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이전투구' 바른미래, 손학규 vs 유승민 정면충돌
입력: 2019.08.06 05:00 / 수정: 2019.08.06 05:00
5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는 유승민 의원을 향해 공개 석상에서 한국당으로 갈 거면 혼자 가시라고 비난했다. 이에 유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깊은 유감의 뜻을 드러냈다. /더팩트 DB
5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는 유승민 의원을 향해 공개 석상에서 "한국당으로 갈 거면 혼자 가시라"고 비난했다. 이에 유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깊은 유감의 뜻을 드러냈다. /더팩트 DB

"한국당 갈 거면 혼자 가라" vs "허위사실 비난 유감"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바른미래당 혁신위원회 내부 진실게임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손학규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유승민 의원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바른정당계 대표 격인 유 의원도 입장문을 내고 손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당 내 거물급 인사가 강 대 강으로 충돌했다.

갈등의 진원지는 패스트트랙 정국을 지나며 당권파와 바른정당계가 화합의 상징으로 삼았던 혁신위다.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은 혁신위 구성 10일 만에 돌연 사퇴하면서 배후에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한 '검은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남아있던 5명의 혁신위원들은 "사실이 아니라"며 손 대표 지도부 공개검증안이 담긴 혁신안의 최고위 상정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권성주 위원의 단식투쟁이 있었고, 몸싸움을 방불케하는 혼란도 있었다. 그때마다 혁신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당 지도부를 비판했고, 당권파 측에선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내부 싸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손 대표는 혁신위원들의 주장을 "계파 갈등"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다 지난 4일 사퇴 후 24일 동안 잠적했던 주 전 위원장이 검은 세력을 유 의원으로 지목하면서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혁신위원들은 즉시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오히려 주 전 위원장이 손 대표의 퇴진을 종용했다면서 반발했다. 이들은 녹취록도 공개했다. '나는 지금 손 대표의 뒤통수를 치는 거다', '명분 있는 퇴로를 만들어서 쫓아야 한다', '늙은 호랑이가 덫에 걸려 울부짖고 있다. 풀어줘야 한다'는 등 주 전 위원장이 손 대표를 향해 했다는 발언을 그대로 발표했다.

손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행여라도 바른미래당을 한국당에 바치려는 분들이 있다면 일찌감치 포기해라고 목소리 높였다. /남윤호 기자
손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행여라도 바른미래당을 한국당에 바치려는 분들이 있다면 일찌감치 포기해라"고 목소리 높였다. /남윤호 기자

◆ 목소리 낸 손학규 "나 퇴진시키고 한국당과 통합하려 한다"

양측의 비난 여론전이 격화되자 손 대표는 본격적인 포문을 열었다. 그는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정당계가 손학규의 퇴진을 이토록 요구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다. 저 손학규를 퇴진시킨 후 개혁보수로 포장해서 한국당과 통합할 때 몸값 받겠다는 거다. 그런 의도를 숨기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노골적이다"고 거세게 발언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을 향해 "행여라도 바른미래당을 한국당에 바치려는 분들이 있다면 일찌감치 포기해라. 한국당으로 가시려면 혼자 가시지 바른미래당을 끌고 갈 생각은 진작 버려라"라고 힐난했다.

다만 손 대표는 민주평화당과의 연대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부 당 의원들의 대안정치 연대 의원들의 접촉과 관련해 "이야기하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바른미래당이 중심이 되는 제3지대, 제3의 길을 통해 3당에서 2당, 1당으로 집권세력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결국 손 대표가 이끄는 당권파와 유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비당권파가 서로를 불신하며 타당과 연대하려한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상황이 재현된 것이다. 민주평화당과의 연대를 이유로 퇴진 압박을 받던 손 대표가 한국당과 연대한다는 세력의 배후를 유 의원과 바른정당계 의원들로 지목해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자 유 의원도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유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손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그는 "주 전 위원장과 하태경 최고위원, 이혜훈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당 대표의 퇴진을 혁신위의 최우선 안건으로 요구'한 적이 없다"며 "지도부 교체는 주 전 위원장을 만나기 이전인 7월 5일 혁신위 회의에서 이미 결정한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손 대표께서 허위사실로 저를 비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손 대표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반격했다.

5일 바른미래당 혁신위원들은 오신환 원내대표에 대한 공개검증을 실시했다. 오 원내대표는 성실히 임하겠다면서도 손 대표도 전혀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손학규 선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문혜현 기자
5일 바른미래당 혁신위원들은 오신환 원내대표에 대한 공개검증을 실시했다. 오 원내대표는 "성실히 임하겠다"면서도 "손 대표도 전혀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손학규 선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문혜현 기자

◆ 당권파 '손학규 선언'…비당권파는 '혁신위 공개검증'

이에 따라 손 대표 당권파와 비당권파를 주축으로 하는 혁신위는 서로 다른 노선을 취할 전망이다. 당장의 당의 위기와 갈등 극복을 위해 손 대표는 다음주 중 '손학규 선언'을 통해 자신이 가진 비전과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혁신위는 지도부 공개검증 시간을 갖고 그 과정을 영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이에 가장 먼저 오신환 원내대표가 응했고, 권은희·김수민·하태경·이준석 최고위원이 이어갈 예정이다.

이날 오후 5명의 혁신위원(이기인·권성주·김지나·구혁모·장지훈)과 원내대표실에 마주앉은 오 원내대표는 '당원이 묻고 지도부가 답하다 : 21대 총선 승리를 위한 지도부 비전 검증'을 진행했다.

오 원내대표는 "당은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 이 상태로 머무를 수 없다는 게 당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아닌가 싶다. 그 첫걸음이 지도체제의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 모든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며 "절박한 마음 속에서 변화하지 않으면 우리 당이 지속가능하기 어렵단 마음을 갖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혁신위원들이 공개검증을 요청했고, 손 대표도 전혀 응하지 않을 이유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혁신위원들은 이날 자리에서 ▲바른미래당, 실패했나 성공했나 ▲오 원내대표가 당선된 의미는 무엇이고 앞으로 원내대표로서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건가 ▲5% 바른미래당, 자강이냐 해체냐 ▲당 지도부로서의 점수 ▲바른미래당이 진짜 추구하려 했던 가치관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오 원내대표는 "현재 시점에선 (우리 당이) 실패했다고 본다. 해체 수준의 변화와 혁신 속에서 자강해야 한다"며 "저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이 맘을 내려놓고 당을 위한 마음, 바른미래당이 무엇을 추구하고 어떤 정치를 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인식할 때 눈 앞에 있는 것만 보지 않을 수 있다. 그 중심에 여전히 손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젊은 정당·정책 정당·정의로운 정당'을 강조하며 가치관 문제와 관련해 "그냥 싸우는 게 아니라 무슨 정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대안을 내거나 답할 수 있는 정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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