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비하인드] 해리스 대사, 안보행사 대신 '쉑쉑버거' 식사?
입력: 2019.09.06 05:00 / 수정: 2019.09.06 16:39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지난달 29일 안보 일정을 취소하고 쉐이크쉑 개점식 참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쏠린다./해리 해리스 대사 트위터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지난달 29일 안보 일정을 취소하고 쉐이크쉑 개점식 참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쏠린다./해리 해리스 대사 트위터

SPC 쉐이크쉑 측 "식사만 하고 가"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의 지난달 29일 두 개의 안보 일정을 취소하고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쉐이크쉑' 종로점 개점식 참석해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더팩트> 취재 결과 해리스 대사는 매장 오픈 행사 후인 오후에 직원들과 식사를 하고 떠났다. SPC 관계자는 해리스 대사의 방문에 대해 "오픈 행사는 오전 11시에 진행했지만, 그땐 오지 않았고 오후 1~2시 반쯤에 와서 식사를 하고 다녀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 한 번 온다고는 했고, 쉐이크쉑' 강남점(1호점) 오픈 당시 전직 대사분이 왔던 적이 있었다. 식사 겸해서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쉐이크쉑 측에서는 해리스 대사의 방문을 홈페이지 등에 공식 게재했느냐는 질문에 "사진 같은 것은 배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군대사가 예비역 군인 단체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 주최 강연에 참석하기로 돼 있었지만 취소됐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제공
해리 해리스 주한미군대사가 예비역 군인 단체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 주최 강연에 참석하기로 돼 있었지만 취소됐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제공

앞서, 지난달 22일 청와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발표 이후 미국이 공개적으로 우리 정부에 대해 불만을 표출해 오자 우리 외교부는 지난달 28일 해리스 대사를 불러 부정적 표현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사실상 '초치(招致·불러서 항의함)'로 해석됐다. 이후 해리스 대사는 한국과 관련된 안보 관련 공개 행보를 자제하면서 불만을 표출하는 행보를 걸었다. 쉐이크쉑 버거 매장을 찾은 것도 불만 표출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다.

해리스 대사가 쉐이크쉑 매장을 찾은 이날은 애초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최 'DMZ평화경제국제포럼'과 예비역 군인 단체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 주최 강연에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해리스 대사는 안보 행사를 취소한 뒤 쉐이크쉑 10번째 오픈점인 서울 종로구점을 찾았다. 해리스 대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개점 행사에 다녀왔다"며 "100% 미국산 앵거스 소고기를 쓰는 맛이 좋다 축하를 전한다"고 게시했다.

DMZ평화경제국제포럼을 개최한 KIEP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해리스 대사의 불참에 "행사 전날 통보했고 이유는 알 수 없다"며 "다른 주한외국공관장과 마찬가지로 연사가 아닌 일반 참석자로 참석하기로 했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는 "한미동맹관련된 안보상황 때문에 당일(지난달 29일) 예정됐던 강연을 취소하게 됐다"며 주최 측에서 먼저 취소를 제안했느냐는 질문에 "(취소에 대한 입장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대답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4일 몰디브에서 신봉길 주 인도 대사와 보트에 앉아 있는 모습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 /해리 해리스 대사 트위터
해리스 대사는 지난 4일 몰디브에서 신봉길 주 인도 대사와 보트에 앉아 있는 모습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 /해리 해리스 대사 트위터

해리스 대사의 초치 이후 안보 행사 불참과 관련해 신범철 아산연구소 안보통일센터장은 "지소미아에 대한 미국의 불편한 입장을 표현한 것"이라며 "지난주에 예고된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에 대한 항의 표시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보 행사를 취소하고 미국 햄버거 가게를 찾은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불편한 마음을 그렇게 표현했을 것"이라며 "그렇게 명분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뭐 쉐이크쉑 버거 음식점에는 갈 수야 있겠다"면서도 "안보 행사를 초청받았는데 취소됐으면 (미국의)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 대사관 측은 통화에서 "쉐이크쉑 10번째 오픈식 일정은 원래 예정됐던 일정이고 재향군인회 일정도 그쪽에서 취소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해리스 대사는 5일 열린 서울안보대화(SDD) 개회식에 참석하지 않고, 몰디브에서 열리는 '인도양 콘퍼런스 2019'에 참석함에 따라 로버트 랩슨 주한 미 부대사가 참석했다. 이 행사에는 통상 미국 부차관보급 인사가 참석해왔다.

이를 인식했는지 해리스 대사는 지난 4일 몰디브에서 신봉길 주인도대사와 보트에 앉아 있는 모습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 이 트윗에서 "신 대사와 몰디브 해병대 사령관을 만났다"며 "옛 친구들과 상봉하니 행복하다"고 전했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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