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인권운동가' 수잔 숄티 "김정은은 잔혹한 독재자, 사악한 인물"
입력: 2019.10.07 05:00 / 수정: 2019.10.07 05:00
수잔 숄티 디펜스 포럼재단 대표는 북한 여성 인권에 대해 자신이 수차례 탈북민들에게 파리 목숨보다 못하다는 소릴 들었다고 말했다. 수잔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서 더팩트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 마곡동=임세준 기자
수잔 숄티 디펜스 포럼재단 대표는 북한 여성 인권에 대해 자신이 수차례 탈북민들에게 "파리 목숨보다 못하다"는 소릴 들었다고 말했다. 수잔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서 더팩트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 마곡동=임세준 기자

"북한 여성 인권, 파리 목숨만도 못해"

[더팩트ㅣ마곡동=박재우 기자] 지난 7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탈북민 한성옥(42) 씨와 6살 아들이 '아사'로 숨진 채 발견됐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한 씨는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해 강제결혼을 했다고 알려졌다. 한 씨는 아이를 낳고 남편의 폭력과 학대에 시달리다 도망치듯 한국으로 왔다. 하지만 복지 사각지대와 남한 사회에서의 ‘부적응’ 끝에 처참한 비극을 맞이했다.

이 문제는 단순한 탈북민 차별·부적응 문제가 아니다. 남북하나재단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 중 74.8%가 여성으로 월등히 많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에서 인권유린을 당한 뒤에 남한으로 탈출했다.

마침 미국 내 북한 인권운동 대모라고 불리는 수잔 숄티 디펜스 포럼재단 대표가 한국을 방문했다. 더팩트는 지난 2일 서울 마곡동에서 그를 만나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탈북민 모자 사망 사건과 북한 인권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물었다.

숄티 대표는 한국 정부가 탈북자 인권 보호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한 한 씨의 사망에 대해 애도를 표하면서 "북한 여성의 인권이 '파리' 목숨보다 못하다는 비유적인 표현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중국이 북한의 인권유린을 돕고 있다"고 꼬집었다.

숄티 대표는 지난 20년 동안 북한 정권과 인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강경파' 인권운동가로 국제사회에 잘 알려져 있다. 특히 1996년에는 한 탈북민 모녀를 미국으로 초청해 미국 연방의원에 증언할 수 있게 했다. 당시 이들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상황, 탈북민의 탈북 경로, 중국의 강제북송 문제 등에 대해 상세하게 증언해 이 문제가 수면 밖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다음은 숄티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수잔 숄티 디펜스 포럼재단 대표는 한성옥 씨 모자 사망 사건에 대해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말했다. 숄티 대표와 더팩트 취재진이 지난 2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임세준 기자
수잔 숄티 디펜스 포럼재단 대표는 한성옥 씨 모자 사망 사건에 대해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말했다. 숄티 대표와 더팩트 취재진이 지난 2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임세준 기자

-최근 한국에서는 탈북민 한성옥 씨가 6살짜리 아들과 아사로 인해 숨진 채 아파트에서 발견됐다. 이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 사건이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깨달아야 한다. 북한 주민들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한국으로 목숨을 걸고 탈북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곳(남한)에서 굶어 죽을 수 있다는 것인가. 이해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탈북민을 외면하고 있다. 최근 자살을 감행한 탈북민도 많아지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 정부가 탈북민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지 않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우리는 북한 인권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한 씨는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하고 강제결혼을 했다고 한다. 강제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남편의 폭력과 학대에 시달리다 도망치듯 한국으로 왔다고 한다. 이 문제가 직·간접적으로 '북한 여성 인권'과 관련된 문제인 것 같다.

북한에서는 여성이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경제활동의 주체가 되고 있다. 북한 고난의 행군 시절(1990년대 중·후반 국제적 고립과 자연재해 등으로 극도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시기) 당시 대부분의 남성은 정부가 운영하는 공동 업무를 진행해야 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정치수용소'에 잡혀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들이 직접 나서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에서 '시장경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특히 이 상황에서 많은 여성이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떠났다.

그런데 마침 '한 아이(One child policy)' 정책을 취하고 있는 옆 나라 중국은 여성 부족에 시달렸다. 1990년 당시 국경을 넘은 많은 북한 여성이 인신매매와 납치를 당했다. 또 '가정도우미' 일이라고 속아 넘어가 인신매매를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들이 있는 것인가?

