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한국당, 공화당과 '공천 연대' 의혹…친박 vs 비박 '기싸움'
입력: 2019.08.03 12:00 / 수정: 2019.08.04 13:40
최근 자유한국당에서 우리공화당과 공천 연대 논의를 했다는 의혹이 퍼지면서 친박계와 비박계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최근 자유한국당에서 우리공화당과 '공천 연대' 논의를 했다는 의혹이 퍼지면서 친박계와 비박계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발끈한 비박들…"천추의 한이 될 것이다"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최근 자유한국당에서 우리공화당과의 '공천 연대' 논의 의혹이 불거지며, '친박 vs 비박' 계파 갈등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공천에 직접 관여하는 친박 박맹우 사무총장이 홍문종 우리공화당 대표와 만나 연합 공천을 논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비박계·쇄신파 의원들의 날선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박 사무총장은 관련 사실을 부인했지만, 이미 총선 공천을 앞둔 계파 갈등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황교안 대표 취임 이후 주요 당직과 국회직을 모두 친박계 의원들이 맡게 되면서 '도로친박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박 사무총장을 비롯해 예결위원장은 김재원 의원, 사법개혁특별위원장은 유기준 의원이 차지했다. 이들 모두 대표적인 친박계 의원으로 분류된다.

이에 더해 지도부가 '보수대통합'을 내세우자 우리공화당 쪽에서 "선거를 같이 치뤄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당장 당내 공천룰도 확실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화당과 연합 공천과 선거 연대 등 이야기가 나오자 비박계 의원들은 즉각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김용태 한국당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아직도 시대 퇴행적이고, 국민 정서에 반하는 세력과 연대할 수 없다"며 격한 반응을 내놨다. 그는 "총선 연대는 당연히 반문연대 중도통합으로 가야 한다"며 "문재인 정권을 반대하는 세력, 사람과 연대하되 보수적 가치를 인정하는 중도와 연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김용태 의원은 박근혜 탄핵을 부정하고 이것을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삼겠다는 세력과 연대하면 선거에선 필패라며 우리공화당을 향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동률 기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김용태 의원은 "박근혜 탄핵을 부정하고 이것을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삼겠다는 세력과 연대하면 선거에선 필패"라며 우리공화당을 향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동률 기자

김 의원은 우리공화당을 향한 경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태극기 세력이라고 무조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박근혜 탄핵을 부정하고 이것을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삼겠다는 세력과 연대하면 선거에선 필패"라며 "이들이 가져갈 한 줌의 지지 때문에 좌고우면하면 천추의 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박계 쇄신파 의원인 김세연 의원과 장제원 의원도 우리공화당과의 공천 연대 의혹에 대한 비판과 우려를 공개 석상에서 밝혔다. 지난 30일 김세연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논의가 있는 것 자체가 당에 그렇게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바람직한 파트너가 어디가 우선이 돼야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인데, 그 점에서 당내 컨센서스가 다 안 만들어진 상태가 아닌가"라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당을 향한 '도로친박당' 평가와 관련해서도 "딱히 부인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해 이목을 끌었다.

장 의원도 같은 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변화하지 않는 보수는 '수구'"라며 "노선과 좌표가 명확하지 않으니 과거 세력들의 '반동'이 강하게 일어나면서 '구체제의 부활'이 가능할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되고 이로 인한 기이한 악재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추세에도 황 대표는 "내가 친박을 키워야겠다는 뜻을 가지고 이 당에 왔나"며 "보수우파를 살려서 나라를 일으키겠다는 뜻으로 온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친박화 우려에 대해서도 "나는 친박에 빚진 것 없다. 도로친박당과 같은 조어를 언론이 만드는 것은 구태라고 생각한다"고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보수대통합의 방향성을 놓고 한국당 내부 분열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만약 우리공화당과 연대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외연 확장은 물론 지지층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당의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계파 갈등이 깊어질수록 총선 전 외연 확장에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남윤호 기자
최근 한국당의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계파 갈등이 깊어질수록 총선 전 외연 확장에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남윤호 기자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샤이보수, 중도 지지층이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당에서 박 전 대통령이 강조될 때, 계파 다툼을 할 때, 막말 논란이 있을 때 샤이 보수 지지율이 낮아진다"며 "제 역할 못하는 한국당을 보면서 물러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배 소장은 "우리공화당 지지율 때문에 한국당 지지율이 줄었다고 보는 시각은 틀린 것"이라며 "한국당 일부가 우리공화당으로 가긴 하지만 지지율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중도 보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파 갈등을 일축했던 황 대표에 대해 "황 대표를 보는 보수층의 인식과 기대감은 황교안이 아니라 '황 대안'으로 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 소장은 "대안이라고 보는 건 향후 보수 지도자의 대안이 되는지 여부다. 전당대회부터 보궐선거, 장외투쟁 등으로 얻은 컨벤션 효과를 유지해야 하는데 행사를 계속할 순 없다. 혁신이 있어야 한다"며 "첫 번째 단계가 계파를 타파하는 것이다. 하지만 갈등이 번져 나오면서 지지를 잃고 있다. 이미 친박과 비박의 다툼은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최근 한국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걷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한 정당 지지율 조사(응답률 5.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26.7%로 2주 연속 하락하며 전당대회 이후 처음으로 2주 연속 20%대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리더십 위기'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는 황 대표가 지지율 제고를 위한 혁신을 비롯해 당내에서 감지되고 있는 갈등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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