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靑.春'일기] 대통령에게 주말을 허하라
입력: 2019.07.31 05:00 / 수정: 2019.07.31 08:07
문재인 대통령은 29일부터 내달 2일까지 예정된 하계휴가를 취소하고, 정상 근무할 계획이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9일부터 내달 2일까지 예정된 하계휴가를 취소하고, 정상 근무할 계획이다. /청와대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엄중 상황 여름휴가 첫 반납…야당 '쇼' 비판은 가혹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7말 8초'.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그래서인지 출퇴근길 '지옥철'은 다소 여유가 생겼고, 거리도 비교적 한산하다. 평소 기자들로 꽉 들어찼던 춘추관 브리핑룸에도 듬성듬성 빈 자리가 눈에 띈다. 휴가철이 새삼 실감 난다. 고온다습한 날씨 탓에 불쾌지수가 높은 요즘은 체력도 떨어지고 정신력도 흐트러지기 딱 좋다.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학생, 직장인 모두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다. 그러나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방학에도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들, 손님의 발길이 끊길까 가게 문을 닫지 못하는 자영업자들, 혹시라도 안 좋은 모습으로 비칠까 걱정하는 비정규직들, 휴가에도 육아 때문에 꼼짝달싹 못 하는 가정들. 팍팍하고 고된 삶을 사는 이들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격무를 달고 사는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예정된 하계휴가를 취소했다. 집권 3년 차를 맞은 문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초 휴가 계획 기간 문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정상 근무한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면서 휴가를 장려 해왔던 대통령이다. 그만큼 나라 안팎의 사정이 엄중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럽게도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안과 일본 경제보복 철회 요구 결의안 등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한숨 돌리게 됐다. 다만 개각 등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고심이 깊을 듯하다. 침체된 경제는 회복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소상공인들도 여전히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고용지표도 최근 개선되는 듯한 흐름이지만, 청년 등 국민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여전하다.

나라 밖으로도 정세가 혼란스럽다.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시행한 일본이 다음 달 초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를 제외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현실화된다면 우리 기업의 피해가 예상된다. 또한, 러시아와 중국이 동해상에서 연합훈련을 벌이는 한편 러시아 군용기는 우리 영공을 침범했다. 북한도 최근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은 험난하다.

나라 안팎으로 상황이 좋지 않아 문 대통령은 하계 휴가를 반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관저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측이 선물한 풍산개 한 쌍 중 암컷 곰이를 어루만지는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나라 안팎으로 상황이 좋지 않아 문 대통령은 하계 휴가를 반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관저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측이 선물한 풍산개 한 쌍 중 암컷 '곰이'를 어루만지는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이처럼 민감한 외교·안보 현안이 수북한 시점이다. 문 대통령의 휴가 반납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지난 주말 제주도를 비공식으로 방문했을 때도 지인 소유의 별장에서 지냈다고 한다. 아마도 대부분의 시간을 정국 해법을 구상하는 데 썼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주말도 사실상 업무의 연장인 셈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제주행을 공지하지 않아 기자들도 몰랐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개인 일정"이라고 했다. 청와대 밖을 나선 것도, 제주를 찾은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문 대통령의 제주 '깜짝 방문'을 두고 사실상 휴가냐, 아니냐 뒷말이 무성하다. 개인적으로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사실상 제주로 휴가를 갔다며 비판하는데,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주말은 법령으로 정해진 휴일이기 때문이다. 야당이 '휴가 반납 쇼'라고 비판하기에 앞서 자아 성찰을 해봤으면 한다. 쉬는 날에도 무조건 집무실에서 국정을 살펴야 한다는 게 대통령이라면 너무 가혹하다. 잠시 짬을 내 누구를 만날 수도 있고,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할 수도 있다. 대통령도 '쉼'이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라는 무게감은 상상하기 어렵다. 대통령의 결단은 국가와 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매사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도 사람인지라 극심한 스트레스와 업무 피로도는 굳이 경험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재충전의 시간을 반납하고 정상적으로 업무를 하는 만큼 앞으로 여러 현안을 잘 풀었으면 좋겠다. 숨 가쁘게 달리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 건강을 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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