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의결된 뒤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
고성 난무… 한국당 의원들 난입해 피켓 시위까지
[더팩트|국회=이원석·문혜현 기자] "의결에 앞서 오늘 안건은 정치개혁 1소위 심사위 안건조정위에서 의결해 축조심사를 생략하고 의결하고자 하는 데 이의 없나. 찬성하는 분 기립해달라. 반대하는 의원들 기립해달라. 표결 결과를 말하겠다. 재석 19분 중 찬성 11분, 반대 없기 때문에 가결됐음을 선포한다."
29일 오전 11시 3분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4건의 선거법 개정안이 위원들의 '기립식 표결'로 의결됐다. 이날 정개특위는 지난 패스트트랙 통과 당시 '동물국회'를 그대로 재현했다. 회의장에 '선거법 날치기'라는 피켓을 들고 난입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고성을 질렀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홍영표 위원장을 향해 "대한민국은 국민의 나라다. 어디서 당신들 마음대로 하나. 대한민국 입법부가 민주당 것인가. 역사의 죄인이다"라고 소리쳤다.
회의 진행하는 홍영표 위원장. /남윤호 기자 |
이날 회의는 시작부터 의원들 간 갈등으로 번졌다. 안건조정위에서 올라온 선거법 4건을 토론하기 전 의사진행발언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안건조정위가 90일 이내에 한다고 하면 간사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반발했다.
김태흠 한국당 의원은 "숫자가 많다고 해서 표결로 처리하는 망나니 같은 짓 하는 게 역사에 부끄럽지 않나. 국회법을 지켜야 한다"며 "회의를 중지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선거관리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8월말 안에 의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마음을 열고 논의해보자. 개정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보자. 그 출발이 이번 의결이 돼야 한다. 위원장님께 빨리 의사진행해서 정개특위 의결을 빨리 해야한다"고 맞섰다.
그러자 한국당 의원들은 다시 언성을 높이며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했다. 계속된 의사진행발언으로 회의 진행이 지연되자 홍 위원장은 "효율적인 회의 진행을 위해 의사진행 발언 시간을 3분으로 제한하겠다"고 말하자 의원들은 "간사간 협의를 해야 한다", "의원의 언로를 막으면 안 된다", "원래 7분으로 해야 하는데 왜 제한하느냐"며 다투기 시작했다.
홍 위원장의 중재로 토론을 시작한 의원들은 말 그대로 '동물국회'를 재현했다. 김태흠 한국당 의원의 토론 발언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 정개특위 회의장엔 '선거법 날치기'라는 피켓을 든 나경원 원내대표와 한국당 의원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날치기 중지하라"고 소리치며 회의장 전면과 후면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생각에 잠긴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종민 의원. /남윤호 기자 |
민주당 의원들은 "나가세요 나가!"라고 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이 회의 자체가 불법"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급기야 나 원내대표는 직접 홍 위원장에게 다가가 "회의를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따지기도 했다. 이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나 대표 나가시라"며 회의 진행을 촉구했다.
홍 위원장은 "자리로 돌아가시라"고 말했지만 장 간사는 "못 돌아간다"고 목소리 높였다. 한국당 의원들은 "국가 정복 시도다", "민주주의 실종"이라며 소리치자 회의장은 의원들의 고성으로 아수라장이 됐다.홍 위원장석을 둘러싸고 장제원 한국당 간사와 김종민 민주당 간사, 나 원내대표가 둘러싸면서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김 간사는 "정상적인 회의 진행이 어렵다고 보고 토론 종결하고 의결하겠다"고 했다.
홍영표 위원장 자리에 한국당 의원들이 들고온 '선거법 날치기' 손 피켓이 올려져 있다. /남윤호 기자 |
대혼란 속에 홍 위원장은 의원들의 기립 표결로 토론을 종결시켰다. 바로 이어서 의결을 진행했다. 홍 위원장의 진행으로 심상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선거법 개정안을 비롯한 4건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의결됐다. 의결이 선포되자 한국당 의원들은 자리를 떴고, 장제원 의원은 국회법 책을 던지며 "이걸 오늘 쓰레기통에 집어넣은 세력이 민주당과 정의당, 바른미래당 일부 세력이다"라며 회의장을 떠났다.
회의 소회를 각자 발표한 민주당 의원들은 "고생했다"며 인사를 건넸다. 회의장에 뒤늦게 도착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도 격려의 인사를 보냈다. 이날 의결에 찬성한 여야 의원들은 다함께 모여 기념 사진을 찍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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