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진보진영의 '거리 정치'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양측의 집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이효균 기자 |
광화문 vs 서초동, 장외 세 대결 가열 속 '실종된 정치'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광화문 vs 서초동. 서울의 중심지인 두 곳이 보수와 진보진영 인사들이 각각 모여 치열한 세 대결을 펼치고 있는 장소로 각인되고 있다.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뉜 이들의 엇갈린 목소리는 보수와 진보로 극단적으로 갈린 현재의 대한민국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치(政治)'가 실종되고, 이념이 다른 이들이 거리에서 자신의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극단적 '집회 정치'의 가운데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있다. 한쪽은 조 장관 파면 및 사퇴를, 다른 쪽은 조 장관이 검찰개혁의 적임자라며 '조국 수호'를 외치고 있다. 다양한 국민 목소리를 조율하고, 국민통합에 앞장서야 할 정치인들은 이를 주도하거나 보조하고 있다. 하나의 나라에 절대로 섞일 수 없는 이들이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작금의 장외 세 대결에 대해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이를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략)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하나로 모아지는 국민의 뜻은 검찰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것"이라고 재차 검찰개혁만을 강조했다.
검찰개혁 방안을 담은 사법제도 개혁안(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검·경수사권 조정)은 이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연내 국회 본회의 표결이 예고돼 있다. 개혁의 공은 국회로 넘어가 있는데, 야당이 결사 반대하는 조 장관이 꼭 개혁을 책임져야 하는가는 의문이다. 문 대통령은 일가가 피의자로 검찰 수사를 받는 조 장관 파면 및 사퇴를 외치는 300만 국민의 목소리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보수진영의 집회가 열린 가운데 집회 참가자들이 오후 늦은 시간까지 핸드폰에 불을 켜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효균 기자 |
집권여당의 수장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예정됐던 국회의장, 여야 5당 대표 모임인 초월회 오찬회동에 "초월회가 민생을 위해 도모하는 장이 아니라 정쟁을 위한 성토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어 태풍 피해, 아프리카돼지열병,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고려해 불참을 결정했다"며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했다. 이 대표는 일부 야당 대표들의 주장을 들을 가치가 없는 정쟁 제기로만 보는 시각을 드러냈다;
이래선 '정치 무용론'이 커지고, '여의도 정치'는 사라지며 국민들의 거리 정치만 심화될 뿐이다.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남과 북도 다른 한편에선 대화를 하고 있는 판에 정국안정의 책임을 지고 있는 여당 대표가 여야대표모임에 불참한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처사다. 야당도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조국 사태'에만 매몰돼 다른 시급한 민생·경제 현안에 소홀한 부분은 반성하고, 관련해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사실 진영 간 극단적 대립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대럴 M. 웨스트 브루킹스 연구소(미국의 대표적 진보 싱크탱크) 부소장이 지은 '메가체인지'에 따르면 양극화와 극단주의 시대인 오늘날 한쪽은 다른 한쪽을 없애지는 못할지라도 이를 정복하고자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도, 유럽도 마찬가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해외 선진국에서도 양극단에 선 상대방들은 죽도록 싸우고, 서로 다른 측면에 대해 협상할 수 없거나 협상할 의지가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그들은 완전한 승리를 차지하기 위해 상대방을 없애버리려고 전력을 다하고 있다. 작금의 우리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이러한 시대를 이겨내기 위해 웨스트 부소장이 제시한 해법은 시야를 넓히고, 승자독식을 종식하고, 시민사회의 극단성을 완화하는 것이다. 우리도 적용해야할 방법들이다. 둘로 나뉘어 거리로 나선 국민들은 자신과 가까운 진영의 말만 듣기보다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하고, 이쪽 아니면 저쪽이라는 극단성을 경계해야 한다. 나아가 정치권은 지금과 같은 승자독식의 결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정치제도를 반드시 손봐야 한다. 위정자들은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정치 실종'을 넘어 '정치 종말'이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제라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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