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위원장직 임기 나누기 합의 무시한 朴,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 받았지만…[더팩트ㅣ이원석 기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임기를 나누기로 했던 당내 합의를 깨고 사퇴를 거부하는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결국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징계 이후로도 박 의원이 위원장 자리를 내놓지 않을 것으로 관측한다. 당 지도부에 정면 반기를 드는 듯한 부담감 속에서도 박 의원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이유는 뭘까.
한국당 윤리위원회는 23일 비공개 회의를 갖고 홍문표 의원과 1년씩 임기를 나누기로 했던 약속을 깬 박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날 박 의원이 회의에 직접 출석해 자신의 입장에 대해 소명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5·18 민주화 운동 망언 논란에 휩싸였던 김순례 의원이 당원권 정지 3개월 징계를 받았던 것에 비춰보면 꽤 강한 징계다. 당내 합의를 깬 것 자체도 큰 문제지만 무엇보다 당 지도부 리더십에 금이 가게 했다는 점으로 인해 중징계가 내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직접 박 의원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용은 없었다. 박 의원을 윤리위에 회부하는 것과 관련 나 원내대표는 "명백히 당의 기강에 관한 문제"라며 "실질적으로 당에 매우 유해한 행위기 때문에 당헌·당규에 따라서 윤리위 징계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결국 박 의원은 이번 일로 당내에서 평판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한 내년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총선 공천기준을 마련하는 한국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신상진 의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의원 공천심사 불이익 여부에 대해 "그렇게 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박 의원은 '버티기'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가 그렇게 할 수 있는 데는 몇 가지 '믿는 구석'이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먼저는 당 차원에서 위원장 사퇴를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징계로 인해 박 의원의 당원권은 정지되지만 의원 자체 업무에 대한 불이익은 없다. 당연히 위원장직을 고수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당에서 강제로 사퇴시키거나, 교체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
또 한 가지는 지역 민심이다. 박 의원은 지역구 관리에 상당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도 박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최대 현안인 복선전철 신안산선 착공식에 국토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하고 싶어 하는 속내가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날 박 의원 지역구 주민들이 윤리위가 열린 국회에 찾아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엔 박 의원이 무소속 출마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설사 당에서 공천을 주지 않아도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가서 이기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단 분석이다.
한 국토위원은 <더팩트>와 만나 "박 의원이 상당히 자신만만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당 지역구에 다른 대안도 없을뿐더러 무소속 출마를 할 거란 소문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의원을 바라보는 동료 정치인들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한 야당 의원은 통화에서 "정말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다른 당도 아니고 같은 당에서 이런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국회 전체가 창피한 일"이라며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또 자신이 지역구에 자신감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인으로서 신의와 합의를 져버린 박 의원의 행동은 질타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해 7월 후반기 국회 상임위원장직 결정 과정에서 함께 후보로 공모했던 홍 의원과 경선 없이 각 1년씩 임기를 나누기로 합의했으나, 먼저 직을 맡은 뒤 1년이 지나자 태도를 바꾸고 사퇴를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