시한 후 어김없이 2~3년 후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게다가 낮아질 대로 낮아진 분양가에 현금 부자들이 들어올 것이다. 그렇게 분양을 받은 사람에게 현금 시세차익으로 대박 로또를 안겨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는데, 과정이 공정하지도 않고 결과가 정의롭지도 않다. 그래서 저는 '재앙'이라고 표현한다.
-오히려 분양가상한제로 집값이 올랐다는 지적도 있다.
당연히 오르게 돼 있다.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간 집값은 연속 하향세였다. 7월에 약간 오르기 시작했는데, 0.02%여서 올랐다고도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24분의 1밖에 안 된다. 이런 상황이었는데, 본인(정부)들이 집값이 올랐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8월에 분양가상한제를 꺼내 들었다. 근데 9월부터는 집값이 진짜 뛰었다. 근데 어디 집값이 올랐나 보면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축 아파트들이다. 왜냐하면 분양가 상한제를 하면 새집 공급이 줄 거라고 사람들이 당연히 예상하게 되고, 강남의 경우 오래된 아파트들이 많아 새집 수요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그리로 몰리는 것이다. 그렇게 신축 아파트들이 분양가상한제 정책 발표 전후로 3억, 2억씩 많이 올랐다.
이혜훈 의원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해 "특정 지역의 집값을 잡으려고 하는데 백전백패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이선화 기자 |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부동산 정책의 목표를 잘못 잡았다고 생각한다. 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주택을 많이 공급해 주거생활을 안정시켜야 한다. 근데 이 정부는 특정 지역의 집값만 잡고 있는데, 이건 백전백패 전략이다. 시장을 이기려고 하는 건데 시장이라는 거대한 흐름은 정부가 어떤 정책이나 계획을 세워도 그냥 엎어버릴 수 있다. 인류 수천 년 역사에서 시장을 이긴 적이 없다. 잘못된 정책 목표를 빨리 바꿔야 한다. 특정 지역의 집값만 잡겠다는 건 감정적으로 보인다. 정책은 냉철해야 한다. 감정적 정책은 역효과와 부작용만 양산할 뿐이다. 오히려 서민들만 힘들어진다. 분양가상한제도 과거를 보면 실시했을 때 모두 전셋값이 엄청 올랐다. 사람들이 이미 나온 기존의 주택을 사지 않고 새 아파트 분양될 때만 기다리기 때문이다. 이 정부가 서민을 위한 정부라고 본인들이 얘기하지 않나. 결국엔 시장을 이기지도 못하고 보호하겠다던 서민들에게도 가장 힘든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