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이합집산' 정치인들, 목가적 삶은 어떤가
입력: 2019.08.19 05:00 / 수정: 2020.01.31 18:01
민주평화당 의원 10명은 지난 12일 탈당해 대안정치연대를 만들었다. 이들은 제3지대 빅텐트를 치겠다고 나섰지만, 결국엔 내년 선거를 염두한 이합집산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새롬 기자
민주평화당 의원 10명은 지난 12일 탈당해 대안정치연대를 만들었다. 이들은 제3지대 빅텐트를 치겠다고 나섰지만, 결국엔 내년 선거를 염두한 이합집산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새롬 기자

'대안' '때가 아니다'는 자기 확신 벗어나야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도심의 답답한 빌딩 숲을 걷자니 에어컨 실외기에서 토해내는 그 뜨거운 바람에 숨이 턱 막힐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육수를 쏟아내며 빌딩 숲에서 뜨거운 태양과 아스팔트 열기와 싸우다 보면 시원한 곳을 찾는 일이 일상다반사인 요즘이다.

직장인이라면 도시를 떠나 숲이나 넓은 평야와 같은 목가적 풍경에 자신이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자연과 관련한 TV프로그램이 인기인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직업도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그들의 업무환경이 쾌적(?)하고 업무강도가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그 어려운 일을 또 하겠다고 나선 정신력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 '일하지 않고 돈을 받는 직업'으로 꼽히던 국회의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요즘 정치권 움직임이 의외로 활발하다.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에 정신을 차렸기 때문일까. 그게 아니라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기 때문일까. 불행하게도 상당수 국회의원들에게 더 중요한 관심사는 바로 내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준비인 듯하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정계 개편'이라는 단어가 자주 들린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이름도 계속 거론된다. 민주평화당 의원 10명이 대안정치연대라는 이름을 내걸며 당을 탈당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결국 내년 선거를 위한 탈당으로 보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다시 또 출마하겠다는 그들의 모습에서 대안정치나 민생이라는 단어보다는 권력을 향한 집착과 욕심이라는 단어만이 떠오를 뿐이다.

빠른 변화의 시대에서 국민은 어제와 오늘이 그리고 내일이 다른 세상을 두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감하지만, 정치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19일 발견의 시대, 新 르네상스를 위한 포용 포럼에서 한 참가자가 VR 체험을 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빠른 변화의 시대에서 국민은 어제와 오늘이 그리고 내일이 다른 세상을 두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감하지만, 정치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19일 '발견의 시대, 新 르네상스를 위한 포용' 포럼에서 한 참가자가 VR 체험을 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권력 혹은 국회의원 '배지'를 향한 욕망은 비단 이들만이 아니다. 정치권의 주류로 자리 잡은 586세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주류가 되면 그 자리를 유지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아닌가. 그래서 이들이 지금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줄 때가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는 것을 십분 이해해보려 한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기자들에게 "우리(586세대)가 최선을 다해 사명을 담당하면서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때가 되면 좋은 후배들이 기회를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뒤집어보면 후배들에게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는 너무나 빠른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어제와 오늘이, 그리고 내일이 다른 세상을 두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감한다. 이런 변화는 사회와 경제, 문화에서만 이뤄져선 안 된다. 정치도 시대에 맞춰 변해야 한다. 정치만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남아있어선 시대 흐름을 반영할 수 없다. 현재를 살아가는 정치인이 해야할 일은 후대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끝까지 그 자리를 고수하고 '넌 아직 안 돼'라며 자리를 지키려하는 건 노욕으로 비칠 수 있다.

정치권은 스스로 '대안'이라는 착각과 '때가 되면'이라는 자기 확신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선배라면 목가적인 곳에서 후배들이 만들어가는 미래를 바라보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멋진 은퇴가 아닐까.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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