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조국 정국에 '배수의 진' 친 민주당…왜?
입력: 2019.09.08 00:00 / 수정: 2019.09.08 00:00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며 원팀을 강조했지만,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6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인사하는 조 후보자. /배정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며 '원팀'을 강조했지만,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6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인사하는 조 후보자. /배정한 기자

전문가들 "'여기서 밀리면 다 죽는다' 생각한 듯"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종료 직후 검찰의 조 후보자 아내 정경심 씨 기소 소식에 더불어민주당이 배수의 진을 친 모양새다. 검찰의 조 후보자 주변 수사를 정치적 행위로 규정하며 임명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 청문회가 끝난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쉬운 건 서초동에 있어야 할 검찰이 여의도 청문회장까지 왔다는 점"이라며 "지극히 불행한 일이고 정치검찰의 잘못된 복귀가 아니기를 바란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이재정 대변인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 기소로 검찰 개혁 필요성이 명백히 드러났다. 부산의전원 입학을 위한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검찰 밑천의 초라함과 악랄한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라고 비난했다. 사실상 검찰의 이번 기소를 '정치검찰의 무리한 기소'라고 규정한 것이다.

일각에선 민주당의 이런 태도를 놓고 "조국이 무너지면 정권이 무너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권의 아이콘인 조 후보자가 불명예 낙마하게 되면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올 것이란 프레임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최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조 후보자 지원 사격에 나서면서 여권 지지층이 더욱 결집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왼쪽)은 최근 조 후보자와 관련한 검찰 수사 등에 비판적 의견을 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오버하지 말라고 말했다가 민주당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과 같은 당 전재수 의원의 쓴소리를 들었다. /더팩트 DB
박용진 민주당 의원(왼쪽)은 최근 조 후보자와 관련한 검찰 수사 등에 비판적 의견을 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오버하지 말라"고 말했다가 민주당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과 같은 당 전재수 의원의 쓴소리를 들었다. /더팩트 DB

◆박용진, 내부 비판에 "번지수 잘못 찾았다" 역공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최근 유 이사장에게 "오버하지 말라"고 했다가 연일 문자 폭탄을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유 이사장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조 후보자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놓고 "충정은 이해를 하나 아주 부적절하고 심각한 오버였다"며 비판적 의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다음 날(30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유 이사장을 향해 "편들어주시는 건 고맙게 생각하지만 유 이사장은 민주당 당원이 아니니 오버하지 말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도와주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한 번에 검찰과 언론, 대학생이 모두 등 돌리게 만드는 일을 하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해당 발언의 후폭풍은 엄청났다.

박 의원과 71년생 동갑내기 의원인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가 정치하면서 모름지기 때를 알고 나서야 하지 않을까. 가능하면 예의라는 것도 좀 갖춰야 하지 않을까"라며 "자네의 오버하지 말라는 발언은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제발 오버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민주당 누리집 당원 게시판에는 박 의원을 향해 "사과를 요구한다", "징계가 필요하다"는 등 거친 글들이 다수 게재됐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공정함을 생명으로 하는 법무장관으로서 큰 흠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정한 기자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공정함을 생명으로 하는 법무장관으로서 큰 흠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정한 기자

박 의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 2일 같은 방송에 출연해 "제가 드리는 말씀이 우리 당 일부 지지자들 귀에 거슬리더라도 그것이 당이 제대로 가기 위한 국민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의견"이라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귀에 거슬리는 소리, 입에 쓴 말을 하는 사람이 충신"이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문자 보내시는 분들 역시 제게 쓴 소리를 하는 것"이라며 "문자나 댓글이 너무 많아서 다 읽지는 못하지만 감사하게 생각하고 당이 제대로 가고,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는 길을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도 6일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조 후보자는 결점이 없다, 위법이 없다고 말을 했는데, 상식에 맞지 않는 답변"이라며 "또 조 후보자는 자신이 금수저는 진보면 안 되냐, 강남좌파는 많을 수록 좋다고 했다. 역시 엉뚱한 답이다. 조 후보자가 올린 SNS에 비난이 쏟아지는 건 우리 편과 남의 편의 기준이 다르다고 편가르기를 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느 편이냐에 따라 잣대가 달라졌다는 건 공정함을 생명으로 하는 법무장관으로서 큰 흠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같은 당 김종민 의원이 금 의원의 발언을 지적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지금 조 후보자에게 25일간 쏟아진 수많은 공격과 비난, 5%의 허물과 95%의 허위사실과 공격 중에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5%의 허물을 얘기해야 하나"라며 "금 의원을 탓하는 게 아니고 그의 말과 김종민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국회 속기록에 기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4일 오전 국회 정론관 현안 브리핑 직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국회 기자간담회 관련 취재진의 장소 대여 내규 위반 질의에 이러니 기레기 소리를 듣는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새롬 기자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4일 오전 국회 정론관 현안 브리핑 직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국회 기자간담회 관련 취재진의 장소 대여 내규 위반 질의에 "이러니 기레기 소리를 듣는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새롬 기자

◆ 대변인들 '언론과의 설전'…"이러니 기레기 소리 듣지"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최근 취재진과 설전을 벌여 주목받았다. 이 대변인은 지난 4일 현안 브리핑 후 모 매체 기자들과 만나 질문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기레기'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기자는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관련 국회 회의장 이용에 대한 질문을 했지만 이 대변인은 방송 출연 일정이 있다며 자리를 떠나려 했고, 가려는 이 대변인을 따라가며 방송 촬영을 이어가자 "이렇게까지 하니 기레기라는 말을 듣는 것 아닌가"라고 말해 파장이 일었다.

