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하>] '재혼' 박수현 "이제 겨우 1패 했을 뿐"(영상)
입력: 2019.09.13 00:00 / 수정: 2019.09.14 00:11
박수현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지난 6월 국회를 떠나 고향인 공주로 돌아와 쉴틈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박 전 실장은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 패배와 관련해 이제 1패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충남 부여=이원석 기자
박수현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지난 6월 국회를 떠나 고향인 공주로 돌아와 쉴틈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박 전 실장은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 패배와 관련해 "이제 1패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충남 부여=이원석 기자

☞<상>편에 계속

3년 전 명함도 안 받아주던 그곳 "우리 수현이네~"

[더팩트ㅣ충남 부여=이철영·이원석 기자] 꼭 72일째다. 72일 중 해외에 다녀온 10일 제외하곤 60일 동안 60개 교회에서 새벽 기도를 했다. 좋아했던 술을 끊은 지도 70일째였다. 휴대전화엔 72일 동안의 일정이 빼곡하게 기록돼 있었다.

박수현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전 청와대 대변인)이 국회를 떠나 온전히 고향에 자리 잡았다. 혼자도 아니다. 그는 지난 9일 사랑했지만, 정치적 '불륜'으로 덧씌워졌던 김영미 전 공주시의원과 결혼했다. 혼자서 외롭게 싸워왔던 정치판, 이제 그에겐 든든한 동반자가 생겼다.

박 전 실장은 20대 선거 패배의 아쉬움을 "네 정치 인생에 1패를 했을 뿐"이라며 자신을 단련시켰다. 특히 그는 당에도 "정치인 인생 중에 1패를 아름다운 스토리가 되도록 도와주십시오"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더팩트>는 지난 10일 오후 충청남도 부여군에서 박 전 실장을 만나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결혼 소식이 전해진 직후로 그는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그러나 서울에서 가을장마를 뚫고 내려온다는 말에 1년 전 만남을 떠올리며 허락했다. 그렇게 마주 앉은 박 전 실장과 취재진은 약 2시간 30분 동안 결혼과 정치 등을 안주로 올려놓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박 전 실장은 패배 후 1년 1개월 동안 낙선인사를 했다. 그의 진심은 통했고, 지금은 지역민들이 누구보다 반갑워 한다고 했다. 취재진과 대화 나누는 박 전 실장.
박 전 실장은 패배 후 1년 1개월 동안 낙선인사를 했다. 그의 진심은 통했고, 지금은 지역민들이 누구보다 반갑워 한다고 했다. 취재진과 대화 나누는 박 전 실장.

◆1패는 아름다운 정치스토리의 초석

식탁에 마주 앉은 취재진과 박 전 실장은 음식을 앞에 두고 정치 이야기를 입에 올렸다. 그와 앉았으니 정치는 당연한 반찬일 수밖에 없다. 그는 정치에서 지금의 아내를 '불륜'의 대상으로 공격받아 패배하거나, 스스로 후보에서 물러났다. 쓴 술 한잔을 마신 격이다.

소주를 한잔 마신 박 전 실장. 그가 술을 끊은 지 꼭 70일 만에 마신 것이다. 멀리서 온 손님을 위한 배려였다. 성당에 다니는 그는 취재진이 "저희 때문에 금주가 깨져 죄송한데요"라고 하니, "이곳에 오며 기도했다. 저를 위해 멀리서 오신 분들인데 제가 소주 한잔 대접해야 한다고"라고 말했다. 웃음이 나왔다.

그는 두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1승(19대) 1패(20대)를 기록했다. 그에게 1패는 교훈과 함께 지금의 '박수현'을 만들었다.

박 전 실장은 "3년 전 부여·청양은 제 명함도 안 받아줬다. 정말로 자신할 수 있는데 분위기가 달라졌다"라며 "20대 때 20%를 목표로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40%의 지지를 보내줬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근소한 차이로 졌다. 떨어진 이후에도 낙선 인사만 1년 1개월을 했다. 그때 주민들이 3일만 늦게 선거했어도 이겼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 선거 이야기를 할 때 식당 주인이 반갑게 인사하며 들어왔다. 식당 주인은 취재진을 보더니 "우리 의원님 제가 제일 사랑하는 분이에요. 정부는 안 좋아하지만, 우리 박수현 님만 당선되면 돼요. 사랑해유~~"라고 응원했다. 박 전 실장도 기분 좋게 웃었다.

그는 20대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청와대 대변인으로 들어가기 1년 1개월 동안 후보처럼 살았다. 박 전 실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청와대 대변인이 되기 하루 전에도 면 소재지 형님들과 치킨집에서 맥주를 마셨다. 그때 임종석 비서실장으로부터 전화가 왔고, 다음 날 청와대로 출근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에서 전화가 왔다고 양해를 구하고 밖에서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들어오니 '박 의원, 뭔일이여' '청와대서 왜?'라고 물어서 '행님들, 저 내일부터 청와대 대변인라네유~'라고 말해 또 축하 파티를 벌였다"고 회상했다.

