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전현직 대표의 경쟁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황교안 대표와 홍준표 전 대표는 최근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상황을 연출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남윤호 기자 |
황교안 휘청하자 움직이는 홍준표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보수 진영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홍준표 전 대표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직후 패배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유튜브 활동에 전념하던 홍 전 대표는 최근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7월엔 국회를 찾아 청년들을 대상으로 특강했고, 최근엔 거의 매일 SNS에 정치 현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특히 홍 전 대표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 진영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황 대표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1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 특강에서 한 대학생이 황 대표 체제 한국당에 대한 평가를 묻자 "그 질문엔 답변하지 않겠다"면서도 "황 대표는 정치 초년생이고, 나는 24년을 한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홍 전 대표는 SNS에서도 황 대표와 당을 향해 쓴소리를 남기며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달 30일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모두가 힘을 합쳐 보수 빅텐트를 만들어도 좌파 연합을 이기기 어려운 판"이라며 "극우만 바라보면서 나날이 '도로 친박당'으로 쪼그라들고 있으니 국민들이 점점 외면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당을 겨냥했다. 최근 친박계에 주요 보직을 주면서 계파 갈등 논란에 휩싸인 황 대표 체제를 비판한 것이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SNS를 통해 당을 정면 비판하고 있다. /페이스북 갈무리 |
홍 전 대표는 지난 1일엔 갑작스럽게 내년 총선 출마 의사를 확실히 했다. 그는 SNS에서 "제가 내년 총선에 나가겠다고 하니 출마지역을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며 "만약 다시 내년 총선에 나가게 된다면 당 대표를 두 번이나 지내고 대선 후보까지 한 입장이고, 험지에서만 정치를 해온 저로서는 정치 인생 마지막 총선이 될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국회의원 의석 하나 채우기보다는 보다 의미 있는 지역에 출마할 것"이라고 했다. 총선이 약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 활동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처럼 홍 전 대표가 활동의 폭을 넓히기 시작한 것은 최근 황 대표의 잇따른 실책과 당 내부의 계파 갈등 고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황 대표는 아들 스펙 거짓말·여성 당원 '엉덩이춤' 논란으로 인한 성인지 감수성 부족 논란 등에 연달아 휩싸이며 크게 비판받았다. 또한 황 대표 지도부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사법개혁특별위원장에 각각 친박계 김재원·유기준 의원을 배치시키면서 비박계 의원들의 공개적 비판이 나왔다. 이런 배경에서 최근 정치권엔 '황교안 위기설'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황 대표 역시 홍 전 대표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황 대표는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제 머릿속에는 친박, 비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계파적 발상과 이기적 정치 행위에 대해서 때가 되면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평소 당내 문제에 대해선 온건한 리더십을 견지하던 황 대표의 이례적 태도였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지도부를 향해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일부 비박계 의원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하지만, 거듭 '도로 친박당'을 언급하고 있는 홍 전 대표를 향한 것이라고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