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靑.春'일기] 북 미사일 도발,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요?
입력: 2019.08.13 05:00 / 수정: 2019.08.13 05:00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의 연쇄 단거리 미사일 발사 및 청와대·정부를 겨냥한 막말과 관련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의 연쇄 단거리 미사일 발사 및 청와대·정부를 겨냥한 막말과 관련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미사일 쏘고 남한 비방하는 北, 별다른 언급 없는 文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이제는 시간이 조금 흘렀지만, 지난해 4월 27일 1차 남북정상회담의 뭉클함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분단과 비극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손을 잡은 장면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강한 전율을 어찌 쉽게 잊을 수 있겠는가. 당시만 해도 한반도의 평화가 성큼 다가온 것처럼 느껴졌다. 마침 계절도 봄날, 차가웠던 냉전의 시대가 가고 '봄날'이 아지랑이처럼 눈에 아른거렸다. 적대적 감정을 뒤로하고 새 시대를 열어갈 수 있겠다는 설렘이 가득했다. 젊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전 최고지도자들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내심 품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행태에 그 기대가 무너지고 있다. 북한은 연쇄적으로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대며 한반도 긴장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북한의 이러한 도발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일곱 번째다. 북한이 새벽녘께 불상의 미사일을 발사할 때면 '또?'라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다. 북한의 무력 도발은 연쇄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맞대응 성격이 강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지나치다. 지난해 4월 개통한 남북 정상 간 직통 핫라인은 유물이 돼가고 있다.

우리 정부를 조롱하고 비방하는 북한의 행태는 더 가관이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1일 담화를 통해 청와대를 '겁먹은 개'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또 "지난번(10일)에 진행된 우리 군대의 위력 시위 사격을 놓고 사거리 하나 제대로 판정 못 해 쩔쩔맨다"면서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리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라고 조롱했다. 그런가 하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막말을 쏟아냈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도가 지나치다. 우리 정부를 겨냥해 막말을 쏟은 일은 과거부터 있던 일이긴 하지만, 요즘 들어 매번 우리 국민의 주권을 무시하는 행태는 마냥 좋게 볼 수가 없다. 북한의 망언과 무력 도발을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짐작이 간다.

북한은 최근 연쇄적으로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대며 한반도 긴장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도발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일곱 번째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은 최근 연쇄적으로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대며 한반도 긴장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도발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일곱 번째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그런데 정작 문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남한을 때리는 북한을 외면하고 있다.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오는 8·15 광복절과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해서만 언급했을 뿐이다. 최근 북한의 무력 도발은 거론하지 않았다. 북한이 우리 안보를 위협하고 문 대통령을 겨냥해 비방을 서슴지 않는 데도 말이다.

청와대도 북한에 극도로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 외무성 담화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가 입장을 내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서 "결국 (한미연합) 훈련이 끝나면 (비핵화를 위한 북미 간) 실무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정무적으로 북미 간 대화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한 차원임을 고려하더라도 답답함은 가시지 않는다. '북한에 당하고만 사느냐' 등 국민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무 부처인 통일부가 12일 북한의 막말에 대해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며 자제를 촉구했지만, 청와대가 직접 나서는 것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보수 야당은 북한의 무력 도발이 있을 때마다 문 대통령의 대응을 주문해왔다. 또 지난 주말 북한이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한 뒤 보수 진영은 '왜 문 대통령은 북한의 막말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 하냐'고 성토하고 있다. 2017년 취임사에서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규정했던 문 대통령은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연쇄 무력 도발로 명분마저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북한의 막말과 무력 도발에 강력히 맞대응한다면 남북관계는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계속 맞기만 해도 문제다. 북한의 정무적 셈법이 있다 치더라도, 매우 부적절한 북한의 전략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로 가는 하나의 과정으로만 볼 수가 있겠냐는 의문이 든다. 입맛에 맞으면 마주 앉고, 수가 틀리면 언제든지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북한의 행태를 얼마나 더 두고 봐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저 북한을 이해하고 인내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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