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조국 혈투' 여의도 혼전…"딱 조국 수준?"
입력: 2019.08.31 00:00 / 수정: 2019.08.31 00:00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청문회 개최 여부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이 회의 개최 1분 만에 산회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국회=남윤호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청문회 개최 여부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이 회의 개최 1분 만에 산회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국회=남윤호 기자

<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靑, 불편(?)한 매체 기자 질문도 안 받아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이번 주도 정치권 주요 뉴스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점령했습니다. 다양한 의혹제기, 의혹 규명을 위한 검찰의 대대적 수사, 야당의 사퇴 요구, 여당의 철벽 방어 등이 어우러져 '조국 혈투'가 벌어졌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간사가 어렵게 합의한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9월 2~3일)은 팽팽한 여야 대치 끝에 사실상 정상적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조 후보자를 지명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인사청문회 일정을 더 늦출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의혹의 핵심인 조 후보자 가족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으면 '맹탕 청문회'가 될 것이 뻔하다고 주장하는 야당의 주장을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청문화 무산' 책임론을 두고도 여야는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 청와대 관계자가 불편(?)한 매체 기자의 질문도 받지 않아 작은 소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럼 청와대 이야기부터 들어볼까요?

청와대 관계자가 출입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불편(?)한 매체 계열사 기자의 질문 요청을 받지 않아 뒤끝을 보였다. 청와대 전경. /더팩트 DB
청와대 관계자가 출입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불편(?)한 매체 계열사 기자의 질문 요청을 받지 않아 뒤끝을 보였다. 청와대 전경. /더팩트 DB

◆'괘씸죄?'…눈에 확~ 띈 靑의 '기자 패싱'

-청와대의 '기자 패싱'이라….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죠?

-네, 지난 29일 오후 춘추관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청와대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현안과 관련한 질문과 답변을 듣는 자리였습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여러 현안이 있잖습니까? 대표적으로 조 후보자와 관련한 논란, 일본과의 경제 갈등, 한미동맹 이상기류 등을 꼽을 수 있겠죠.

-사실 현안과 관련한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들을 기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청와대 관계자와 기자가 만났을 때가 가장 큰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기자들이 관계자로부터 발언권을 얻은 뒤 질문하거든요. 이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보수매체 계열사의 A 기자가 질문하기 위해 꾸준히 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관계자는 다른 기자들을 계속 지목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별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지목할 권한은 관계자가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죠, 그런데 청와대 관계자가 의도적으로 A 기자를 지목하지 않은 건가요?

-네, 문제는 A 기자가 마지막까지 홀로 손을 들며 발언권을 얻으려 했는데, 관계자는 질의응답 시간을 마쳤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애써 외면하는 듯한,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고의적인 행동으로 보였습니다. 당일 문재인 대통령의 일정이 없었을 뿐 아니라 다른 브리핑이 예정된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회의 등 어떠한 일정 때문에 미팅 시간을 끝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한 명이라도 더 질문을 받았던 것과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저뿐 아니라 타사 기자도 관계자의 이런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앞서 청와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과정을 잘못 보도한 일본 NHK에 근거해 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의 의견을 뒤집었다는 취지의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가짜·허구를 근거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 같다"고 말이죠. 이밖에 '웅동학원에 35억 원 떼인 동남은행 파산관재인이 문재인 변호사였다', '2017년 주영훈 경호처장 아내, 매주 경호처 교관에 개인 마사지 치료'에 대한 기사에도 반박했고요.

-오보의 사실관계를 바로잡거나 혹은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사실'이 아닌 보도를 국민이 잘못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비판 수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 결정하는 것도 청와대의 몫입니다. 하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남은 한 명의 질문을 받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당 매체와 같은 계열사라는 이유로 이른바 '괘씸죄'가 적용되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성실하게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관계자의 과거 발언이 무색해 보였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으로 출근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으로 출근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여야, '조국 청문회' 사실상 무산에 '네 탓' 공방

-조 후보자 가족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과 관련한 여야의 힘겨루기로 다음 달 2~3일로 예정됐던 청문회가 사실상 무산될 위기입니다. 국회 법사회 전체회의에서 해당 논의가 이뤄졌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네, 법사위는 당초 지난 29일 전체회의에서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계획서 및 증인 채택을 결정하려 했습니다. 인사청문회법상 증인에 대한 출석요구서는 청문회 5일 전까지 송달돼야 해 이날까지 증인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져 출석요구서가 전달돼야 다음달 3일 증인 출석이 가능했었는데요, 어떤 합의도 이루지 못하고 1시간 만에 회의가 종료됐습니다.

-야당은 조 후보자 의혹 규명을 위해선 딸을 제외한 부인, 동생, 모친, 전 제수는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굳히지 않았고, 여당은 '가족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며 2~3일 인사청문회는 사실상 무산됐고, 그 책임론을 놓고도 여야가 다투는 상황입니다.

