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열의 정진기(政診器)] 민주당의 말뿐인 '공존의 정치'
입력: 2019.07.23 05:00 / 수정: 2020.01.31 18:18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근 강조한 공존의 정치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7월 임시국회 논의를 위해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한 이 원내대표 (왼쪽부터), 문희상 국회의장, 나경원 자유한국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뉴시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근 강조한 '공존의 정치'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7월 임시국회 논의를 위해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한 이 원내대표 (왼쪽부터), 문희상 국회의장, 나경원 자유한국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뉴시스

타협과 협치 없는 공허한 외침…여야, '극한 대립' 지속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20대 국회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남은 시간, 밤낮을 쪼개가며 민생에 몰두해도 부족합니다. 다시는 국회의 시간이 멈추지 않도록 서로 인내하며 '공존'과 '협치'의 지혜를 모아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중략) 진보가 유연해지고 보수가 합리적이 된다면 우리는 다함께 더 큰 '공존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처럼 '공존의 정치'를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19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도 이 원내대표는 "저부터 '경청'의 협치 정신으로 공존의 정치를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가 중량감 있는 자리에서 재차 강조한 공존의 정치는 '말잔치'로 끝나는 모양새다. 6월 임시국회는 지난 19일 단 한 건의 법안처리도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고, 시급한 현안 처리를 위한 7월 임시국회는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25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안은 아직 국회 벽을 넘지 못했고, 일본의 경제보복성 수출 규제 규탄을 위한 국회 대응은 본회의가 열리지 못해 상임위(외교통일위원회) 차원의 결의문 채택에 그쳤다.

이 과정에 여야의 타협과 공존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삼척항 북한 목선 귀순 사건과 관련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추경 처리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법 제63조에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이 발의해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국회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해임안 발의 요구는 헌법이 보장한 정당한 요구다.

특히 정 장관 해임안을 표결처리 한다고 해도 가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또한, 가결된다고 해도 문재인 대통령이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표결 처리를 막으면서 국회 파행 탓을 한국당에 전가하는 것은 집권여당의 옹졸함으로 비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의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처리 요구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거부하며 국회 공전이 장기화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의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처리 요구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거부하며 국회 공전이 장기화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실제 공존을 말했던 민주당은 추경 처리, 일본 사태 대응에 한국당의 조건 없는 동참을 종용하며 연일 거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당은 무능한 당정이 총선만 보고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있다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결국, 국회 파행 운영 책임은 모두 '네 탓'이고, 서로의 주장에 대한 경청과 조금의 양보도 없는 극한 '대립의 정치'가 장기화되고 있다. 원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여당이 제 1·2당을 무시하면서 국회를 이끌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해 연말부터 지속되는 비정상적 국회 운영은 여야 타협과 협치가 없으면 국회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충분히 보여줬다.

국회가 제 기능을 못 하면 이제는 성과를 내야 하는 3년차 문재인 정부에도 큰 악재일 수밖에 없다. 지금 상황은 정부, 국회 모두 '실패자'란 오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말로만 하는 공존의 정치가 아니라 여당이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일정 부분 양보해 끌어안으려는 실질적 협치가 절실하다. '국회 무용론'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국민들의 인내의 시간은 이제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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