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한-일 전쟁상황, 싸워야" vs "외교적으로 풀어야"
입력: 2019.08.09 05:00 / 수정: 2019.08.09 05:00
전문가들이 한일갈등에 관해 격렬하게 토론하는 자리가 있었다. 이수훈 전 주일한국대사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제64차 통일전략포럼 한일관계 어떻게 풀어야 하나?에 참석해 발표를 하고 있다. /경남대=뉴시스
전문가들이 한일갈등에 관해 격렬하게 토론하는 자리가 있었다. 이수훈 전 주일한국대사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제64차 통일전략포럼 한일관계 어떻게 풀어야 하나?'에 참석해 발표를 하고 있다. /경남대=뉴시스

전문가들 일본 경제보복 조치 해법 갑론을박

[더팩트ㅣ서울 경남대=박재우 기자]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 방안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일본에 강경하게 맞서야 한다는 측과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일본은 지난달 3개 부품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에 이어 지난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일본의 이런 일방적 조치에 한일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당장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놓고도 의견이 갈린다. 8일 한일무역 갈등, 강제징용 문제 등에 대해 학자, 전직 외교관 등 일본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의 해법을 놓고 격렬하게 토론했다.

서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는 통일전략포럼 '한일관계 어떻게 풀어야 하나' 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에는 문재인 정부 첫 주일한국대사인 이수훈 전 대사,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이원덕 국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정혜경 역사학 박사, 조진구 경남대 교수,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소장, 길윤형 한겨레 기자가 패널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여당 입장과 연관 있는 인사들과 학자들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렸다. 이 전 대사와 김 부위원장은 일단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학자들은 '외교적 해법'에 방점을 뒀다.

이수훈 전 주일 한국대사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경제전쟁이라고 해석했다. 2018년 고노다로 일본 외무상과 이 전 대사의 모습. /뉴시스
이수훈 전 주일 한국대사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경제전쟁'이라고 해석했다. 2018년 고노다로 일본 외무상과 이 전 대사의 모습. /뉴시스

먼저, 발제에 나선 이 전 대사는 한반도 지정학적인 위치로 인한 정세 변화 등 이번 한일 갈등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일본의 경제보복을 '경제전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번 사태 성격은 일본 정부의 일방적 '수출제한'으로 의한 '한일경제전쟁'"이라며 "일본이 일방적으로 수출 제한 규제조치를 한 경제전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전쟁이기 때문에 전쟁은 일단 싸워야 한다"며 "싸우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이 국민의 단합된 모습"이라고 했다. 이 전 대사는 "이 상황에서 제일 나쁜 것이 내부 분열인데, 특히 정치권과 언론에서 내부의 분란을 조성하고 분열을 일으키는 것은 금물"이라며 "일본 정부가 일으킨 사태인데, 정치권 특히 야당에서 정치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저로서는 최일선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언급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지금은 전쟁 중이기 때문에 '외교참사'라고 정부를 공격할 만큼 한가할 때가 아니다"고 야권의 태도를 비판했다.

김 부위원장도 거들었다. 그는 "현재 일어나는 일이지만, 과거 역사 문제와 관련된 싸움이기도 하고 미래 지정학적으로 걸려있는 싸움"이라며 "국가전략의 싸움이기 때문에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애매모호하게 절충되면 끝이 나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이 개헌이란 의도가 관철되기 위한 거라면 갈등 유발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패널들이 일본의 '경제보복'이 재량권에 의한 경제보복이라는 것에 대해 "좋게 표현하면 재량권이고 나쁘게 표현하면 '엿장수'의 질서"라며 "무역의 질서를 엿장수의 질서로 바꾸지 말자는 게 자유무역 질서"라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날 외교적 해법에 대해 강조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제64차 통일전략포럼 한일관계 어떻게 풀어야 하나?가 열리고 있다. /경남대=뉴시스
일부 전문가들은 이날 외교적 해법에 대해 강조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제64차 통일전략포럼 한일관계 어떻게 풀어야 하나?'가 열리고 있다. /경남대=뉴시스

반면, 일본에서 특파원 생활을 했던 길윤형 한겨레 기자는 자사와는 관계없는 입장이라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버르장머리를 한국인이 바꿀 수는 없고, 결국 그것은 일본 시민사회의 몫"이라며 "전쟁상황에서 우리가 뭉치게 되면 일본 쪽도 뭉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과 사람 증오와 미움, 실망 같은 것은 경제적 피해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길 기자는 "이 문제를 한국도 일본도 이사할 수 없으면,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해결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추상적인 수준이 같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원덕 교수도 "경제전쟁을 선포했으니 이를 기정사실로 하고, 우리 제품의 국산화를 해야 한다는 방향은 적절치 않다"며 "장기적으로 그런 상황에 빠지면, 중상주의(무역을 엄격히 통제)적인 국제 질서로 돌아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나름 대안을 모색해야 하겠지만, 지금 국제경제 질서는 가치사슬의 공급망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하루아침에 국제질서가 갑자기 재편되는 게 아니"라고 언급했다. 또한, "우리가 국산화를 진행하면 일본에 이긴다는 패러다임은 성급하다"고 덧붙였다.

조진구 교수도 "일본은 전혀 전쟁 선포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우리가 전쟁 선포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과연 그 끝은 어떨 것인가"라며 "오늘(8일) 일본이 세 가지 수출 품목에 대해 허가했다는데, 일본은 출구전략까지 생각한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연 우리가 이렇게(경제전쟁)까지 갔을 때, 어디서 후퇴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의 역할에 대해 "피해자와 접촉해야 한다"며 "피해자 중심주의를 말했지만, 국민의 동의를 우리 정부가 한 번도 시원하게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공청회를 하던지, 좀 더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을 만나야 한다"며 "이 모습을 보여준다면 양국이 협의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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