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트럼프 주연 '하우스 오브 카드'와 한반도 운명
입력: 2019.08.19 05:00 / 수정: 2019.08.19 05: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반도의 운명을 맡겨도 괜찮을까? 미 펜실베이니아주 모나카의 셸 펜실베이니아 석유화학단지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반도의 운명을 맡겨도 괜찮을까? 미 펜실베이니아주 모나카의 '셸 펜실베이니아 석유화학단지'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AP.뉴시스

미국 대북정책 '안보 결집 효과' 회귀는 안 돼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미국 정치학에는 '안보 결집 효과'(Rally round the flag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전쟁이나 국제적인 위기가 생기면 단기적으로 현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른다는 외교적 용어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이 효과의 조건으로는 '국제적인 갈등', '대통령의 결정에 따른 미국의 개입', '극적인 상황'이 필수이다. 이 예로 존 케네디 전 대통령의 '쿠바 미사일 사건'으로 10%p의 지지율이 올랐고,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이란 인질 사태'에서는 지지율이 25%p 이상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민이 정부정책 비판을 줄이고, 단합하기 때문에 지지율 결집 효과를 낳는다. 동시에 이 효과를 얻기 위해 미국 대통령이 국제적인 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018년 초 '핵 단추' 발언 등 대북강경 드라이브로 미국 내에서 지지율 상승효과를 얻었다. 마치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을 감행할 것처럼 비추면서 트럼프식 '안보 결집 효과'를 노린 것이다.

우리 정부의 중재로 역사상 첫 번째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무드로 태세를 전환했다. 이 덕분에 다시 지지율 상승효과를 봤다. 그러더니 제2차 북미 하노이 회담에서는 결렬 소식이 들려왔다. 또, 상황이 바뀌어 북미협상의 소강상태인 지난 6월엔 판문점을 찾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깜짝' 상봉을 하기도 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안보 집결 효과로 34%p라는 높은 지지율을 얻었지만, 중동에 무질서와 혼란만을 남겼다. 2004년 당시 걸프 해역에 머물고 있는 미군 니미츠급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함 선상에서 승무원이 한 군용기의 이동을 유도하고 있다./AP.뉴시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안보 집결 효과'로 34%p라는 높은 지지율을 얻었지만, 중동에 무질서와 혼란만을 남겼다. 2004년 당시 걸프 해역에 머물고 있는 미군 니미츠급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함 선상에서 승무원이 한 군용기의 이동을 유도하고 있다./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할 수 없는 행동으로 한반도의 운명을 들었다 놨다 반복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코언(트럼프 대통령 전 개인 변호사) 청문회'를 앞두고 그가 국내정치에서 수세에 몰리자 이를 돌파하기 위해 제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결렬시켰다고 봤다. 판문점 북미 깜짝 상봉은 대선을 위한 '이벤트성 쇼'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도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이 힘들어 보이자 '안보 결집 효과'를 위해 국가 위기를 조장한다. 이 장면은 마치 9.11 테러 직후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부시 정부를 떠올리게 만든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안보 결집 효과'로 지지율을 34%p나 올렸다. 그 결과 미국 역사상 세 번째로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대통령으로 남았다. 하지만 부시 정부가 남긴 건 이라크 전쟁이 부른 중동 지역 혼란과 무질서 뿐이었다. 또한, 부시 정부가 전쟁의 구실로 주장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는 실체도 없는 거짓이었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우리 안보에 직결된 문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하나의 카드가 아닐까. 노련한 협상가라고 하기엔 손바닥 뒤집듯 너무 쉽게 판을 뒤집는다. 결국 자신의 미국 내 입지를 다지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과 높은 재선 가능성이 한반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별 문제가 아니다. 다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조 바이든,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등에게도 밀리는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국면에서 반전을 위해 한반도 문제를 다시 '안보 결집 효과' 도구로 이용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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