박 전 실장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TV에 자주 나오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고 했다.
박 전 실장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TV에 자주 나오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고 했다.

◆당선되는 곳으로 옮기면 '배신'이다

청와대 대변인이 된 후 주민들에게 그는 '핵인싸'가 됐다. 방송에 나오는 그를 보며 주민들은 '우리 수현이가 나왔네~' '우리 수현이네' '수현이가 TV 나오네~' 등의 반응을 보이며 3년 전과 다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시골 분들은 TV 나오는 게 최고여~. 사람들이 '청와대 대변인이랴~' 이런다. 인지도가 급상승했다"라며 충청도 특유의 구수한 사투리로 말했다. 특히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으로 주민들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박 전 실장은 안 전 지사와 친구였기에 도민들의 반응을 누구보다 실감했다.

박 전 실장은 "당시 주민들이 '안희정은 저렇게 됐지만, 넌 살아야 해' 이거였다. 안 전 지사에 대한 박탈감이 제게 쏠렸다. 그런데 '불륜' 프레임으로 저까지 넘어지고 말았다"라며 "그때 도민들의 심정은 '왜 충청은 사람만 키우려고 하면 저렇게 죽이나'라는 감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대변인 당시 박 전 실장. /청와대 제공
청와대 대변인 당시 박 전 실장. /청와대 제공

사실 지난 20대 선거 당시 그는 당으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공주가 선거구획정으로 불리해지자, 당선이 거의 확실한 곳으로 옮길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거부했다. 왜 그랬을까.

그는 "당시 당에서는 개혁공천으로 충청도의 다른 지역구로 공천하려 했다. 그래서 제가 원래 지역으로 공천해달라고 설득했다"면서 "당을 설득한 논리가 뭐였냐면, 해방 이후 처음으로 공주에서 우리 당을 뽑아줬는데 좀 어려워졌다고 다른 지역구로 가면 공주시민에 대한 배신이다. 공주시민들이 느낀 배신감 어떻게 감당하냐"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85세 노모와 공주에서 함께 살았다. 그런데 제가 다른 지역구 배지 달고 어머니 보기 위해 도둑고양이처럼 새벽에 공주에 와야 한다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공주에서 어머니와 당당하게 재미있게 살게 해달라고 당에 이야기했다"며 해맑게 웃었다.

박 전 실장은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논란과 관련해 검찰개혁은 조 장관이 민정수석 당시 설계했고, 진행해왔다. 이제 완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실장은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논란과 관련해 "검찰개혁은 조 장관이 민정수석 당시 설계했고, 진행해왔다. 이제 완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은 '전광석화'여야…검찰개혁 '조국'이 완결해야

주제를 최근 정치권의 논란으로 바꿨다. 청와대 1기인 박 전 실장의 의견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보수 야당은 조 장관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도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의혹을 받는 조 장관을 끝까지 밀어붙인 문 대통령의 의중을 그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개혁은 전광석화여야 하고, 전략적 이어야 한다. 역대 개혁을 가장 잘한 정치인 꼽으라면 주저 없이 YS(고 김영삼 전 대통령)다. YS는 역사 청산,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등을 전광석화처럼 했다"면서 "개혁은 대통령 취임 1년 안에 전광석화로 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두 가지는 '국민의 전폭적 지지'와 '권력기관의 힘'이다. 국민의 전폭적 지지는 권력기관이 꼼짝 못 할 정도여야 한다. 따라서 권력기관이 개혁의 대상인만큼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1년 이내에 전광석화처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지난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그는 "문 대통령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권력기관 개혁을 옆에서 지켜봤고, 그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을 것"이라며 "따라서 검찰개혁을 하려면 할 수 있는 사람을 앉힐 수밖에 없다. 검찰개혁은 조 장관이 민정수석 당시 설계했고, 진행해왔다. 이제 완결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조 장관일 수밖에 없다"라면서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밀리면 정권이 무너진다'는 차원은 아니라고 보았다. 오히려 "한 번도 못 한 검찰개혁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안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 임명을 고심하며 '임명'과 '철회' 두 개의 연설문을 준비했다. 그에 따르면 만약 문 대통령이 조 장관 임명을 철회했다면 '레임덕'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권력의 속성이고 야당이 그렇게 선의로 협조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어 "노 전 대통령 때를 반면교사로 삼은 문 대통령께서는 여기서 밀릴 수 없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전 실장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결혼에도 정치가 있었고, 정치에는 지금의 아내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불리했다. 아내도 없지, 자식도 없지, 직계존비속이 없다. 오로지 혼자였다. 그런데 이제 제 아내가 생겼다. 적어도 이제 제가 부여에 있을 때 청양에 가줄 조력자가 생긴 것이다. 너무나 감사하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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