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 '지소미아 종료'가 '조국 살리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2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과도한 해석이냐, '조국 스캔들' 눈 돌리기냐 의견 분분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최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발표하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지소미아를 파기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지나친 정치공세라고 비판했지만, 이와 같은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외교 정책의 결정에 국내정치 사안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을까.
앞서 국내 유력 외교 전문가들은 제2차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의 결렬 배경에 대해 '코언 청문회'로 미국 국내 정치에서 수세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돌파하기 위해 '빅딜'을 꺼내 들어 협상을 결렬시켰다고 분석했다. 이와 같은 논리로 볼 때 국내 정치적 요인이 주요 외교적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무리한 해석은 아니다.
실제 일각에선 지소미아 연장 마감 시한인 24일을 이틀 앞두고, NSC가 종료 결정을 내린 것은 "조국 후보자 물타기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조성대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지소미아 종료와 조 후보자 문제를 연결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밝혔다. 조 후보자가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사무실 로비에서 출근 중 입장 발표를 마치고 승강기를 타고 있는 모습. /이동률 기자 |
조성대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조 후보자와 (지소미아 종료를) 연결 시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며 "명확한 인과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연결점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연계되지 않는 국내 정치와 외교 정책의 연결은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배경에 대해 "한일 관계가 현재 치킨게임(어느 한쪽도 양보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치닫는 게임)으로 가고 있는데, 미국을 개입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며 "사실상 (지소미아 폐기가)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카드가 되지 않았는가 싶다"고 설명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 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지난 27일 '지소미아 폐기 이후 대한민국 외교안보전략 토론회'에서 갑작스러운 종료 결정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는 서면 통보를 해야하기 때문"이라며 "22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발표했고, 그 다음 날 서면 통보를 하고 24일은 토요일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일본을 배려해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부 정당은 다른 것을 덮기 위한 게 아니냐고 주장 했는데, 그것은 아닌거 같다"며 "서류 통보 시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문재인 정부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스캔들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 캡처 |
반면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지난 25일 한국당 북핵외교안보특위-국가안보위원회 연석회의에 참석해 "지소미아 종료가 갑작스럽게 결정됐다"며 "외교·안보 라인이 아닌 정무 라인의 입김이 들어간 것 아닌가, 흔히 말하는 조국 살리기 입장이 반영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27일 미국 언론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앤드류 여 미국 카톨릭대학교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조 후보자를 둘러싼 스캔들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전술로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 후보자 스캔들로 한국 대학생들의 집회까지 열렸다"며 "야당인 한국당은 2016년 '최순실 스캔들'과 비교하고 있다"고 했다.
WP는 의도 했든 안 했든 간에 지소미아 종료는 문재인 정부에 꼬리가 개를 흔든다는 뜻인 왝더독(wag the dog,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중요한 부분을 흔든다는 의미)이 됐다고 평가했다.
일본 언론들도 이와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일본 NHK방송은 27일 방송에서 "조 후보자 스캔들로 압수수색까지 있었다"며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를 파기하기로 한 것이 조 후보자의 의혹으로부터 눈을 돌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가 악화돼 가는 지금 향후 정권 운영에도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사히신문도 한국당의 주장을 보도하면서 "보수 정당과 언론은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해 정권이 국민의 눈을 돌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비판하고 있다"며 "조 후보자의 스캔들 문제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