국회 법사위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증인채택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야당은 조 후보자의 가족 일부를 증인신청했지만, 여당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허주열 기자
국회 법사위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증인채택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야당은 조 후보자의 가족 일부를 증인신청했지만, 여당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허주열 기자

-당시 법사위 회의에선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여야가 서로를 향해 조롱하는 발언도 주고받았습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를 할지, 말지 이야기는 자유한국당에서만 나왔다"며 "(보이콧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다른 당에 책임을 덮어씌우고, 호도하고 있다. 예의도 좀 지켜라, 여긴 민의의 정당이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예의 같은 소리 하네, 예의를 지키는 사람이어야지 참, 어이가 없다"며 "날치기를 밥 먹듯이 하는 정당이 민의의 정당? (민주당이) 국회법을 지킨 예를 찾기가 힘들 정도다. 딱 '조국 수준'"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결국 '가족은 절대 안 된다'는 민주당이 증인 채택을 최장 90일간 논의하는 안건조정위원회에 넘기는 방안을 요청한 것을 계기로 결국 법사위 회의는 파행 종료됐습니다.

-장 의원은 "두 얼굴을 가진 게 (조 후보자와) 똑 같네"라면서 "(안건조정위로) 청문회를 90일 끌자고? 참 정말 대단하네"라는 말을 남기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법사위 회의장을 떠났습니다.

-30일 오전 열린 법사위 회의도 여야 간사 간 어떤 합의도 이뤄지지 않아 1분 만에 산회했습니다. 한국당은 핵심 증인인 일부 가족이 출석하지 않으면 맹탕 청문회가 될 것이 뻔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이 완강히 거부해 조 후보자 청문회가 아예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과 정의당 등의 선거법 개정안 날치기 의결에 항의하고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 나서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지난 2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과 정의당 등의 선거법 개정안 '날치기 의결'에 항의하고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 나서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나경원 '눈빛 레이저', 장제원 '투서'… 정개특위 '아수라장'

-지난 2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야당 의원들의 상당한 반대 속 여당이 표결로 의결을 강행했는데요, 현장에서 난리가 났다고요?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겠지만 지난 4월에 이미 해당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놓고 여야가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던 터라 크게 낯설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여야간 분위기가 상당히 격앙된 상태였습니다

-영상을 통해 보니 상당히 많은 사람이 회의에 들어와있던데, 조금 더 자세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시겠습니까?

-네, 본격적으로 상황이 격해지기 시작한 건 한국당 의원들의 회의장 난입이 시작되면서부터였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국당 의원들이 나타나더니 회의장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손 피켓까지 들고선 회의장 사방을 에워쌌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들어오자마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 옆쪽에 섰는데요, 여당 의원들은 회의와 상관 없는 나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나가라"고 따졌습니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는 아랑곳하지 않았는데요, 그는 즉시 홍 위원장에게 '눈빛 레이저'를 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나 원내대표가 보수 진영에선 '나다르크'(나경원 + 잔다르크)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여전사 이미지가 강해서 들어와서 크게 소리를 치거나 강하게 항의할 줄 알았는데, 별다른 말 없이 홍 위원장을 그저 째려보고만 있는 게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보니까 나름 그의 강력한 표현 같기도 했습니다(웃음).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선거법 개정안을 표결로 의결한 뒤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선거법 개정안을 표결로 의결한 뒤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당시 정개특위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이 필사적으로 소리를 높이는 등 현장이 상당히 산만했지만, 실제 취재진에겐 오히려 조용했던 나 원내대표가 눈에 많이 들어왔습니다. 이날 나 원내대표의 의상색이 상당히 화려하기도 했고요, 또 그저 '눈빛 공격'이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상당히 매서웠습니다(웃음). 홍 위원장 역시도 나 원내대표의 시선이 너무 따가워서였는지 애써 외면하는 듯한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습니다. 홍 위원장이 민주당의 직전 원내대표였기 때문에 두 사람은 불과 얼마전까지 협상 파트너이기도 했는데요, 홍 위원장이 나 원내대표와 눈을 마주쳤다가 마음이 약해질 것을 우려했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장제원 의원의 목소리가 상당히 크던데요?

-그렇습니다. 한국당 간사이다보니 항의도 장 의원이 거의 나서서 했는데요, 혹시 선거법 개정안이 한국당 의원들의 반대 속에 최종 의결된 이후 장 의원이 소리를 지르며 책 한 권을 던졌던 장면을 기억하십니까? 대충 "쓰레기통에 버리라"며 장 의원이 한 책을 던졌는데요, 그 책은 '국회법 해설서'였습니다. 남의 책은 아니고요, 이날 장 의원이 직접 가져온 책이었는데, 상황이 격화되기 전에 장 의원은 "요즘 국회법을 들고 다닌다"며 해당 책을 펼쳤습니다. 국회법상 안건조정위 등으로 인해 당장 표결을 진행해선 안 된다고 설명하기 위함이었는데요, 결국 의결이 되자 장 의원은 자신이 가져온 책을 던지고 나간 것이었습니다.

-근데 재밌는 것은 오후에 조 후보자 청문회 논의를 위해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렸었는데, 장 의원이 이번엔 조금 더 얇은 국회법 해설서를 들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걸 보니 아무래도 오전에 두꺼웠던 책을 다시 회수하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웃음).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했는데 다른 사안으로 다시 또 해설서가 필요했던 장 의원도 대략 난감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남윤호 기자, 임세준 기자, 김세정 기자 (이상 사진영상기획부)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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