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文대통령, 북미 중재 역할 주목…또 외교력 시험대
입력: 2019.09.17 05:00 / 수정: 2019.09.17 05:00
한반도 비핵화가 중대한 갈림길에 선 가운데 조만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주목된다. 지난 6월 2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친교만찬에서 건배하는 한미 정상. /청와대 제공
한반도 비핵화가 중대한 갈림길에 선 가운데 조만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주목된다. 지난 6월 2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친교만찬에서 건배하는 한미 정상. /청와대 제공

북미 대화 중재·촉진 나설듯…방위비 분담금 난제도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문제를 두고 다시 대화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주춤했던 한반도 평화시계가 다시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미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또는 촉진자 역할 등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미국 뉴욕을 방문한다. 이 기간 유엔총회에 참석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9차 정상회담을 한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하고, 한미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미 비핵화와 관련한 의견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16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유엔 총회가 함께 만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를 적극 지지하고 지원할 것"이라며 중재자 또는 촉진자 역할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북미 간에 실질적인 협상이 이루어져야 하고, 또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한반도의 평화 프로세스가 완성돼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교착국면에 빠졌던 북미대화도 '6·30 판문점 회동'이 성사되면서 한순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남·북·미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판문점 회동이 성사된 데는 북미 정상의 의지뿐만 아니라 대화 재개를 설득했던 문 대통령의 공이 컸다.

아이러니하게도 판문점 북미정상회담 이후 급물살을 탈 것 같았던 북미 간 대화는 진척이 없었다. 비핵화 해법에 이견을 보이며 대립했기 때문이다. 그간 미국은 일괄타결 방식의 '빅딜'을 북한은 단계적 방식의 '스몰딜' 해법을 고수해왔다.

좀처럼 비핵화 해법의 거리를 좁히지 못했던 북미가 실무협상에 긍정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새 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최근 북한 측이 이달 중 비핵화 실무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향을 밝혔고, 미국이 여기에 화답했다. 이달 말께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실무협상에서도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원인이었던 북미 간 비핵화 해법의 틈을 좁히는 것이 관건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구체적인 의제를 제시한 것을 고려해 비핵화 방식 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9차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비핵화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 비핵화 해법의 틈을 좁히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지난 6월 판문점에서 악수하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9차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비핵화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 비핵화 해법의 틈을 좁히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지난 6월 판문점에서 악수하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청와대 제공

북한은 16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우리의 제도 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제거될 때 비핵화 논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제도 안전'은 체제 보장을,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은 경제 제재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비핵화를 둘러싼 '중재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비핵화 시간표를 확정한 뒤 단계별로 비핵화 조치와 보상을 주고받는 '굿 이너프 딜' 카드를 다시 꺼내 들 수 있다. 또 북한이 '새로운 셈법'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체제 안전 문제와 대북 제재 완화를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가능성도 있다.

북미 간 신경전 끝에 어렵사리 대화 재개 조짐이 짙어지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어떤 방식으로든 비핵화 대화를 추동하기 위해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한미 관계가 냉각된 듯한 모양새여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향적 메시지를 도출하는 데 난제도 적지 않다.

우리 정부가 지난달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뒤 미국은 줄곧 실망감과 불쾌감을 표출했다. 이에 외교부는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를 불러 미국의 대외적인 불만 표출을 자제해달라고 할 정도로 한미 관계에 파열음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비 분담금도 껄끄러운 요소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때로는 동맹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미국을 더 나쁘게 대한다"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두고 동맹국을 비판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방위금 분담금 증액을 직접 거론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를 추동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정교하고 세밀한 외교력이 주목되는 이유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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