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말 많았던 조국의 '민정수석 26개월'
입력: 2019.07.27 00:01 / 수정: 2019.07.27 00:01
조국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이 26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그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조국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이 26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그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권력기관 개혁 긍정 평가…'부실 인사검증·페북정치' 논란 흠결도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조국(54)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이 자리에서 물러나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 취임 26개월 만에 직을 내려놓게 된 조 전 수석은 다음 달로 예상되는 개각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문재인 정부에서의 2막을 열게 될 조 전 수석이 민정수석으로서 지내온 날들을 살펴봤다.

부산 출생인 조 전 수석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맡았다. 국내 대표 개혁 성향의 소장파 학자이자 비검찰 출신인 그를 문재인 대통령이 중용한 것이다. 검찰개혁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법학자로 지내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핵심으로 한 검찰개혁을 주장해왔던 터라 적임자였던 셈이다. 물론 문 대통령이 민주당 당 대표 시절 '김상곤 혁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인연과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원 사격했던 공도 있었다.

최초로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정부합의안을 도출했고, 법무부의 탈검찰화 추진, 자치경찰법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조 전 수석은 수사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데 역점을 뒀다. 검찰개혁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야당의 반대와 검찰의 반발로 개혁이 지지부진했던 영향이 컸다. 지난 4월 선거제를 비롯해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검찰개혁의 큰 물꼬를 텄지만 입법까지 이뤄지지는 않았다.

조국 전 민정수석이 26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소회를 밝히기 위해 단상으로 올라서고 있다. /뉴시스
조국 전 민정수석이 26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소회를 밝히기 위해 단상으로 올라서고 있다. /뉴시스

조 전 수석은 재임기간 내내 '핫'한 인물이었다. 툭 하면 경질론, 책임론에 휩싸이는 등 야권의 표적이었다. 조용한 행보를 보였던 과거 민정수석과는 분명 다른 행보였다. 특히 '페북 정치'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굵직한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드러냈는데, 문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참모가 사실상 정치에 개입하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논란이 된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가까운 예로 지난 14일 일본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한 내용이 담긴 산업통상자원부의 보도자료를 언론보도보다 먼저 페이스북에 소개해 논란이 됐다. 또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한 기사 링크와 함께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내용의 글들을 잇달아 올려 문제가 됐다. 그 중 '죽창가', '애국 대 이적'을 언급해 세간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민정수석의 역할 중 하나인 인사검증이 부실했다는 지적은 재임기간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인사검증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번번이 문재인 정부의 인사 원칙 기준인 5대 배제 원칙(병역기피·부동산 투기·세금 탈루·위장 전입·논문 표절)이 무색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 중심에는 조 전 수석이 있었다.

집권 첫해인 2017년 문재인 정부 1기 조각 과정에서부터 삐걱거렸다. 당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로 물러나자, 이에 대한 부실 검증 책임이 조 전 수석에게로 쏠렸다. 심지어 지난 3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장관급 인사는 총 16명이나 된다. 정치권으로부터 책임론 공세를 받아왔음에도 조 전 수석은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조국 전 수석은 권력기관개혁을 역점적으로 추진해왔다.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찰개혁의 성과와 과제 당정협의에 참석하는 조 전 수석. /남윤호 기자
조국 전 수석은 권력기관개혁을 역점적으로 추진해왔다.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찰개혁의 성과와 과제 당정협의에 참석하는 조 전 수석. /남윤호 기자

청와대의 공직기강이 흔들릴 때마다 조 전 수석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청와대 경호처 직원의 민간인 폭행 사건, 김종천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적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청와대의 공직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필연적으로 야당은 조 전 수석의 책임론을 띄웠다.

결정적으로 지난해 11월 검찰에서 파견된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 김태우 전 수사관과 특감반의 비위 실태를 주장하면서 조 전 수석은 궁지에 몰렸다. 경질론이 거세게 일었고, 이번에는 조 전 수석이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관리 체계 강화를 지시, 사실상 재신임했다.

하지만 김 전 비서관이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과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을 제기,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한 진상 파악을 위해 국회 운영위원회가 지난해 12월 31일 열렸는데, 이때 조 전 수석의 어록이 탄생한다. 바로 '삼인성호'(三人成虎·세 사람이 말을 맞추면 호랑이가 나왔다는 거짓말도 꾸밀 수 있다는 뜻)'라는 말이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전해철 민정수석 이후 12년 만에 '현직' 민정수석인 그가 국회에 출석하면서 거론한 말인데, 사자성어로 해당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조 전 수석은 부실한 인사 검증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책임론에 휩싸였다. 또한 굵직한 현안과 관련한 페북 정치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남윤호 기자
조 전 수석은 부실한 인사 검증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책임론에 휩싸였다. 또한 굵직한 현안과 관련한 '페북 정치'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남윤호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진 탓에 정권 인수위 없이 출범한 현 정부에서 권력기관의 개혁을 이끈 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역설적으로 구체적인 성과가 없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제기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조 전 수석은 정권 초기 검찰, 경찰, 국정원 등 개혁에 중심을 잡은 것은 사실"이라며 "문재인 정부 초기 적폐청산 작업의 성과가 아직 없더라도, 중심을 잡은 역할은 높이 평가할 부분"이라고 평했다.

박 평론가는 인사검증 실패와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협치에 걸림돌이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언가 국민에 제시할만한 구체적인 성과와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 문재인 정부 초기 개혁 정책을 추진하면서 현 정부가 동력을 얻을 수 있는 만큼의 참모로서 역할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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