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文대통령, 조국 장관 임명... 국민은 '냉탕'과 '온탕'사이
입력: 2019.09.10 05:00 / 수정: 2019.09.10 05:00
<더팩트>는 조국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던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 나가 시민들의 반응을 살폈다. /광화문=이원석 기자
<더팩트>는 조국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던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 나가 시민들의 반응을 살폈다. /광화문=이원석 기자

"文대통령, 국민 배신했다" vs "조 장관 정도면 양호"

[더팩트ㅣ광화문·신촌=이원석 기자] "이번 과정을 통해 공평과 공정의 가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평범한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상실감을 다시 한번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무거운 마음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배우자가 기소되는 등 여러 논란에 휩싸인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2017년 취임식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평등, 공정, 정의 등과 관련해 논란에 휩싸인 조 장관에게 임명장을 건넸다.

그 시각 <더팩트>는 서울 광화문에 나갔다. 마침 그곳에서 만난 한 시민도 문 대통령의 취임사를 언급했다.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졌다는 이 시민은 "평등과 공정과 정의를 문 대통령이 완벽하게 짓밟아버렸다. 없던 걸 있다고 해놓고, 결국엔 없다고 보여주는 게 더 잔인한 것"이라고 탄식했다. 울분을 토한 그는 "지지해준 국민들을 배신했다"고 일갈했다.

전날(8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 장관 임명에 대한 찬반 여론은 찬성이 51.8%, 반대가 45.0%로 나타났다(전국 성인남녀 503명 대상, 응답률 6.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그러나 서울 시내에서 직접 만나 들어본 조 장관 임명에 대한 여론은 더 안 좋았다.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광화문에서 만난 회사원 정모(여·34) 씨는 '조 장관 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먼저 "헐. 진짜 임명했어요?"라고 되물었다. 정 씨는 "진심으로 이해가 안 된다. (임명) 안 할 줄 알았다"며 "위선적이다. 깨끗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똑같다"고 비판했다.

부산에서 여행을 위해 올라왔다는 신모(남·52) 씨는 "요즘 여당을 보면 코미디"라며 "자신들이 임명한 사람(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호되게 당하곤 이젠 최대의 적으로 대한다. 무능한 건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신 씨는 "대통령이 국민들 뒤통수를 제대로 쳤다"며 "친척들 중에도 문 대통령을 뽑았다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젠 다 실망스럽다고 한다"고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여러 의혹에도 조 장관을 임명한 이유에 대해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30대 남성은 이에 대해 "배우자도 기소됐고, 본인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인 사람을 임명한 것 자체가 가장 나쁜 선례가 된 것 아닌가"라며 "적어도 내 기억 속에서 이 정도로 시끄러운 데도 임명된 사람은 없었다. 여야가 바뀌었을 때가 더 두렵다"고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과천=이덕인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과천=이덕인 기자

문 대통령은 또 국민과 약속했던 '권력기관 개혁'의 마무리를 위해 조 장관을 임명한다고 했다. 이모(남·48) 씨는 "검찰개혁을 조 장관밖에 못하는 거냐"라며 "검찰을 가장 큰 적으로 만들어놓고, 이 사람들이 무슨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또 "검찰이 수사까지 벌이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누가해도 더 낫지 않겠냐"라며 "자기 아니면 안 된다는 그 사고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임명을 환영하는 견해도 있었다. 회사원 이모(여·36) 씨는 "본인에 대한 건 없고 가족들에 대한 얘기(의혹)만 잔뜩 있는데, 임명하는 게 당연하다"며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딨겠나. 조 장관 정도면 양호하다. 언론과 검찰이 부풀리는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50대 남성도 "검찰이 작정을 하고 조 장관을 끌어내리려고 한다"며 "의혹들은 청문회에서 다 해명됐고, 조 장관보다 검찰개혁을 더 연구한 사람은 어디도 없을 거 같다. (임명은) 잘 한 것"이라고 조 장관 임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더팩트>는 9일 오후 신촌을 찾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한 대학생들의 견해를 들었다. /신촌=이원석 기자
<더팩트>는 9일 오후 신촌을 찾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한 대학생들의 견해를 들었다. /신촌=이원석 기자

조 장관의 여러 의혹 중 가장 시끄러웠던 건 딸과 관련된 의혹들이었다. 검찰로부터 기소된 조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의 사문서 위조 혐의도 딸에게 위조된 표창장을 수여했다는 의혹에서부터 출발했다. 취재진은 대학가가 몰려 있는 신촌으로 자리를 옮겨 청년들에게 조 장관 임명에 대해 물었다.

연세대학교 3학년이라는 심모 씨는 "허무하다. 젊은 사람들이 하나 갖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들을 지위가 있는 사람들의 자녀들은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에 정말 놀랐고, 절망스러웠다"며 "(조 장관이) 임명됐다는 걸 들으니 허무한 마음은 더 커진다. 저 사람들은 그런 일(의혹)들이 드러나고도 장관이 될 수 있는 세상이구나 싶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생도 "문재인 정부에 많은 지지가 있었던 건 '이들은 좀 다르겠지', '좀 깨끗하겠지', '국민과 더 소통하겠지'라는 기대감에서였는데, 결국 다 똑같은 사람들이었다"며 "지난 정부 땐 한 사람(최순실 딸 정유라)을 위치와 권력을 이용해 부정 입학한 사람으로 만들었는데, 이 정부 핵심이라는 사람도 결국 똑같은 삶을 살고 있었고, 그 사람이 결국 오늘 장관이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화여대 1학년이라는 이모 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이 씨는 "진짜 혐오스럽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이렇게하고 또 국민, 국민 거리며 국민 핑계를 대는 정치인들이 가증스럽다"고 문재인 정부를 향한 부정적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편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임명한 이날 조 장관의 모교이자 직장인 서울대학교에선 '제3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가 열렸다. 5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참석자들은 '법무장관 자격없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 등 피켓과 촛불을 들고 조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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