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대선 출마 선언' 방불케한 황교안의 대국민담화
입력: 2019.08.17 00:00 / 수정: 2019.08.17 00:00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지난 14일 대국민담화를 향한 평가가 엇갈린다. 정치권에서는 광복절 전날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것도 내용도 장소도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4일 국회 본청 중앙홀 이승만 동상 앞에서 오늘을 이기고 내일로 나아갑시다라는 주제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던 황 대표. /이새롬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지난 14일 대국민담화를 향한 평가가 엇갈린다. 정치권에서는 광복절 전날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것도 내용도 장소도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4일 국회 본청 중앙홀 이승만 동상 앞에서 '오늘을 이기고 내일로 나아갑시다'라는 주제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던 황 대표. /이새롬 기자

<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文대통령, 독립기념관 찾은 초등학생들과 '우리 역사 공부'

[더팩트ㅣ정리=이원석 기자] -15일은 74주년 광복절이었습니다. 최근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양국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 때문인지 더욱 의미있는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광복절 하루 전날이었던 14일 국회 로텐더홀에 있는 이승만 동상 앞에서 광복절 '대국민담화'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여러 이유로 조금 특별한(?) 대국민담화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광복절 당일엔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렸고,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했습니다. 경축식 직후 문 대통령은 어린 학생들과 '독립선언서'를 관람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13일 최근 "아베 수상님, 사죄드린다", "내 딸이 위안부였어도 일본을 용서한다"는 발언 등으로 파문을 일으킨 주옥순 엄마부대봉사단 대표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먼저 황 대표의 대국민담화 당시 이야기부터 나눠보겠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광복절 전날인 14일 국회 본청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옆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대선출마 선언과 같았다며 평가절하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지난 14일 이승만 동상 앞에서 오늘을 이기고 내일로 나아갑시다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황 대표. /이새롬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광복절 전날인 14일 국회 본청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옆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대선출마 선언'과 같았다며 평가절하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지난 14일 이승만 동상 앞에서 '오늘을 이기고 내일로 나아갑시다'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황 대표. /이새롬 기자

◆사전 배포 내용과 달라진 황교안 대국민담화… 왜?

-황 대표가 광복절 하루 전날이던 14일 대국민담화를 가졌습니다.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현장에선 어땠나요?

-네, 황 대표의 대국민담화를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대국민담화는 말 그대로 국민을 향해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주로 대통령이 국민들을 향해 공식적인 메시지를 보낼 때 대국민담화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황 대표 역시 제1야당 대표로서 대국민담화를 하는 것 자체를 잘못됐다, 이상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를 두고 '일반적이지 않다' 등 안 좋은 평가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의구심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인데요. 일단 장소부터 보면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정중앙에 위치한 '로텐더홀'에서 대국민담화가 진행됐습니다. 그곳에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바로 앞에 연설대와 취재석을 만들었는데요, 이는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전해졌습니다. 국회엔 기자회견장이 존재하는데도 이 전 대통령 동상 옆이라는 장소에까지 의미부여한 것을 보면 한국당에서 이번 대국민담화에 상당히 신경 썼다고 추측이 가능했습니다.

-좀 특이했던 건 이 대국민담화가 마치 대선 출정식 현장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정말 많은 정치인들이 출마 기자회견을 여는데요. 출마하는 그 사람을 위해 주변 정치인들이 응원을 오고, 그 사람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집니다. 이날 황 대표 대국민담화도 그랬습니다. 많은 취재진이 몰렸고, 생중계가 진행됐고요, 거의 20명이 넘는 한국당 의원들이 직접 나와서 일찍부터 황 대표를 기다렸습니다. 황 대표가 등장할 시간이 되자 사회를 본 민경욱 의원이 "황 대표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길을 만들어 주십쇼"라고 알렸고, 길이 열렸는데요. 그곳을 통해 황 대표가 등장했습니다. 이 또한 출마 기자회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중앙홀 이승만 동상 앞에서 오늘을 이기고 내일로 나아갑시다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중앙홀 이승만 동상 앞에서 '오늘을 이기고 내일로 나아갑시다'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많이 보도된 대로 대국민담화의 주 내용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질책과 정책 대전환 요구였습니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실패했다" 등 거친 비판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눈에 띈 건 사전 배포된 연설문과 실제 연설 내용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연설 일찍 전부터 기자들에겐 황 대표의 대국민담화문이 배포가 다 됐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니지만 사전에 배포된 내용이 실제로 연설을 할 때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자들도 실시간으로 재확인을 하는데요, 황 대표의 담화문은 크게는 아니었지만 달라진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달라진 부분이 마지막 부분이었는데요. 황 대표는 사전 배포 연설문엔 전혀 없던 내용들을 추가했습니다. 대통령의 광복절 메시지에 일본과의 분쟁을 감정이 아닌 정책으로 대결 할 수 있는 방안, 북한 도발에 대해 확실한 경고의 메시지 등을 포함하라는 요구였습니다. 또 "문재인 정부는 실패했다" 등의 문구도 사전 배포 내용엔 없던 것이었습니다.

