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이만희 원내대변인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 조율을 위한 원내대표 회동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
나경원 지도부 향해 "임명강행 판 깔아줬다" 비판… '사퇴' 요구도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오는 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한 가운데 한국당 내부에선 "임명 강행의 판을 깔아줬다"며 나경원 지도부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이인영·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4일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진 뒤 6일 하루동안 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나 원내대표는 합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조 후보자만을 대상으로 해서 청문회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부적격한 후보의 실체를 드러낼 수 있다고 판단해서 더 이상 증인을 고집하지 않고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당 내부에선 사실상 증인 없는 청문회가 열리는 것에 나경원 지도부 비판을 넘어 사퇴까지 거론됐다.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담당하는 법제사법위원회 한국당 위원인 장제원 의원은 SNS를 통해 "백기투항식 굴욕적 청문회에 합의했다"고 규정했다. 장 의원은 "증인채택 안건조정원회라는 '해괴망측'한 꼼수로 핵심증인들을 뒤로 빼돌리며 시간만 끌었던 민주당, 국회 사무총장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일방적 국회난입 기자회견을 하고 떠난 무도한 조 후보자, 국회에 단 3일의 기간을 주며, '조국 임명강행 통보용'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한 막나가는 청와대, 이런 상황에 또 다시 맹탕에 맹탕을 더한 '허망한 청문회'를 통해 임명강행에 면죄부만 주는 제1야당이 어디있냐"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4일 비공개 회동을 통해 오는 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새롬 기자 |
그는 "이미 물 건너 간 청문회를 해서 그들의 '쇼'에 왜 판을 깔아주려고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다"며 "이틀이 보장된 청문회를 하루로, 단 한 명의 증인도 없는 청문회에 어떻게 합의를 할 수 있는지 도대체 원내지도부의 전략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역시 법사위 위원인 김진태 의원도 SNS에 "청문회 말만 들어도 짜증난다. 하려면 진작 했어야지 이미 물건너갔다"며 "셀프청문회 다 했는데 이제 무슨 청문회인가. 국회가 그렇게 무시당하고도 또 판을 깔아준단 말인가"라고 나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가족사기단의 범죄행각이 시시각각 드러나는 판에 한가하게 청문회 할 때가 아니"라며 "더불당(민주당) 괜히 청문회 하자고 쇼하지 말고 이제부턴 특검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SNS를 통해 나 원내대표를 겨냥하며 "오늘(4일) 야당 원내대표의 행동을 보니 여당 2중대를 자처하는 괴이한 합의"라며 "무슨 약점이 많아서 그런 합의를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나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마치 조국 임명의 정당성을 확보해 줄려는 '사꾸라(변절자)' 합의 같다"며 "더이상 야당 망치지 말고 사퇴하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청문회를 하건 안 하건, 어떤 의혹이 터지건 어차피 청와대에서 임명을 강행할 것이 뻔했다. 청문회가 열리면 명분만 만들어준다는 이유 때문에 반발이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도부도 국민 정서를 고려한 것 같다. 민주당에선 우리가 청문회를 피하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그건 전혀 아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놓고 민주당과 한국당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던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허탈감을 드러내며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 원내대표는 합의 타결 이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양당의 결정은 국회의 권위와 존엄을 실추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땅속에 처박는 결정"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벌이는 '반(反)헌법적 조국 지키기 쇼'에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