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열의 정진기(政診器)] 민주당의 '개혁·민생' 외침, 진정성은 있나
입력: 2019.09.23 05:00 / 수정: 2020.01.31 18:16
야당을 배제한 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까. 앞으로 개혁과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8일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을 개최한 가운데 이해찬 대표가 모두 발언을 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야당을 배제한 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까. 앞으로 '개혁'과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8일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을 개최한 가운데 이해찬 대표가 모두 발언을 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협치' 없이 야당 비난 일색...국민 통합정치는 몽상인가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여야 정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른바 '조국 대전'으로 9월 2일 시작해야 하는 정기국회는 아직 문을 열지도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26일부터 문을 열기로 합의했지만, 정기국회에 임하는 여야 자세가 극과 극이어서 제대로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개혁을 명분으로 조 장관을 끌어안은 더불어민주당은 앞으로 개혁과 민생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회 의석수 과반이 되지 않는 여당(128명)은 독단적으로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진정성을 가지려면 '협치의 길' 모색이 절실하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없다. 9월 들어 민주당 대변인·원내대변인·부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논평·브리핑 중 24개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막말 비판 △한국당 장외투쟁 길거리 '쇼 정치' 비하 △한국당 의원들 삭발·단식 조롱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자녀 의혹 제기 등 한국당과 한국당 소속 의원들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민주당 원내사령탑인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9월 2일 정기국회 개회식을 한 이후 보름이 넘는 시간을 한국당은 불필요한 장외투쟁과 무책임한 정치공세로 일관했다"며 "정기국회 시작을 알리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조국 장관의 출석을 동의할 수 없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유로 인해 파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기국회가 제때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책임을 오롯이 한국당 탓으로 돌린 것이다. 그러면서 이 원내대표는 "난관이 많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고, 이 난관을 극복해내고 이번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민생국회로서의 유종의 미, 성과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또한 그는 "지금이 바로 정치, 사법, 국회에서 개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야당이 정쟁의 구렁텅이로 국회를 끌고 가려고 해도 의연하게, 꿋꿋하게, 단호하게 민생국회로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번 국회는 민생, 경제 활력, 개혁으로 일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계속 되는 삭발 릴레이. 지난 19일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삭발을 한 송석준·장석춘·최교일·이만희·김석기 의원과 손을 맞잡고 있는 나경원 원내대표. /이새롬 기자
한국당 의원들의 계속 되는 '삭발' 릴레이. 지난 19일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삭발을 한 송석준·장석춘·최교일·이만희·김석기 의원과 손을 맞잡고 있는 나경원 원내대표. /이새롬 기자

대의는 있지만, 방법론은 없다. 협치가 없는 국회에서 민생·개혁안이 통과되기는 요원하다. 올해 내내 정쟁으로 국회의 시간을 허비한 게 그 방증이다. 당장 나경원 원내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을 핑계로 조국 사태를 외면하는 여당은 지금 집에 큰 불이 났는데 빨리 살림하자는 격"이라며 "불부터 꺼야 한다. 조 장관을 파면하고 경제를 되살려야 한다"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결국 여당의 지금 모습은 겉으로 민생·개혁을 외치면서 속으로는 내년 총선 승리만을 염두에 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정략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내년 총선까지는 아직 7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남았다. 국회가 내년 4월까지도 지금과 같은 행보를 보인다면 국회에 대한 불신은 심각한 수준에 다다를 것이 분명하다. 이는 국민과 여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여당은 야당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협치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

야당도 국회 일을 내팽개치고, 장외투쟁에만 골몰하는 모습을 보여선 미래가 없다. 최근 하락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을 한국당이 제대로 흡수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은 대안 정당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적 토론은 없고, 진영대결만 남은 우리 국회에 사회 갈등 조정과 국민 통합의 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정녕 몽상(夢想)인 것일까.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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