-보통 사전 배포된 연설문도 수정이 되면 새롭게 배포를 하는 등 고치는데 실제 연설에서 달라진 부분이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황 대표가 담화 직전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보여집니다. 수위 등도 고민을 많이 한 듯 한데요. 실제로는 더 강한 수위의 메시지가 나온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일각에선 정부 비판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이게 무슨 광복절 대국민담화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여야 다른 정당들도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여당에선 대통령보다 먼저 광복절 메시지를 낸 것에 대해 '무례한 정치적 이벤트'라는 비판했습니다. 또 여야는 공통적으로 취재진이 느낀 대로 황 대표의 대국민담화를 "대권 놀음", "대선 출마 선언"이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비판만 있고 내용에 해결책 등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여야 정치권뿐만 아니라 여러 신문 사설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는데요. 실제 담화 현장에서도 사전 배포 연설문에 없던 한 문장을 황 대표가 반복해서 했는데, "조만간 구체적 내용을 발표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취재진 사이에서도 "그럼 그때 메시지를 내면 되지 왜 벌써 이런 이벤트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쓴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74주년 광복절 정부 경축식에서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맞서 우리는 책임 있는 경제강국을 향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고 손을 내밀기도 했다. 15일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는 문 대통령. /이효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제74주년 광복절 정부 경축식'에서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맞서 우리는 책임 있는 경제강국을 향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고 손을 내밀기도 했다. 15일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는 문 대통령. /이효균 기자

◆ "잘 봐야 해요"…어린이 역사 교육 나선 文

-목요일이 제74주년 광복절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엔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등이 있어 더욱 주목받는 광복절이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했죠?

-네, 그렇습니다. 이번 광복절 경축식을 보면 실제 정부가 평소보다 더 신경 쓴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우선 행사 장소입니다. 광복절 경축식은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개최됐는데요, 이곳에서 광복절 경축식이 열린 것은 2004년 이후 15년 만입니다. 독립기념관은 3·1 독립운동의 성지로 불리기도 하죠. 그리고 올해는 광복 74주년 만이 아니라 3·1 독립운동 100주년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곳에서 경축식을 연 것은 이러한 역사적 상징성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추측이 가능했습니다.

-또한 문 대통령 부부의 복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이날 두루마기를 입었는데요. 앞선 두 차례 경축식에서는 정장을 입었던 것과 다른 점입니다. 문 대통령은 약간 푸른빛이 도는, 김 여사는 흰 두루마기를 입었는데요. 광복절 의미를 더하는 한편 백의민족을 연상케 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의상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백범 김구 선생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독립운동을 진두지휘하고 상하이 임시정부 주석인 김구 선생은 흰 두루마기를 즐겨 입었다고 하죠. 이를 고려하면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의 적통임을 부각하는 의도가 있지 않았겠냐는 추측도 해봤습니다.

15일 독립기년관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마친 뒤 제3전시관에서 전시물을 살펴보는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15일 독립기년관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마친 뒤 제3전시관에서 전시물을 살펴보는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식이 끝난 뒤 전시관을 관람할 때 어린 학생들과 함께했다죠.

-네, 문 대통령은 경축식 직후 광주 송우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소안도 학생들과 같이 전시관을 둘러봤습니다. 송우초 학생들은 6월 30일 남북미 판문점 회동을 보고, 통일의 염원을 담은 편지를 문 대통령에게 보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또 주민 수가 2500여 명인 작은 섬인 소안도는 1년 내내 집마다 태극기를 게양하는 '항일의 섬'이라고 하네요. 또 애국지사 등 89명을 배출한 섬이기도 합니다.

-문 대통령과 학생들은 함께 '독립선언서'를 관람하기도 했는데요, 이때 동행한 학예연구사가 "연구자들이 독립선언서가 1918년에 작성한 것이라고 보고 무오독립선언서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그렇게 부르면 안 되고 선언서에 나와 있는 정식 명칭대로 대한독립선언서라는 이름을 불러야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학생들을 향해 "잘 봐야 돼요. 방금 독립선언서가 무슨 독립선언서라고 했어? 3월 1일 낭독된 선언서보다 더 먼저 작성된 거야"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를 두고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들에게 알려주는 것 같다'는 말들이 나옵니다. 요즘 어린 학생들이 우리 역사에 무관심하다, 무지하다는 우려가 큰데, 문 대통령이 이날 이벤트와 모습을 통해 어린 세대 전체를 향해 올바른 역사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난 13일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는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이효균 기자
지난 13일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는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이효균 기자

◆'엄마부대' 주옥순 인터뷰… '목 깁스'의 비밀?

-지난 13일 "아베 수상님, 사죄드린다"는 발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산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와 인터뷰했죠. 그런데 목 깁스를 차고 있던데, 목이 많이 안 좋은 겁니까?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은 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주 대표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하다가 진보 성향의 한 언론인(유튜버)에게 공격을 당했는데요. 당시 목을 가격당했습니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그때의 후유증으로 인해 목 깁스를 찬 것이라고 전해졌는데요.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할 때도 사진과 영상 등을 보시면 계속 깁스를 차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다만 주 대표가 처음부터 목 깁스를 하고 있던 건 아니고요, 취재진이 기자회견을 위해 도착했을 때는 풀고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다 나은 것이냐'고 묻자 '아직 좋지 않다'면서 주 대표는 "이것 때문에 왔는데 (깁스를) 차고 하는 게 낫겠다"며 깁스를 스스로 착용했습니다.

-이후 인터뷰를 하면서 주 대표는 '허리가 아프다', '컨디션이 안 좋다'고 몸 상태를 전하긴 했는데요. 다만 1시간 이상 꽤 장시간 인터뷰를 가졌는데도 자기 소신에 대한 열정 때문인지 전혀 지친 기색이 없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이날 인터뷰 내내 주 대표는 자신은 절대 친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위해 활동을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자신을 향한 국민적 비난에 대해선 '좌파들의 공격' 등으로 표현했습니다. 인터뷰가 보도된 이후 <더팩트> 독자들은 대부분 주 대표의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특히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주 대표의 모습에 대해선 매우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이효균 기자, 임영무 기자, 이새롬 기자, 이선화 기자, 이덕인 기자, 남용희 기자, 이동률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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