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13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학재 한국당 의원의 건강을 염려한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은 농성장을 방문해 병원 검진을 권유하고 있다. /국회=문혜현 기자 |
한국당·민주당 의원 줄줄이 방문…만류에도 "괜찮으니 돌아가라"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이학재 의원) 단식 보세요, 13일이다. 13일. 굉장히 힘들 때인데 우리 이 의원님 평소에 굉장히 건강하시고 정신력으로 견디시는데 참 걱정이란 말씀을 드린다. 대통령께서 정말 이 조국 전 수석 문제를 정리하셔야 하는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우려스러운 목소리로 단식 13일 차에 접어든 이 의원에게 안부를 물었다. 나 원내대표는 구급차를 불러 검사 받을 것을 재차 요청했지만, 이 의원은 완강했다. 그는 "괜찮으니 돌아가시라"며 손을 저었다.
27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해임을 촉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이 의원의 천막에 한국당 원내지도부가 방문했다. 나 원내대표를 비롯해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김정재·김도읍·정유섭·전희경·윤종필·이종구·이종배 의원 등이 방문해 이 의원의 건강을 염려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모두 이 의원이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 받기를 권유했지만, 이 의원은 완강히 거부했다. 나 원내대표는 "구급차가 곧 온다는데도 안 가신다"며 "대통령이 사람을 잡는다"고 성토했다.
13일째 국회 앞 천막 단식 농성을 이어가는 이 의원의 모습은 한 눈에 봐도 굉장히 수척해 보였다. 머리는 하얗게 센 모습이었고, 건강 악화로 어두운 안색을 하고 있었다. 국회 사무처 소속 의무 실장이 들어와 일부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 의원 단식이) 13일이다. 13일"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께서) 검찰 수사 부분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이건 국민에 대한 전쟁 선포로 보인다. 실질적으로 지금 검찰 개혁의 방향은 대통령의 말씀으로 분명해졌다고 본다. 다른 게 아니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검찰 개혁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너무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 대통령께서 이 부분에 대해서 빨리 조 전 수석에 대해 파면해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27일 오후 이학재 한국당 의원이 13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두 차례 방문해 중단을 권유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문혜현 기자 |
이날 한국당은 바른미래당과 함께 조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고자 했지만, 유보하기로 했다. 나 원내대표는 "그건 국회 내에 민주당의 2중대, 3중대 정당만 있다 보니 실질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그들의 마음이 돌아올 때까지 더 시간을 보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조국 장관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선 엄정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라며 "사실관계 균형이나 조국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지도 검찰 수사 등 사법 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검찰이 해야 할 일은 검찰에 맡기고 국정은 국정대로 정상적으로 운영해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함께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는 26일 한국당 의원들이 조 장관을 향해 검찰의 수사 내용 등을 언급하며 비판한 데 따른 지적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이 의원의 단식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왔다 가셨다"며 "두 번 정도 왔다. 오늘도 들렀다 가셨다. 단식 중단을 권유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민주당 백재현·박병석 의원 등이 이 의원 단식 농성장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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