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국토교통위원장직 버티기'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은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나경원 원내대표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국회=남윤호 기자 |
한국당 지도부 저격…'탈당' 명분 쌓기?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직 '버티기' 논란으로 전날(24일)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25일 "가식적인 리더십"이라며 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당원권 정지와 함께 공천 불이익 위기에 처한 당 지도부와 각을 세우는 '초강수'를 둔 것은 박 의원이 결국 탈당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박 의원은 1년 전 원 구성 과정에서 홍문표 의원과 국토위원장 자리 임기를 나누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박 의원은 "그런 합의는 없었다"며 국토위원장 자리를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해당 행위로 당 윤리위에 회부돼 중징계를 받은 박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심정으로는 윤리위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당 지도부가 원망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순자 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를 향해 "가십적인 리더십"이라고 맹비난했다. /남윤호 기자 |
◆"문제는 나경원"
이날 지지자들과 함께 정론관에 모습을 드러낸 박 의원은 준비해온 기자회견문을 읽지도 않고 할 말이 많은 듯 자신의 입장을 구구절절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전체적인 설명을 자신의 관점에서 내놨는데, 초점은 '나 원내대표가 잘못했다'는 것이었다.
박 의원은 재차 "저는 해당 행위를 하지 않았다. 문제는 나 원내대표"라고 정면 비판했다. 박 의원은 홍 의원과 1년씩 임기를 나누는 데 합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나 원내대표가 선출되기 직전 경선 과정에서 자신을 찾아왔을 때 '이 문제를 제대로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자세한 이야기까지 풀어놓기 시작했다. 이후 나 원내대표가 선출됐고, 최근 다시 논란이 불거지자 수십차례 다시 정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나 원내대표가 귓등으로 듣고 제 말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순자 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공천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남윤호 기자 |
박 의원은 상임위원장 선출·교체 등의 정리를 위해 지난 5일 열린 의원총회에 병원 입원을 사유로 불참해 '가짜 입원'아니냐는 의혹도 있었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만성편도염이 있다. 과로하거나 하면 편도가 붓고 고열이 난다. 당시 열이 40도까지 오르고 (이 문제) 스트레스로 정신이 까무러치는 게 계속됐다"며 "원내대표가 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답답해 병이 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의원은 당시 나 원내대표가 병원을 찾아와 "공천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협박·겁박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불쑥 밤 10시경 입원실에 찾아왔다. 전 귀신이 나타난 줄 알았다"며 "나 원내대표가 공천에 지장이 있을 거라고 얘기했다"고 했다. 끝으로 박 의원은 "나 원내대표 리더십은 가식적인 리더십이기 때문에 정말 실망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해당 행위로 징계받아야 할 사람은 저 박순자가 아닌 나 원내대표"라고 말했다.
25일 박순자 의원은 지역 지지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섰다. /남윤호 기자 |
◆당 지도부와 정면충돌… 속내는?
박 의원의 이날 기자회견은 당 지도부와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라는 평가가 많다. 나 원내대표를 집중 겨냥했지만 황교안 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 등의 이름도 거론하며 원망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는 또 다시 '리더십' 논란에 직면하게 됐다.
정치권에선 박 의원이 계속 국토교통위원장직 수행하는 일과 탈당의 명분을 세우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해석한다. 지역 민심을 향한 일종의 메시지란 분석이다. 박 의원은 이날 거듭 지역 주민들을 향해 "저를 3선 정치인으로 키워주신 안산 시민 여러분, 지역구 분들께 앞으로도 항상 지역 골목골목을 돌면서 결코 다시는 여러분에게 실망 드리지 않고, 나쁜 뉴스로 걱정 드리지 않는 충실한 지역 일꾼이 되겠다"고 피력했다.
박순자 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 뿐 아니라 다른 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원망스럽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남윤호 기자 |
당초 이번 일이 커지자 박 의원이 내년 총선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고 있단 소문까지 돌았다. 박 의원도 이에 대한 질문에 딱히 부인은 하지 않았다. 그는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탈당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고려하지 않겠다"며 추후 가능성은 열어뒀다. 또 '한국당에서 출마할 의지는 있는 거냐'는 질문에도 "(윤리위) 재심 결과를 봐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일각에선 박 의원이 우리공화당과 접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공화당 공동대표인 홍문종 의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당 지도부가 박 의원을 당 윤리위에 제소한 것과 관련 "한국당 지도부의 처사가 지나친 게 아닌가 싶었고 '무계파'인 박 의원의 비정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두둔했다. 다만 박 의원은 '우리공화당과 접촉한다는 소문이 있다'는 질문에 "단 한 차례도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
lws20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