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66년 만에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 지 3주를 넘겼지만, 북한과 미국의 실무협상은 그날부터 현재까지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 /뉴시스 |
"판문점 회동으로 하노이 결렬 이전으로 되돌려"
[더팩트ㅣ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박재우 기자] 정전협정 66년 만에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 지 3주를 넘겼지만, 북한과 미국의 실무협상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3주 내에 실무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했지만, 교착상태다.
역사적 순간이었던 만큼 기대감도 컸다. 전문가들도 북미 양국의 실무회담 소식이 들리지 않으면서 지난달 30일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의 후속 조치 가능성과 남북관계 전망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24일 오후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에서는 '북미관계 전망과 남북관계 추진방향'이란 주제로 통일전략포럼이 열린 것도 이 때문이다.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해야 하고, 향후 북미 협상에 대해서는 어떤 전망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날 포럼에는 황치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했고, 이정철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김상기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토론에서 판문점 회동에 있어 우리 정부의 역할이 상당했다고 호평하면서, 회동 자체에 대한 평가는 단지 제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전의 상태로 돌려놓은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북미협상 전망에 대해서는 다양하게 바라봤다.
전문가들은 이날 포럼을 통해 향후 북미협상에 대해 다양하게 전망했다. 사진은 통일전략포럼의 모습.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박재우 기자 |
먼저,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극적으로 판문점에서 정상회동이 이뤄짐으로써 한반도 문제에 상당한 변화가 찾아왔다"면서도 "다만 좋았던 부분은 거기까지다. 판문점 정상회담은 하노이 회담 실패를 복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북미협상의 시나리오로 △노딜 △북한의 일괄타결 수용 △스몰딜의 재구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황 교수는 "미국이 일부 스몰딜을 수용하는 방안이 판문점 회동 이후에 조금씩 나오고 있다"면서도 "노딜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과 미국에서 국내적으로 외부적인 충격이나 변화가 있으면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이 기존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중간단계 합의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철 숭실대학교 교수는 북미 실무회담의 시점에 대해서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실무협상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언제일지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실무협상이 연기될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반면, 미국은 쫓기는 느낌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비건의 지난 3월 비공개 인터뷰 당시 북미 협상 타결 시기를 제시한다"며 "그 시기는 트럼프 1기 임기까지로 비핵화 성과를 낼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 필요한 시간이 1년이라고 역산해 본다면, 내년 10월까지는 최종적인 결과가 가시화가 돼야하고 1년 전에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미국 측에서는 최소한 올해 10월 까지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정철 숭실대학교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하노이 회담 결렬에서 찾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며 웃는 두 정상. /하노이(베트남)=AP/뉴시스 |
향후 협상 전망에 대해서 "중요한 것은 하노이 회담 결렬에서 찾아볼 수 있다"며 "현재 논쟁의 핵심은 영변 플러스 알파를 어느 수준까지 서로 양보하고, 합의하느냐로 다음 회담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판문점 회동에 대해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뒤에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는 모습으로 대담함을 보여줬다"며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최근 실무협상이 일어나지 않은 것에 대해 "북한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몸값을 올리는 것보다는 하노이 이후에 북한이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60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가면서 자신의 약점을 노출할 수밖에 없었다"며 "약점 노출시켰음에도 빈손으로 돌아갈때에는 정치적 타격 가질 수 밖에 없었고, 북한 내부에서는 복원하는 기간도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트라우마는 극복했지만, 신중함을 갖고 협상에 임하는 것"이라며 "미국에게 비핵화를 앞세우기보다는 '상응조치'를 협상테이블로 끌고 나오길 바라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마지막으로 "일괄타결이 있어야 한다면, 두 가지가 다 있어야 한다"며 "비핵화에 대한 디테일과 상호조치에 대한 디테일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