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선배도 후배도 '잔소리'… 윤석열의 하루 (영상)
입력: 2019.08.09 05:00 / 수정: 2019.08.09 05:00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검사 선배다. 사법연수원 13기인 황 대표가 23기 윤 총장보다 10기수 선배다. 8일 국회에서 만난 황 대표와 윤 총장. /국회=남윤호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검사 선배다. 사법연수원 13기인 황 대표가 23기 윤 총장보다 10기수 선배다. 8일 국회에서 만난 황 대표와 윤 총장. /국회=남윤호 기자

선배 황교안·후배 나경원 만난 윤석열, 면전 '쓴소리'에 차분함으로 응수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선배도, 후배도 '잔소리'를 했다. 8일 인사차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찾은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얘기다.

황 대표는 윤 총장의 검찰 선배다. 사법연수원 13기인 황 대표가 23기 윤 총장보다 10기수 선배다. 다만 윤 총장이 사법고시를 늦게 합격해 나이는 세 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나 원내대표와는 반대다. 윤 총장이 서울대 법학과 3년 선배다. 윤 총장은 79학번, 나 원내대표는 82학번이다. 나 원내대표와 윤 총장은 서울대 법대 동문으로 고시생 시절 같은 스터디그룹에서 사법시험 준비를 했을 정도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이날 오전 선배 황 대표를 먼저 찾았다.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서였는지 그는 한국당의 상징색인 빨간색 넥타이를 맸다. 후배답게 먼저 약속된 장소에 도착해 선배를 기다렸다. 황 대표는 윤 총장보다 1~2분 늦게 입장했다.

선·후배 사이지만 두 사람이 친한 사이는 아니다. 오히려 '악연'에 가깝다. 지난 2013년 황 대표가 박근혜 정부 법무부 장관이던 시절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 총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신병 처리와 법리 적용을 놓고 법무부와 갈등을 빚었다. 당시 윤 총장은 국정감사 현장에서 황 대표(당시 장관)가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폭탄 발언을 해 정직 1개월의 징계와 좌천성 인사를 겪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약간의 어색함이 두 사람 사이에 흘렀다. 그러나 선배 황 대표의 리드로 대화가 시작됐다. 황 대표는 먼저 "소회를 말해달라"고 후배에게 요청했다. 윤 총장은 "법무부 장관으로 계실 때 뵙고 5~6년이 된 것 같은데 늘 바쁜 일정에 건강하신 모습으로 보니까 아주 반갑고 좋다"고 말했다. 발언은 매우 짧았다. 표정 변화는 없었다.

마이크를 건네 받은 선배 황 대표는 갑자기 쓴소리를 시작했다. 그는 "균형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인사 결과를 보면 첫 인사기 때문에 아직 인사에 과정들을 거쳐 가면서 개선이 되겠지만, 중요한 보직을 특정 영역의 검사들이 맡고 있는 것 아니냐 우려가 있다"며 "좀 편향적인,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인사가 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이 있다. 유념하셔야 될 것 같다"고 충고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좀 편향적인,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인사가 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이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남윤호 기자
황교안 대표는 이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좀 편향적인,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인사가 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이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남윤호 기자

선배의 훈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내가 당에 돌아와서 보니까 문제를 제기해서 이쪽에서 고·고발한 사건들이 정확한 통계가 있지 않지만 70여 건이 된다고 한다"며 "아주 극히 일부 4~5건 정도가 처리됐고, 나머지는 사실상 유야무야가 됐다. 과연 그렇다면 공정한 수사가 된 거냐. 이런 우려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런 부분들도 총장으로 취임하셨으니까 면밀히 잘 살펴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그렇게 검찰 잘 이끌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면전에서의 비판이 기분이 나빴을 수 있지만, 후배 윤 총장은 이성적으로 대처했다. 악연도 잠시 접어뒀다. 그는 무표정을 유지하며 "지금은 공당의 대표이시지만 우리 검찰의 대선배이신 우리 대표님께서 그래도 검찰에 대해서 늘 관심을 가져주시고 또, 좋은 지적을 해주신 거에 대해서 깊이 감사드린다"며 "지적해 주신 말씀은 저희가 검찰 업무를 처리하는 데 신중하게 받아들여서 잘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정중히 대답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서울대 법학과 3년 선배다. 윤 총장은 79학번, 나 원내대표는 82학번이다. 8일 오후 국회에서 만나 악수하는 나 원내대표와 윤 총장. /남윤호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서울대 법학과 3년 선배다. 윤 총장은 79학번, 나 원내대표는 82학번이다. 8일 오후 국회에서 만나 악수하는 나 원내대표와 윤 총장. /남윤호 기자

이어 윤 총장은 후배 나 원내대표를 찾아갔다. 역시 후배인 나 원내대표는 조금 더 윤 총장을 반겼다. 그는 먼저 "윤 총장님,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언론인들이 많이 왔다"며 "평소 우리 윤 총장은 '굉장히 정의감이 높다', '국가에 대한 고민이 많으시다' 이런 평이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서론이었다. 나 원내대표도 황 대표와 마찬가지로 쓴소리만 했다. 나 원내대표는 "청문회 과정에선 다소 실망한 부분이 있다"며 "그동안은 문재인 정부의 집권 초기였기 때문에 정권 출범에 있어서 국정 철학의 수행을 위해서 일부 검찰이 집권 세력 쪽에 쏠려있는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그동안 저희가 말씀드렸지만, 저희가 검찰에 고발한 사건과 일부 결과에 대해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는 유감의 표시를 이 자리를 빌려서 표시한다"고 했다. 대체로 황 대표가 한 얘기들과 같았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그동안은 문재인 정부의 집권초기였기 때문에 정권 출범에 있어서 국정 철학의 수행을 위해서 일부 검찰이 집권세력 쪽에 쏠려있는 부분이 있었다고 경고했다. /남윤호 기자
나경원 원내대표는 "그동안은 문재인 정부의 집권초기였기 때문에 정권 출범에 있어서 국정 철학의 수행을 위해서 일부 검찰이 집권세력 쪽에 쏠려있는 부분이 있었다"고 경고했다. /남윤호 기자

직접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모두 현재 수사 중인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고발된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윤 총장은 나 원내대표에게도 최대한 정중하게 "나 원내대표께서 지적하신 바와 같이 저희가 국가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서 검찰을 운용하고, 형사법집행을 함에 있어서 경제를 살리고, 또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저희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를 잘 선별해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그리고 무엇보다도 많은 분께서 우려하신 바와 같이 저희가 정치적으로 편향되거나 그러지 않고, 중립성을 확실하게 지키고 그렇게 해야만 국민의 검찰로서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뉘앙스로도 풀이됐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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