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열린 광화문 집회와 지난 주말 열린 서초동 집회가 보수-진보진영간 '세 대결' 양상을 띠면서 정치권에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3일 광화문 일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보수진영의 집회가 열린 모습. /광화문=이효균 기자 |
나경원 "넥타이 부대 연상" 자화자찬 vs 이해찬 "황 대표, 정신이 나간 사람"
[더팩트|문혜현 기자]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야권의 '조국 장관 규탄' 대규모 집회가 열린 가운데 정치권에선 광화문 집회와 지난 주말 있었던 서초동 집회를 비교하며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두 집회의 차이점을 거론하며, 서로 더 많은 숫자가 왔다고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앞서 광화문 광장에서 한국당과 보수단체들이 이끈 집회는 주최 측 추산 300만 명이 넘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 집회를 근거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민에게 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원내대표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文 실정 및 조국 심판'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어제 우리는 상식과 양심, 합리의 국민이 여전히 대한민국 절대다수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나 원내대표는 "서초동 200만 선동을 깨 부수고 한 줌도 안 되는 조국 비호 세력의 기를 눌렀다"면서 "서초동 범법자 비호 집회 이후 여당은 200만을 운운하며 민심을 왜곡해 놓고 이제 와서 적고 많음은 본질이 아니라고 한다"고 힐난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본인의 퇴진 집회가 있으면 직접 나온다고 하더니 정작 청와대는 공포와 충격의 침묵에 빠졌다"며 청와대의 무응답을 지적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광화문 집회를 '정쟁을 위한 동원 집회'로 폄하하는 대국민 명예훼손을 했다"고도 했다.
이날 나 원내대표는 보수단체 집회를 '넥타이 부대'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3일 집회는) 묵묵히 각자의 일에 충실히 살아가면서 침묵하던 중도 우파 시민들이 나선 것"이라며 "지난 1987년 넥타이 부대를 연상케 한 정의와 합리를 향한 지극히 평범한 시민들의 외침"이라고 주장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광화문 집회에 참가한 한국당과 당 대표, 원내대표의 발언을 거세게 비판했다. 이 대표가 지난달 18일 민주당사에서 열린 창당 64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
반면 여당은 집회에서 있었던 야당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 대표는 이날 있었던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은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 집회에만 골몰해 공당이기를 스스로 포기했다"며 맹비난했다.
그는 "태풍 피해로 수백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 정쟁에 몰두해 자신의 지역구 태풍 피해를 나 몰라라 했다.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이어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집회에서 '대통령이 제정신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한 것을 두고 이 대표는 "국가원수에 제정신 운운하는 것은 아무리 정쟁에 눈이 어두워도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고 안 할 수 없다"며 "어제 집회에서 제1야당 인사들이 도 넘는 막말을 남발했다"고 지적했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도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의 차이점'을 언급하며 공세에 나섰다. 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지난달 28일 서초동에서 열린 촛불집회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일어난 반면 어제 한국당 집회는 당과 종교단체, 이질적인 집단들이 함께 총동원해 만든 군중 동원 집회"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초동 촛불집회는 공직자 비리수사처 설치와 검찰개혁을 위한 국민적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한국당 집회는 어떻게든 문재인 정권을 흔들어보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개입된 집회"라고 분석했다.
박 최고위원은 광화문 집회를 두고 "건강한 보수세력이 없다는 걸 보여준 집회"라며 "일각에서 국론 분열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정확히 판별해달라"고 강조했다.
3일 있었던 광화문 집회의 영향으로 5일 열릴 서초동 집회의 규모가 더욱 커질지 주목되고 있다.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가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연 모습. /이효균 기자 |
집회 규모를 놓고 정치권 인사들의 분석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국당과 보수단체들은 광화문 집회가 300만 명 모였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의원도 "광화문 인파가 서초동보다 훨씬 많이 모였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숫자를 가지고 민심을 표현하는 것은 안 좋지만, 처음부터 서초동에서 200만이다, 그래서 제가 세보니까 199만 9999명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됐든 어제는(3일) 주최 측에서 300만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더 모인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서초동도 민심이고 광화문도 민심"이라면서도 "예를 들면 서초동은 사실상 자발적으로 나오신 분들이 많다. 어떤 조직이 없었다. 그렇지만 어제(3일) 광화문은 한국당, 친박신당인 우리공화당, 그리고 기독교계 보수층에서 모여서 한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한 "5일 (서초동) 집회는 더 많이 나올 것"이라며 "이게 계속돼서는 나라가 어디로 갈 건가. 이걸 걱정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도 한국당도 반성해야 한다. 그러면 200만, 300만에 들어가지 않은 4500만 국민은 무엇인가"라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광장 정치, 거리의 정치를 할 건가. 누가 소를 키울 것인가. 소 키우러 가자. 이제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일갈했다.
실제 광화문 집회의 영향으로 5일 열릴 서초동 집회가 어떤 규모로 일어날지 주목된다. 사실상 '세 대결'로 이어지는 양상에서 광화문 집회와 같은 폭력성 등이 드러날지 여부도 관심사다. 집회가 거듭될수록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찬반여론이 더 극명하게 갈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집회 참여 인원과 관련해 경찰은 양측 집회에 대한 집회 추산 인원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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