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日 수출규제 100일…한일관계 복원 난망
입력: 2019.10.11 04:52 / 수정: 2019.10.11 04:52
한국을 겨냥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가 11일로 100일째를 맞는 가운데 악화된 양국관계의 복원이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5월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페이스북
한국을 겨냥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가 11일로 100일째를 맞는 가운데 악화된 양국관계의 복원이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5월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페이스북

文, 경제 보복에 '극일' 강조…日 '한국 탓' 여전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한국을 겨냥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가 11일로 100일째다. 일본이 지난 7월 4일 한국의 주력 제조업인 반도체 핵심 소제 수출 규제를 시행함에 따라 한일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현재까지도 강 대 강 기조가 이어지면서 꽉 막힌 한일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는 과거사로 촉발됐다. 일본은 지난해 우리 대법원의 판결이 1965년 청구권 협정과 위배됐고 이는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양국 간 신뢰관계가 훼손됐다면서 우리 정부가 대법원의 판결을 시정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라고 맞섰다. 다만, 우리 정부는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을 우려해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대화를 통한 해결을 노력해왔다.

경제 보복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는 고위급 특사 파견하고 우리 주일대사를 일본 측 총리실 고위급을 통해서도 협의를 시도했지만 일본의 태도는 완강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며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일본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은 8월 28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우리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하며 맞대응했다. 청와대는 지난 8월 23일 "일본 측의 대응은 단순한 거부를 넘어 우리의 국가적 자존심까지 훼손할 정도의 무시로 일관했고,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이후 우리 국민은 자발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와 기업의 신속하고 전방위적인 대응, 여기에 국민의 응원까지 한데 모여서 지금까지는 대체로 잘 대처해왔다고 평가했다. /남용희 기자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이후 우리 국민은 자발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와 기업의 신속하고 전방위적인 대응, 여기에 국민의 응원까지 한데 모여서 지금까지는 대체로 잘 대처해왔다"고 평가했다. /남용희 기자

한국과 일본 간 대립의 골이 깊어지면서 우리 국민의 자발적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한일 양국의 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글로벌 경제 침체와 미중 무역 갈등에 이어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우리 경제성장률의 둔화가 예상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2.4%로 제시했지만, 여러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달성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8일 한국은행이 지난 7월 하향 조정한 올해 경제성장률 2.2% 달성 가능성에 대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그간 일본의 경제 보복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우리 경제의 체질을 전환하는 기회로 삼겠다며 '극일(克日)'을 강조해왔다.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지금까지는 대체로 잘 대처해왔다"라고 평가하면서 "더욱 속도를 내 기업에 대한 재정, 세제, 금융 지원에도 전방위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일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충청남도의 신규 투자 협약식에 참석해 "신규투자 협약식은 세계 1위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지키면서 핵심소재·부품·장비를 자립화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디스플레이, 제조 강국으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부당한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일본의 태도 변화는 전혀 없는 상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8일 "국제법에 근거해 국가와 국가의 약속을 준수하도록 해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는 계기를 만들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와 경제 보복에 대한 책임을 한국에 떠넘긴 것이다.

한일 양국의 대치 국면에서 이달 22일 일왕 즉위식 때 한일관계의 개선될지 주목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 대표로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일본 NHK는 9일 아베 총리가 일왕의 즉위식을 계기로 이 총리와 회담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일 총리 간 대화가 성사된다더라도 과거사 문제 해법에 대한 이견이 여전하고 일본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에서 악화된 양국 관계가 복원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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