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최근 자택이 압수수색을 받았을 때 현장에 나온 검사 수사팀장과 통화한 사실을 시인하며, '수사 외압' 의혹이 일고 있다. 조 장관이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국회=배정한 기자 |
아내 전화 이어받아 통화…'위증 종용-수사 외압'에 같은 대처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제 처가 (검찰 압수수색에) 놀라서 연락이 와 (중략) 제 처가 매우 안 좋은 상태여서 배려를 해 달라고 말했다."(조국 법무부 장관, 9월 23일 자택 압수수색 당시 현장 검사 팀장과 통화 내용 일부)
"제 처가 (동양대 총장과) 통화하는 와중에 너무 흥분해서 달래는 차원에서 제가 통화를 이어갔다."(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9월 6일 인사청문회 당시 최성해 동양대 총장과 통화한 것에 대한 해명)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가 집중된 26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조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 당시(23일) 현장에 나와 있던 검사 수사팀장과 통화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곧바로 야당은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했고, 조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졌던 최성해 동양대 총장과 통화를 이용한 '위증 종용' 의혹 때와 유사한 해명을 내놨다. 아내가 먼저 통화를 하다가 말하기 힘든 상황이 생겨 본인이 통화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조 장관을 향해 "지난 23일 검찰이 자택을 압수수색 할 때 (현장에 나간) 검사와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조 장관은 "있다"고 답했다.
이에 주 의원은 "검사 인사권과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이 자기 집을 압수수색하는 팀장과 전화한 사실 자체가 불법"이라며 "엄청난 압력이고 협박"이라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장관의 자택에 들어가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검사 수사팀장에게 법무부 장관이 통화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는 그 자체는 압수수색팀에 엄청난 압력이고 협박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인사말을 듣지 않고 등을 돌린채 앉아있다. /배정한 기자 |
하지만 조 장관은 "그렇지 않다"며 "압수수색의 어떠한 절차에 대해서도 지시하거나 방해하지 않았다. 제 처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매우 안 좋은 상태여서 안정을 찾게 해 달라고 (검사에게) 부탁을 드렸다"고 강조했다.
주 의원에 따르면 조 장관이 시인한 압수수색을 나온 검사 수사팀장과의 통화는 검찰청법 위반,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수사) 지휘를 하지 않았다"며 "동의하기 힘들다"고 부인했다.
조 장관은 교수 시절이던 지난 2013년 5월 당시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담당했던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나자 SNS를 통해 "증거인멸 우려가 매우 높은 김용판, 구속수사로 가야겠다"고 했다.
과거와 현재가 다른 조 장관의 발언에 대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대정부질문을 중단하고 개최한 긴급의원총회에서 "본인은 과거 자신의 트위터에 김 전 청장이 권 전 수사과장에게 전화했다는 이유로 '즉각 구속수사 가야겠다'고 썼다"며 "명백한 수사 개입이자, 직권남용으로 탄핵 사유"라고 주장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미래당 원내대표도 입장문을 통해 "현직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현장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차분하게 해 달라, 배려를 해 달라'고 하는 것은 부탁이 아니라 부당한 요구"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별 수사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한 검찰청법을 정면으로 어긴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어 "조 장관은 그동안 수사에 개입하지 않았고, 보고도 받지 않았다고 수차례 주장했지만, 이 모든 말들이 뻔뻔한 거짓말이었다는 것이 명명백백하게 확인됐다"며 "조 장관이 법무부 장관의 지위를 이용해서 검찰 수사에 압력을 가해왔던 사실이 확인된 이상 이제 조 장관은 '해임 대상'이 아니라 '탄핵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은 교수 시절이던 지난 2013년 5월 트위터를 통해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맡았던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에게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나자 SNS를 통해 "증거인멸 우려가 매우 높은 김용판, 구속수사로 가야겠다"고 비판했다. /조 장관 트위터 갈무리 |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통화 사실보다 그 내용이 유출된 것에 집중하며, 화제 전환에 나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기헌 민주당은 의원은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수사상황이 이렇게 일일이 야당 특정 의원에게 공유되는 데 대해 대단히 놀랍고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지검장, 검찰총장은 수사팀 누가 특정 야당 의원과 사사건건 일일이 공유하는지 확인하고 응당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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