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윤석열' 옹호 민주당, '조국 압수수색'에 태도 돌변
입력: 2019.08.29 05:00 / 수정: 2019.08.29 08:01
지난달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그를 적극 옹호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측에 대한 대대적 수사에 나선 검찰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8일 인천에서 개최한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수사 행태를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행위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질타했다. /인천=남윤호 기자
지난달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그를 적극 옹호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측에 대한 대대적 수사에 나선 검찰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8일 인천에서 개최한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수사 행태를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행위"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질타했다. /인천=남윤호 기자

"윤석열 잘못 봤거나, 자기들은 절대 선이라 생각한 듯"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고하게 강화하는 데 기여할 적임자다. (중략) 이만한 사람 또 없다."

한 달 전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그를 적극 옹호했던 더불어민주당이 태도를 바꿨다. 검찰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측 압수수색에 대해 "나라를 어지럽히는 행위"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검찰 수사로 문재인 정권에서 반복된 '청문회→야당 반발로 인한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문재인 대통령 임명 강행' 공식이 이번에는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해찬 "조국 수사, 나라 어지럽게 하는 행위"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8일 인천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두고 검찰이 전격적으로, 전방위적으로 30군데 압수수색을 했다는 뉴스를 어제 처음 우리가 접했다"며 "사전에 우리는 몰랐는데, 언론은 압수수색 과정을 취재했다. 언론에는 취재를 시키며 관계기관과는 전혀 협의를 안 하는 전례 없는 행위가 벌어졌다. 이는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검찰의 구태 악습, 불법적 행태가 또 다시 드러나고 있다"며 "주요 언론들이 (조 후보자 측) 압수수색으로 확보된 문건 내용, 후보자 가족 등에 대한 출국금지 여부, 웅동학원 관련 수사상황 등의 내용들을 앞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민주당이 조 후보자를 지키기 위해 한 달 전 입장을 바꿔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끄는 검찰을 비판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민주당은 청문회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조 후보자 측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 압수수색이 검찰개혁 발목잡기가 아닌지 의심하는 눈초리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으로 출근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으로 출근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앞서 27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조 후보자 딸의 입시비리 및 장학금 특혜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고려대·단국대·공주대를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또한 조 후보자의 사모펀드 투자 관련 의혹, 사학재단 웅동학원 비리 의혹 등을 수사하기 위해 사모펀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웅동학원 사무실 등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이 될지도 모르는 후보자를 검찰이 대대적으로 수사하는 것은 윤 총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윤 총장은 청문회 과정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강력히 반대했던 인사다. 때문에 청문경과보고서도 채택되지 못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으로 현 정부의 16번째 청문보고서 없는 장관급 고위공직자로 기록됐다.

특히 검찰의 조 후보자 측 수사는 사전에 청와대와 민주당이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만에 윤 총장에 대한 여야 입장이 뒤바뀐 셈이다. 당장 야당에선 검찰 수사를 빌미로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역사상 피의자인 사람을 인사청문회에 올린 적이 없었다"며 "하루빨리 문 대통령이 지명철회를 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민심이 돌아선 것을 알고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며 "이미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을 찾아 나경원 원내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을 찾아 나경원 원내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스텝 꼬인 당청… "임명 강행 곤란해져"

일각에선 윤 총장의 성향을 감안하면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유례가 없는 검찰 수사가 예고된 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번 수사는 원론적 차원에서 불가능한 장면이 아니다"라며 "문 대통령은 윤 총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 달라'고 당부했고, 윤 총장은 '늘 원칙에 입각해서 마음을 비우고 한발 한발 걸어 나가겠다'고 답한 바 있다"고 말했다.

최 시사평론가는 이어 "의혹이 있다면 누구라도 수사하는 게 원리원칙상 맞다"며 "청문회 일정을 간신히 잡은 날 조 후보자 측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며,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기 곤란해졌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스텝이 꼬였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은 윤 총장이 이렇게 할 것(조 후보자 측 수사)이라 생각을 안 해 당황하는 것 같다"며 "검찰이 대대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결론 없이 끝낼 수는 없을 것이다. 나름대로 뭘 잡고서 수사에 착수했을 텐데 청문회 이후 더 당황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윤 총장은 문제가 있으면 성역 없이 칼을 빼는 사람인데, 현 정권이 그를 잘못 본 것 같다"며 "아니면 자기들은 절대 선이어서 윤 총장에게 걸릴 게 없을 것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는데, 잘못 판단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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