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비하인드] '동생' 이인영, '누나' 나경원에 "애도 아니고…"
입력: 2019.08.06 17:02 / 수정: 2019.08.06 17:33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와 운영위원장인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6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사과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와 운영위원장인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6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사과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막내' 오신환 "왜 싸워, 또. 나만 없으면 싸워"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이인영(둘째 동생) : 애도 아니고….

나경원(맏누나) : 애도 아니고라니?

오신환(막내) : 왜 싸워, 또. 나만 없으면 싸워.

6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잠시 정회된 직후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이에 서로 볼멘소리가 오갔다.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이를 지켜보던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나만 없으면 싸운다'고 혼잣말했다.

세 사람은 한때 '의남매'였다. 나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에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돼주겠다고 했고, 이 원내대표는 오 원내대표에게 '맥주 잘 사주는 형'이 돼주겠다고 했었다. 평소에도 자주 다투는 누나와 둘째 동생이 이날도 무슨 이유에선지 다퉈 사이가 틀어졌다.

세 사람이 한 장소에 모인 이유는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기 때문이다.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안보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이 이 자리에 출석했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의 문재인 대통령의 친일파 변호 의혹 제기에 정론관에 가서 말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의 문재인 대통령의 친일파 변호 의혹 제기에 "정론관에 가서 말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오전에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이 친일파 논란이 있는 故 김지태 씨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세금 관련 소송 변호를 했던 것과 관련 의혹을 제기하자 노 비서실장이 흥분하며 "여기서 말하지 말고 정론관(국회 기자회견장)에 가서 말하라"고 발언한 것이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은 "이건 국회 모독이다", "사과하라"고 반발했다.

전체회의는 해당 문제가 정리되지 못한 채 정회됐고, 오후에 다시 속개했다. 나 원내대표는 곧바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노 비서실장이 사과할 것을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원내대표는 "노 비서실장이 한 얘기는 야당만의 모욕이 아니라 국회에 대한 모욕"이라며 "이러한 답변 태도에 대해 사과하게 하는 것은 간사 간 합의로 정리될 게 아니고 운영위원장 회의 진행권에 달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운영위원장인 이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 원내대표는 "여야 간 견해 차가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할지 간사들끼리 조율해주고, 일단 진행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회의를 진행시키려고 했지만, 나 원내대표는 마이크가 꺼진 상태로 계속 이 원내대표에게 "노 비서실장의 사과를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이건 노영민 비서실장이 사과해야 합니다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나경원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이건 노영민 비서실장이 사과해야 합니다"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나경원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이에 이 원내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마이크에 대고 말하거나 발언권을 받고 하라"고 했다. 그러자 나 원내대표는 "그럼 마이크를 켜달라"며 "이게 간사 간 협의로 할 일이냐. 그렇게 하고 노 비서실장에게 이렇게 (사과를) 읽으라고 하는 거냐"고 따졌다. 결국 이 원내대표는 "그래서 저하고 뭘 하자는 거냐. 제가 지금 적정한 선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짜증을 냈다.

이후 다른 여야 의원들이 번갈아 가며 설전을 벌였다. 한국당 의원들은 나 원내대표의 주장과 같이 "노 비서실장이 사과를 해야만 한다", "국회에 대한 모독", "(사과하지 않을 거면)일단 정회하자고 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곽 의원이 먼저 과했다", "할 말 하는 게 민주주의", "회의는 진행하고, 간사 간 협의를 하자"고 했다.

오신환(왼쪽)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이인영(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취임한 직후인 지난 5월 서로에게 밥 잘 사주는 누나, 맥주 잘 사주는 형이 되겠다던 3당 원내대표의 호프데이 당시. /국회사진취재단
오신환(왼쪽)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이인영(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취임한 직후인 지난 5월 서로에게 '밥 잘 사주는 누나', '맥주 잘 사주는 형'이 되겠다던 3당 원내대표의 '호프데이' 당시. /국회사진취재단

여러 의원들의 발언이 끝난 뒤 나 원내대표는 다시 이 원내대표를 향해 "정회해야 한다"고 재차 요구했다. 결국, 이 원내대표는 "일단 정회하자"고 받아들인 뒤 회의를 정회시켰다. 서로를 향한 볼멘소리는 이 직후 나온 것이었다.

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약 20분가량 따로 나가 협의를 한 뒤 돌아오자 회의는 속개됐다. 서로 정리가 됐는지 노 비서실장이 "곽 의원에게 '정론관에 가서 하라'고 한 발언을 취소한다"며 "제 발언으로 인해 원만한 회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이 원내대표는 잠시 발언을 통해 "저도 (문 대통령 의혹에 대한) 팩트체크와 노 비서실장의 태도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지적을 놓고 잘 구분해서 회의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여야 간) 갈등이 높아지면서 회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그 점에 대해 미숙했다"고 사과했다. 이후 전체회의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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