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경제·외교 대위기와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변호사 시절 활동을 놓고 난타전을 벌였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야당의 발언에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
국회 운영위, '경제·외교 대위기-文대통령 과거' 놓고 난타전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등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일본의 경제보복, 중·러의 영공침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을 놓고 난타전을 벌였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 활동에 대한 논란까지 거론되며 정쟁이 가열됐다.
이인영 국회 운영위원장은 이날 오전 본격적인 회의 진행에 앞서 "한일 경제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국회가 정쟁보다 '공존의 정치', '통합의 정치'를 펼쳐야 할 때"라고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회의에선 공존·통합의 정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야당 의원들은 작금의 경제·외교 위기의 원인을 놓고 정부 책임론을 강조했고, 여당 의원들은 방어에 집중했다.
◆경제·외교 대위기 속 열린 운영위…정쟁 가열
노 비서실장은 대통령비서실 현안보고에서 "일본의 일방적 결정으로 전례 없이 비상한 상황"이라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은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대한 명백한 경제보복으로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경제와 연결해 자유경제질서와 동북아시아 안보질서를 무너뜨리는 무모한 선택을 했다"고 일본을 고강도로 비판했다.
이후 야당 의원들은 지난해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일본의 강경한 대응이 예고된 상황에서 정부가 무엇을 했는지 따져 물었다. 감정적 대응은 국민들, 시민단체가 알아서 할 부분이고, 정부는 냉철하게 상황을 보고 실효성 있는 대응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청와대 측은 "일본의 대응은 예상하고 있었고, 다각도로 대책을 강구해 왔다"면서도 일본과의 구체적 협상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노 비서실장과 김 정책실장의 답변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과 중국과 러시아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및 독도 영공 침해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의 안이한 대처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한국당 김현아, 김정재 의원, 나경원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노 실장을 바라보고 있다. /남윤호 기자 |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최근 2년간 국민은 정말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을 경험했고, 아침에 눈을 뜨는 게 불안한 상황"이라며 "대한민국이 동네 북 신세가 돼 중러가 우리 영공을 제집처럼 드나들고 있고, 설상가상 일본은 수출 규제까지 해 우리 대통령도 경제전쟁을 선포했다. 미국과의 굳건했던 동맹이 금이가자 북한이 가장 신나하며 기다렸다는 듯 연신 미사일을 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런 안보 위기 속 대통령이 보이질 않는다"며 "중러 영공침범 당일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열지 않고, 여당 원내대표단과 한가하게 식사를 하며 추경 타령만 했다. 그 다음 날에는 부산에 가서 시도지사 간담회를 마친 뒤 회나 먹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강기정 정무수석은 "국가안보실 주도로 조치가 이뤄졌고, 안보 일정과 별개로 일상 일정이 진행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야 의원들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해 우리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폐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펼쳤다. 이에 노 비서실장은 "현재까지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고 검토 중"이라며 "24일까지가 (연장 여부) 통보 시점이어서 그때까지 계속해서 검토하겠다"고 2주 전과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전날(5일) 문 대통령이 한일 경제전쟁과 관련해 남북 평화경제로 단숨에 일본을 따라잡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문제도 나왔다. 정태옥 한국당 의원은 "한일 경제전쟁이 준비된 것인지, 의욕만 앞선 것인지 묻고 싶다"며 "문 대통령이 남북 평화경제로 단숨에 일본을 따라 잡겠다고 했는데, 북한의 핵 폐기 전 경제협력이 가능한가"라고 따졌다.
