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 인터콘티넨탈 뉴욕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한미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체제 구축 의지를 재확인했다. /청와대 제공

북미 대화 재개·한미동맹 등 의제 논의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9번째 정상회담은 북한 비핵화의 진전에 공감대를 이룬 것과 한미동맹을 지속해 강화시켜 나가기로 한 것이 성과로 평가된다. 다만, 기대를 모았던 미국의 새로운 비핵화 해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문 대통령은 23일 뉴욕 인터콘티넨탈 뉴욕 바클레이 호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예정된 45분을 훌쩍 넘긴 65분간 진행됐다. 지난 6월 이후 석 달 만에 다시 마주한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초읽기에 들어간 북미 대화 재개, 한미동맹 등을 의제로 올리고 심도 있게 논의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두 정상은 최근 북한의 대화 재개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대화가 조만간 열릴 것을 의식한 듯 그간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은 점을 언급하면서 "북한과의 관계는 매우 좋기 때문에 우리는 북한에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을 고려하지는 않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계도 좋다"며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두 정상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 정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의 상응 조치로 요구하는 '안전보장'에 대해 미국이 전향적 입장을 확인하고 나아가 진일보 가능성을 시시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북한에 대해 안전 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현재도 북한은 안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미국은 달리 이견이 없다는 것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임박한 시기에 진전된 성과를 내기 위한 미국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도 보인다.

앞서 북미 정상은 1차 회담을 통해 △북미 관계 정상화 추진 △평화체제 보장 △완전한 비핵화 △6·25 전쟁 전사자 유해송환 등 4개 항에 합의했다. 구체성이 부족한 포괄적 합의라는 지적 속에도 적대관계였던 북미관계의 대반전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었다.

싱가포르에서 대결 구도와 평화체제로 전환될 중대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미국이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서 공존과 협력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은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핵 협상이 원활히 재개되도록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 인터콘티넨탈 뉴욕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두 정상은 북미 간 대화 재개 국면에 접어든 시기에 북한이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다진 측면도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언급한 '새로운 방법론'에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두 정상은 북미 간 실무 협상 재개시 실질적인 진전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 방안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리비아 모델'(선 핵 폐기-후 보상)을 비판하고, '대북 슈퍼 매파'로 불렸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해임하는 등 새로운 방법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괄타결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한 대북 접근법을 언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북한에 손짓을 보내면서도 조심스럽게 단계를 밟아나가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그는 3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 북한과의 협상은 타결이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고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함으로써 우려를 불식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및 안보에 핵심축으로써 추후의 흔들림도 없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양국 간 경제 협력을 포함해 호혜적이고 포괄적인 방향으로 한미동맹을 지속·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지난달 22일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뒤 미국은 공개적으로 실망과 우려를 표해왔다. 동북아 정세에 관한 한미일 안보 공조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지소미아를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정상 간의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지소미아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 한미 간 현안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서는 한미 정상이 서로 기본 생각만 밝혔다.

shincomb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