이에 민주당 출입기자 반장단은 이 대변인의 공식 사과와 당 차원의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반장단은 "이 대변인은 대변인으로서 제대로 된 답변 대신 조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취재 행태를 비판하며 훈계조의 발언으로 일관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대변인은 SNS에 올린 글에서 "'황(교안) 대표 나(경원) 대표 경찰 출두 촉구' 브리핑을 마치고 나서며 백브리핑 요청을 받은 것"이라며 "막 하고 나온 브리핑 내용도 아니고, 방송 출연이 늦어 서둘러 나서야한다고 문 밖으로 급히 나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흡사 질문에 대답을 미루고 도망가는 모습을 찍어 이런 모습을 특정 인상으로 남기려는 의도였을 것"이라며 "그 행태에 항의하고 관련 영상을 쓰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러니 기레기라는 말 듣는거 아닙니까'라는 말을 한 것은 깊은 유감을 표하겠다. 그러나 이런 내용의 취재를이런 방식, 범죄자를 대하듯 쫓아 비겁한 영상을 쓴 것 등은 그런 용어 안에서 비판받고 있는 질낮은 취재"라며 "질낮은 취재에 대한 반성 없이 사건을 부풀리며 호도하려는 것에는 더욱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 대변의 설전 이후 브리핑에 나선 홍익표 수석대변인도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에 대한 일부 언론 보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민주당 주최 아래 개최한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를 비판하는 기사 등을 놓고 "마치 의원과 후보자의 관계를 상하관계, 종속관계처럼 그렇게 비틀어서 기사를 쓰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런 식의 기사는 쓰지 마시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정치 전문가들은 조 후보자와 관련한 민주당의 태도를 놓고 민주당이 조 후보자 지키기를 문 대통령 지키기라고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6일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 머리카락을 넘기는 조 후보자. /배정한 기자
정치 전문가들은 조 후보자와 관련한 민주당의 태도를 놓고 "민주당이 '조 후보자 지키기를 문 대통령 지키기'라고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6일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 머리카락을 넘기는 조 후보자. /배정한 기자

◆ 전문가들 "민주당, 조국 한 몸처럼 보호해"

최근 내부 비판은 물론 언론의 보도 행태를 지적하고, 나선 민주당을 향해 정치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김병민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박용진 의원 논란과 관련해 "그만큼 이번 사건이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만약 조 후보자가 무너지면 문 정부 전체의 운명까지 연결되는 프레임으로 설정된 것"이라며 "여권 일각에선 박 의원의 발언들이 그것을 무너뜨릴수 있다는 판단이 나와서 해당행위 비슷하게 바라보는 것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지금 여권의 프레임과 다르게 조 후보자를 보는 국민의 불공정에 대한 생각, 분노 등이 있다. 최종적으로 검찰 수사 결과 불법사항이 나오고, 여론이 변하는 순간 (조 후보자를) 한 몸처럼 보호한 민주당이 존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박 의원의 발언은 (민주당을 향한) 방파제 역할을 했던 것"이라며 "소장파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당의 쇄신과 혁신을 이끌어 내고 문제가 있다면 한 발 더 도약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민주당이 정치권의 자정작용을 스스로 말살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평론가는 이 대변인과 관련해선 "이미 입법부 배지를 단 의원들은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며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조 후보자를 위해 국회를 내어줬다"며 "분명히 청사 내규를 위반한 내용이라고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도 말했다. 그것을 비판해서 더 뼈아프게 반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통화에서 "조국 지키기가 거의 문 대통령 지키기와 동일화돼서 '여기서 밀리면 우리 다 죽는다'는 집단적 위기의식 같다"며 "두 번째는 선악의 이분법에 기초한 것이다. '우리는 항상 선이고, 저들은 악이기 때문에 저들의 비판에 밀려서 그만두면 악에 지는 것이란 생각이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자기 비판은 다 공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저는 이걸 '자폐적 진영 논리'라고 하는데 안에서 잘못되면 지적이 나오는 게 합리적인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변인들과 언론이 각을 세우는 이유와 관련해선 "조 후보자 비판을 가짜뉴스로 만들어 버린다"며 "기자간담회에서 조 후보자가 '명백한 허위에 기반한 가짜뉴스'란 말을 해서 '그런 게 뭐가 있느냐' 물어보니 포르쉐, 여배우라고 말했다. 그건 언론에서 낸 게 아니라 유튜브에서 나온 거였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민주당 의원들이)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눈치 보는 것도 있을 것"이라며 "정당도 민주주의가 돼야 하고 문제가 있으면 안에서 논의를 하고 집단적으로 옳은 방향이 뭔지 논의를 거쳐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전혀 안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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