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전문가들은 현재 동북아 정세를 위기로 보고 잘 대처해야 한다고 의견을 나눴다. 25일 프레스센터에서 '전환기 국제질서와 북방 협력의 미래'세미나가 열렸다. /프레스센터=박재우 기자 |
"모호한 태도 말고, 명확한 방향 제시해야"
[더팩트ㅣ프레스센터=박재우 기자] 북미 실무협상이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동북아 정세는 여전히 위기 상황이다. 한일갈등은 최악의 상황이고, 지난 7월 중국과 러시아는 이 틈을 타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있어서 이들 관계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환기 국제질서와 북방 협력의 미래'에서는 전·현직 외교관, 외교 전문가들이 모여 동북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동북아의 전환기 국제질서' 주제발표와 패널 토론에는 백주현 전 주카자흐스탄 대사,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 권영야 외교부 유라시아 과장,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성원용 인천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현 상황이 '외교'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좀 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먼저,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미·중 간의 무역갈등의 현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 안에서 우리 외교가 가야 할 길에 대해 말했다. 위 전 대사는 "현재 압도적인 구도가 미·중 간 경쟁 때문"이라며 "냉전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것이 향후 우리 역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에서 우리 정부가 명확한 방향을 보여야고 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
이어, "하지만 한국 내에는 주요국 간 대립구도 속에서 적극적으로 대응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인식이 적다"며 "미·중 사이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모호하게 처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문제로 '사드' 문제를 예로 들었다.
위 전 대사는 우리는 미국과 동맹인 상황이라면서, "동맹을 기반으로 스탠스를 잡을 수밖에 없다"며 "그 기반 위에서 중국과 선린 우호 관계를 도모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트남과 일본, 호주, 인도 등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안에서 미국과 함께하고 있으면서 각자 입지와 이해에 따라 조금씩 다른 방향을 취하고 있다면서 "이들처럼 우리도 나름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좋다"며 "우리가 잘 대처한다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대처하기가 용이해진다"고 그만의 해법을 제시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마찬가지로 우리 외교의 위기라는 점에서 위 전 대사와 입장을 같이 했다. 진 위원은 "한국 외교가 변화에 대해서 너무 둔감하다"며 "너무 아전인수격으로 국제관계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기응변 전략이 부재하고 일관성이 부재했기 때문에 신뢰가 훼손된 상황"이라면서도 "이번 정부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외교가 일관성을 갖기 힘든 구조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5일 프레스센터에서 '전환기 국제질서와 북방 협력의 미래'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외교부 유라시아 과장도 참석했다. /프레스센터=박재우 기자 |
또한, 미·중 경쟁 상황에서 우리 외교가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중 갈등 안에서는 승패가 불안정해 보인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외교정책이 어려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진 위원은 "대립의 관계·마이너스 관계는 지양해야 하고, 우리가 동북아 질서를 안정화 시키고 협력적 관계를 유도하는 촉진자 역할을 해야한다"면서도 "우리의 현재 정책은 마이너스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최근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일어난 한일 갈등에 대해 "이번 갈등이 우리에게 동북아 정세에서 일본과의 전략적 관계를 재설정할 것인가는 물음을 던진 것"이라면서 "일본을 버리고 동북아 질서를 만들어 갈 것이냐는 질문인데, 우리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권영아 외교부 유라시아 과장도 참석해 '신(新)북방정책'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미·중러의 경쟁구도 안에서 한국 규모와 비슷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연대를 통해 경제적 활로를 찾는 모색 측면에서 이번 정부의 신북방정책을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재 외교의 시스템이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외교부, 국방부 등으로 분절적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군사안보 경제적 측면을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스템이 정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