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오신환의 100일, '효과적인' 중재자였나
입력: 2019.08.23 00:01 / 수정: 2019.08.23 00:01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았다. 제3교섭단체로 중재자 역할에 대한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당내 갈등으로 제대로 된 힘을 받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뉴시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았다. 제3교섭단체로 중재자 역할에 대한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당내 갈등으로 제대로 된 힘을 받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뉴시스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지키지 못해 힘빠진 '중재자'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원내대표에 취임하면서 숙명처럼 저에게 다가왔던 키워드는 '정상화'였다. 국회가 장기적인 파행을 겪는 상황에서 국회 정상화는 세상 모든 일에 우선하는 과제였다. 여전히 여야가 좌충우돌하며 정치공방을 주고받는 쌈박질 국회는 계속되고 있지만, 어찌됐든 지금 국회는 여러 달에 걸친 파행을 멈췄다."

취임 100일째를 맞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차분히 소회를 밝혔다. 오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정국으로 당내 갈등은 물론이고 여야 갈등이 극에 달했을 시점에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제3교섭단체 원내사령탑으로 극한 대립을 이어가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간극을 좁히고 당 화합을 이뤄야 했던 오 원내대표의 어깨는 무거웠다.

취임 일성으로 "의견 조율과 더불어 바른미래당의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던 오 원내대표는 이날 양당의 중재를 이끌어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당 대표와의 의견 불일치, 잦은 당내 마찰로 그 목소리에 제대로 된 힘을 받진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2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연 오 원내대표는 "여전히 국회 내에서 1당과 2당의 상황이 편치 않다"며 추경 협상 당시 중재를 위해 양당을 바삐 다녔던 상황을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국회가 그동안 파행되고 있었고, 이후에 호프 회동과 (협상) 파행 과정을 여러 번 겪으면서 어렵사리 8월 2일 추경 예산안을 통과시켰던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실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실이 나란히 있다. 저는 추경이 합의되기 전 새벽에 두 대표실을 8번 오갔다"고 밝혔다.

지난 8월 2일 여야 3당은 추경 예산안 처리에 간신히 합의했다. 오 원내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중재자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남윤호 기자
지난 8월 2일 여야 3당은 추경 예산안 처리에 간신히 합의했다. 오 원내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중재자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남윤호 기자

최근 다시 양당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정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 표결을 둘러싼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데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 합의도 불투명해지면서 정기국회를 앞두고 파행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오 원내대표는 "중재를 노력하고 안 되면 우리가 주도하겠다"면서 "정개특위 표결, 청문회 과정들이 남아있고 정기국회를 앞두고 있는데 협상 과정에서 말씀드린 연장선상에서 국회 상황을 조율하고 대안을 갖고 나가면서 바른미래당의 역할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오 원내대표 입장에선 국회 상황뿐 아니라 고정된 당내 계파 문제 또한 풀지 못한 숙제다. 그는 "지금 제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것은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 있는 우리 바른미래당의 정상화"라며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했는데 계속해서 당내 문제로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서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스럽다"고 토로했다.

지난 20일 손학규 대표는 계속되는 당내 갈등에도 불구하고 '손학규 선언'을 발표해 제3지대 정당 통합을 향한 의지를 굳혔다. 이에 오 원내대표는 곧바로 '손학규 선언에 붙여'라는 반박 논평을 내고 손 대표의 자진사퇴를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오 원내대표는 "거두절미하고 손학규 체제로는 총선 승리가 아니라 아예 총선 자체를 치러내기 어렵다는 데 모든 당내 구성원들이 동의하고 있다"라며 "오직 손 대표 한 분만이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을 부리고 계실 뿐"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당헌당규상 손 대표의 사퇴를 강제할 수단은 없다. 오 원내대표는 "오늘 호소한 바와 같이 손 대표께서 정치적인 큰 결단을 내려주길 다시 한 번 말하는 바다. 당내에서 호남의 중진 의원님들까지도 지금과 같은 상태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여러 구성원과 논의한 후에 추석 상황을 지켜보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오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 교체 후 조기 전당대회 혹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 갈등으로 무게감 있는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바른미래당은 계속된 당내 갈등으로 서로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오 원내대표가 원내에서 협상력을 발휘하려면 화합을 이끌어 당 전체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팩트 DB
바른미래당은 계속된 당내 갈등으로 서로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오 원내대표가 원내에서 협상력을 발휘하려면 화합을 이끌어 당 전체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팩트 DB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바른미래당의 당권이 사실상 손 대표에게 있기 때문에 오 원내대표의 기능이 현저하게 제한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당 대표가 만약 유승민·안철수 전 대표였다면 같은 계열의 의사결정 구조를 가질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지금 상태는 오 원내대표가 결정하면 손 대표가 반대하는 양상"이라며 "(중재자로 역할하려면) 어디든 힘을 싣지 못하고 결국 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배 소장은 또 갈등으로 인한 낮은 지지율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일종의 중도 정당 딜레마가 있다"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려면 당 지지율이 15%는 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힘을 어느 한쪽에 실어줄 때 압도적인 무게가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당내 갈등으로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양극화 된 국회 상황도 오 원내대표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배 소장은 "지금은 이 원내대표와 나 원내대표 모두 중도 정당 역할론에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있다. 원내 극단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양당 모두 절충안에 귀기울이지 않고 있어 선택지가 넓혀지지 않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패스트트랙 이전까지만 해도 중재안이란 의미 자체를 부여할 수 있었지만 패스트트랙 이후 양갈래 선택지만 남아 오 원내대표의 입지가 줄어든 셈"이라고 부연했다.

결국 바른미래당의 화합 여부가 오 원내대표의 중재자 역할에 힘을 모아줄 것으로 보인다. 배 소장은 "손학규·유승민·안철수 삼두체제에서 구심점이 생겨 (오 원내대표가) 바른미래당 전체를 대표하는 중재자가 돼야 한다"며 "그렇지 못하다면 남은 선택지는 '야권발 정계개편에서 얼마만큼 주도권을 갖느냐'가 바른미래당의 새로운 역할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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