이에 노 비서실장은 "앞뒤 거두절미해서 그런데 의도는 그게 아니다"라며 "일본이 우리보다 앞선 것은 내수시장인데, 이 부분에 대해 남북이 하나로 평화경제를 이루면 시장 규모가 커진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한국당의 사과 촉구에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남윤호 기자 |
야당 의원들이 쏟아지는 비판에 발끈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던 노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의 과거와 관련된 사안이 거론되자 폭발했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 대통령과 정부를 비호하기 위해 꺼낸 김지태 씨 관련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김 의원은 "최근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공세가 많은데, 그 주장이 근거가 뭐냐"고 노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이에 노 비서실장은 "김지태 씨 변호 문제가 아니었나 생각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김 씨는 친일파라 보기 어려운데 곽상도 (한국당) 의원이 그런 주장을 수차례 했다. 토착왜구라는 말도 나왔는데 김 씨가 친일파였고, 친일파 재산 환수 소송에 문 대통령이 참여한 것이 근거인 듯 한데, 김 씨는 친일파도 아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재산을 강탈해 간 것을 문제제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 비서실장은 "김 씨는 친일파가 아니고, 그가 운영하던 신발공장 등이 사양화로 법정관리를 받아 청산되는 시점에서 법인세 50억 원이 부과돼 당시 문 대통령이 이 사건을 맡아 승소했다"며 "이는 부산지역에서 관심이 집중된 사건으로 문 대통령은 승소 대가를 한 푼도 받지 않고 이 돈을 노동자들 체불 임금 지급으로 사용하라고 해 '미담'으로 남은 사건"이라고 답했다.
뜬금없이 본인의 이름이 거론되자 곽 의원도 입을 열었다. 그는 "당시 상속세, 법인세 소송에서 유족들이 위증하고 허위 증거자료를 제출해서 소송에서 이겼다"며 "연결된 두 소송에 대해 공동소송대리인을 한 문 대통령에게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흥분한 듯한 표정을 짓던 노 비서실장은 "지금 말한 것을 책임질 수 있겠냐"라며 "여기서 말하지 말고 정론관(국회 기자회견장)에 가서 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인영 국회 운영위원장에게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곽상도 한국당 의원에게 사과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노영민 비서실장 답변 태도에 발끈한 야당
노 비서실장의 답변 태도를 본 야당 의원들은 "이건 국회 모독이다", "어떻게 그렇게 말 할 수 있나"라고 따졌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야당 의원들을 겨냥해 "품격을 지켜라"라고 반격을 가하기도 했다.
이후 곽 의원은 일본의 경제보복의 근거가 된 강제징용 관련 재판에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 신분임에도 재판에 변호사로 참여한 것을 문제 삼기도 했다. 그는 문 대통령과 같은 법무법인(부산)에서 활동했던 김외숙 인사수석에게 관련 질의를 하며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김 인사수석은 "법인에서 하는 소송은 실제 소송에 참여하지 않아도 소속 변호사가 공동으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자세한 건 소송 자료를 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후에도 야당 의원들은 노 비서실장의 답변 태도를 여러 차례 지적했다. 정양석 한국당 의원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한편으로 초당적 단합을 말하면서 답변은 묻지 말고 기자회견으로 하라고 하는데 굉장히 부적절하다"며 "곽 의원은 이미 기자회견으로 이 문제를 지적했는데, 여기서(운영위에서)는 물으면 설명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곽 의원 발언에 대한 회피 여부를 떠나 국회 (상임위에) 나와서 정론관에 가서 말하라는 태도에 대해서 노 비서실장이 사과해야 한다"며 "내용에 대해선 여야 의견이 다를 수 있으니 팩트에 대해선 정리해서 나중에 말하고, 태도에 대해선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고용진·임종성·표창원 민주당 의원 등이 나서 "의원들이 질문하고 답변은 듣지 않고 고압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하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며 "특히 국가원수에 대한 얘기는 좀 더 면밀히 조사하고 정제된 언어로 얘기해야 하고, 그것에 대한 답변 태도를 사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여당 의원들의 지원 사격을 받은 노 비서실장은 "토리게임즈(문 대통령 사위의 전 회사), 김지태 씨 친일 관련 발언은 고소가 돼 사법부에서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이라며 "일본의 경제보복에 다들 국난이고 어렵다고 하는데 지금 국회에선 사실관계 확인도 하지 않고 대통령을 모독하고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 4분 개의한 운영위 전체회의는 2시간 45분가량 생산적 논의보다 정쟁만 주고받다 낮 12시 50분 오전 질의가 마무리됐다. 오후 2시 27분 재개된 회의는 노 비서실장의 사과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이어지며 20분 만에 또 다시 정회됐다. 결국 노 비서실장이 "'정론관에서 말하라'는 발언을 취소한다"고 한 발 물러서며, 운영위 회의가 다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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