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친일 논란 고 김지태 씨 유족이 국가를 대상으로 낸 소송을 변호했다며 "친일 토착왜구"라고 주장했다. /배정한 기자 |
친일 논란 고 김지태 씨 관련 소송 맡아 승소한 文대통령은 '친일'?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의혹 제기를 했다가 도리어 알려지지 않았던 미담만 드러나게 한 모양새가 됐다. 곽 의원은 문 대통령이 친일파 논란이 있는 부일장학회 설립자 고(故) 김지태 씨를 도와줬다며 "친일 토착왜구"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의혹과 관련 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에게 설명하면서 당시 어려운 노동자들을 도왔던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곽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김 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세금 취소 소송을 맡아 승소했고, 또한 민정수석비서관 시절 친일인명사전 명단에서 김 씨의 이름을 빼주도록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기업인이자 정치인, 언론인이었던 김 씨는 1927년에서 1932년까지 동양척식주식회사에서 근무해 친일 논란이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명백하게 친일 행위가 드러난 바는 없다.
이번 의혹은 이미 곽 의원이 지난 3월에도 주장했던 것으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지난달 25일 언급했다. 나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친일을 한다는 지적들과 관련해 "문 대통령도 그렇게 따지면 친일파 후손의 재산 환수 소송, 국가를 상대로 한 재산 환수 소송 변호사도 하셨더라"라며 "아마 우리 쪽의 어느 의원이 그랬으면 지금 그분은 친일파로 매장돼서 국회의원 출마도 못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참모들과 회의에서 고 김지태 씨 유족 소송 관련 후일담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제공 |
그런데 김 씨 관련 소송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청와대 참모들과 회의에서 한 후일담을 전했었다는 사실이 지난달 31일 <경향신문> 보도로 알려지면서 오히려 문 대통령의 미담이 부각됐다. 보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김 씨 유족 소송 관련 일화를 참모들에게 풀어놨다.
문 대통령은 1984년 김 씨 유족이 상속세 117억 원이 부당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소송을 맡아 승소했으며 문 대통령도 공동 소송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그로부터 3년 뒤 김 씨 유족이 김 씨로부터 상속받은 삼화와 조선견직의 법인세 등 50억 원대를 취소해달라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이 소송을 자신이 맡아 승소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당시 조선견직 등의 경영여건이 매우 좋지 않았고, 노동자들은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 문 대통령은 당시 승소한 뒤 성공보수를 받지 않고 변호사 수임료와 함께 노동자에게 밀린 임금을 해결해줬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은 이러한 일화에 대한 설명이 '사익을 위해 친일파를 변호했다'는 곽 의원 주장에 대한 우회적 반박으로 해석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31일) 문 대통령이 설명한 내용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이야기가 나왔는지에 대해선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또,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 시절 친일인명사전에서 김 씨를 빼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뺀다는 의미는 원래 있었던 사람을 뺄 경우에 뺀다고 표현을 한다"며 "그런데 (김 씨의 이름은) 원래부터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설명이 모두 사실이라면 곽 의원은 무리하게 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가지고 상대를 비판하려다 오히려 상대의 치켜세운 셈이 된 것이다.
곽상도 의원은 이번 의혹 외에도 문재인 대통령 딸, 사위, 손자 등 가족과 관련된 여러 의혹을 제기해왔다./뉴시스 |
하지만 곽 의원은 이날 다시 기자회견을 통해 "친일파 유족들이 자기 재산으로 책임져야 할 체불임금을 대신 (문 대통령이) 갚았다면 친일파 유족들과 문 대통령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 능히 짐작하고도 남는다"며 "토착왜구라는 주장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고 재반박했다.
곽 의원은 "1982년 김 씨가 사망하고 117억 원 상당의 상속세가 부과됐는데, 상속세 취소소송을 하면서 김 씨 유족들은 김 씨 생전에 법인에 증여한 것이라고 유언증서를 조작해 법원에 제출하고 김 씨 후처는 '집안을 살리기 위한'이라는 부탁을 받고 위증했으며, 법률가들이 아니면 생각하기 어려운 자백 간주 판결까지 제출해 상속세 117억 원이 취소된 것"이라며 "이러한 증거서류 제출과 위증 등을 유족들의 위임을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공동소송 대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곽 의원은 이번 의혹 외에도 집중적으로 문 대통령 관련 의혹을 제기해왔다. 다만 딸, 사위, 손자 관련 내용이 많았는데 지나치게 사적이거나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무분별하게 제기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청와대는 지난달 18일 곽 의원이 문 대통령 사위가 취업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전면 부인하며 "비상식적이고 도를 넘는 악의적 행태"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