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반복된 정치권 다툼에 '오갈데 없는' 민심
입력: 2019.09.23 05:00 / 수정: 2019.09.23 05:00
조국 법무부 장관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정치권에 실망한 국민들이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으로 이탈하는 추세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회동하는 모습. /국회=남윤호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정치권에 실망한 국민들이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으로 이탈하는 추세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회동하는 모습. /국회=남윤호 기자

전문가들 "무당층은 여당 지지 이탈한 것"…한국당 "무당층 흡수할 수 있을 것"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최근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층'이 증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지속된 정치권의 갈등과 조국 법무부 장관 논란에 따른 여권 중도 지지층의 이탈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야권에선 "무당층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S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 또는 '모르겠다'는 응답층이 38.5%로 가장 높게 나왔다(전국 성인 1026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다른 여론조사 기관 발표에서도 무당층은 증가 추세를 보였다. 리얼미터가 매주 발표한 주간동향 집계 결과를 토대로 7월 1주차부터 살펴본 결과 무당층은 7월 1~3주차 점차 하락하다가 증가세를 보였다. 이후 8월 3주 소폭 하락했지만, 조 장관 인사청문회를 두고 여야가 실랑이를 벌였던 8월 4주차와 9월 1주차에 대폭 상승했다.

무당층 증가를 놓고 전문가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3년차 증후군이라는 게 있다.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나 측근의 비리가 불거지기 시작하는 게 집권 3년차"라며 "그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무당층이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무당층이) 많아지는 건 이번 정권에 국한되는 건 아니다"며 "중요한 건 조국 사태로 3년차 증후군을 앓고 있는 현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앞으로 무당층의 비율이 더욱 커질 거라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사회에는 관성이라는 게 있다. (무당층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집권 2년차가 넘어가면서 검찰도 조사를 하고, 자율성을 갖고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적 무관심이 드러나는 것인가'라는 물음엔 "관심이 있어서 무당파가 되는 것"이라며 "지지하던 정당이 있었기 때문에 실망감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박 교수는 "만족하는 정당이 없고, 서로 싸움만 하니까 무당층이 생기는 것"이라며 "여권 일부 지지층이 이탈했다고 보여진다. 일탈했지만 갈만한 야당이 없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무당층의 한국당 흡수와 관련해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통화에서 "한국당이 중도층의 지지를 흡수하려면 탄핵에 대한 문제가 정리돼야 한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삭발까지 했지만,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와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사람이니 탄핵 사태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합리적인 유권자를 끌어들이려면 지나치게 좌파·우파 이념 논리에 파묻힌 모습들을 반성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당이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던지 해야 이탈한 사람들이 한국당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조 장관 사태를 계기로 정부여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한국당은 무당층 지지율 흡수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김세정 기자
최근 조 장관 사태를 계기로 정부여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한국당은 무당층 지지율 흡수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김세정 기자

여당은 무당층 증가 상황을 우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통화에서 "(무당층 증가는) 해석에 따라 다르다"며 "관련 자료를 조금 더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무당층 증가가) 환영할 일은 아니고 말 그대로 무당층인 것이지 바른미래당 지지자는 아니지 않나"라며 "당내 현안을 얼마나 슬기롭게 대처해나가느냐에 따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무당층 증가와 관련해 "결국은 국민들이 한국당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시리라 본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그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결국 민주당에서 이탈했지만, 우리에게 안오는 층들은 상당수가 촛불을 지지했거나 촛불 들고 나갔던 분들이라 생각한다"며 "(이분들을) 우리에 대한 지지로 전환시키는 데 있어선 우리 정당이 전 정권에서 잘못한 부분에 대한 반성이 있었느냐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우리가 잘못한 것부터 반성하는게 핵심"이라며 "부족했던 부분에 정책적으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은 보수통합의 기조가 돼야 할 것이고, 그 속에서 누군가는 헌신과 희생의 모습을 보여야할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여야는 우여곡절 끝에 9월 정기국회 일정을 합의했다. 오는 26, 27, 30일, 10월 1일까지 대정부질문을 진행하고 10월 2일부터 21일까지 국정감사가 실시된다. 하지만 조 장관 출석 문제로 여야 의견이 대립했던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은 10월 23일에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기국회 일정과 무관하게 조 장관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정조사 요구 등 야당의 반발은 지속될 전망이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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