북한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아 중국에 갔지만, 정작 그들이 마주한 것은 인권유린이었다. 이들은 '노예'처럼 팔려갔다. 국경을 넘은 북한 여성들의 80%가 일자리를 위해 중국으로 간다. 그 중 80% 여성들이 인신매매를 당한다. 중국 남성들에게 강제결혼으로 팔려 가기도 하고, 인터넷 포르노 대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1990년도에 시작된 일이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사실을 밝히기 위해 두 명의 미국 기자가 중국 국경에서 취재를 했지만, 며칠 뒤 이들은 평양으로 잡혀가게 됐다. 결국 미국 정부의 노력으로 이들이 돌아오기는 했지만, 얼마나 중국과 북한이 이 문제를 덮으려고 하는 것임을 알 수 있게 됐다. 중국과 북한은 이러한 끔찍한 일들을 암암리에 진행하고 있고, 외부 세계에는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북한 여성이 인권과 관련해 더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 내부에서 여성은 인권을 존중받지 못하고, 북한을 벗어나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탈북 여성이 나에게 "북한 여성은 파리 목숨만도 못하다"고 자주 말하곤 한다. 이들이 겪어야 할 것들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중국도 이 인권유린 문제에 있어 '유죄'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난민협약'이나 '고문방지협약'에 사인했지만, 위반하고 있다. 북한에 많은 탈북민을 되돌려 보내고 있다.

수잔 숄티 디펜스 포럼재단 대표는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도에 대해 의심해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베트남 북미정상회담 당시 차에 탑승한 김 위원장의 모습. /임세준 기자
수잔 숄티 디펜스 포럼재단 대표는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도에 대해 의심해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베트남 북미정상회담 당시 차에 탑승한 김 위원장의 모습. /임세준 기자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지금 현 한국 정부의 '북한 인권 감수성'에 대해 평가해 보자면?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책임져야 할 도덕적·법률적 책무가 있다. 세계의 어떤 리더보다 북한 인권에 대한 책임이 크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매우 걱정이 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민주주의를 지키고 한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북한 인권'이란 문제는 꼭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진행 중이다. 북한 비핵화 평화프로세스에 대해 '인권운동가'로서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북미 간 협상의 목표는 'CVID'(완벽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이다. 하지만 Freedom(자유)을 넣어서 CVIF(완벽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자유)를 제안하고 싶다.

나는 대화 국면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김정은의 의도에 대해 의심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종전선언' 관련한 논의가 있다고 한다. 이를 진심으로 이행하고 싶다면 먼저 억류당하고 있는 '한국전쟁 포로'와 한국을 포함한 일본 등 13개 국가에서 납치한 '납북민'을 자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또한 북한은 '정치범 수용소'에 대한 국제사회의 사찰도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 주장대로 그곳이 감옥인지, 탈북민들이 주장하는 정치범 수용소인지를 구별하려면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그곳에 아이들이 수감돼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우리는 이 평화 협상에서 북한 인권 부분을 꼭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대화 국면에서 인권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면 우리가 북한에게 조종 당하는 것이다.

수잔 숄티 디펜스 포럼재단 대표는 현재 대화 국면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를 꺼내야한다고 주장했다. 취재진이 수잔 대표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임세준 기자
수잔 숄티 디펜스 포럼재단 대표는 현재 대화 국면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를 꺼내야한다고 주장했다. 취재진이 수잔 대표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임세준 기자

-그렇다면 현재 대화 국면에서 우리가 '북한 인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일이다. 우리에게 가장 강력한 도구는 '진실'과 '자유'이기 때문이다. 특히 탈북민을 통해 북한 주민들과 의사소통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 방법이 평화적인 방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 계급, 군인 계급, 엘리트 계급 등 많은 탈북민이 계급을 초월해 현재 한국에 와 있다. 이들이 각자 자신들의 지인들에게 목소리를 낼 수만 있다면 북한 내부의 자유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북한으로의 의사소통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차단할 게 아니라 이러한 인력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특히 CVIF의 평화적인 방법을 강조해야 한다. 김정은이 독재로 머무는 한 평화는 없다. 그는 권력을 계속 유지하고 핵무기도 소유할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방 세계(스위스)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북한 개방에 대해 기대하는 이들이 있다. 과연 이 경험이 북한 인권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많은 사람이 그렇게 알고,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상황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김정은은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별다를 게 없는 잔혹한 독재자일 뿐이다. 매우 사악한 인물이다. 북한에서는 매일같이 악랄한 인권유린이 벌어지고 있다. 일반 시민이든, 북한 지도층 인사든 언제든지 김정은에 의해 처형될 불안감을 인지하고 살아야 하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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